경제지표 `갈등`..다우 1만선 공방

by정명수 기자
2004.05.15 00:52:23

나스닥 1900선 위협
달러, 유로에 약세..국채 수익률 하락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인플레냐, 경기회복이냐." 월가의 주식 투자자들이 갈등하고 있다. 다우는 1만선을 중심으로 매매 공방을 벌이고 있다. 나스닥은 낙폭을 크게 줄이는듯했으나 재차 1900선까지 밀렸다. 경제지표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에 초점을 맞춘 투자자들은 매도를, 경기회복에 초점을 맞춘 투자자들은 매수를 주장, 의견이 엇갈렸다. 인플레 우려로 다우와 나스닥은 약보합으로 출발했지만, 기업재고와 산업생산의 긍정적인 신호를 무시할 수 없다는 투자자들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물가 압력 가시화`가 투자심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다우는 9930선까지, 나스닥도 1897선까지 떨어졌다. 오전장 중반 다우가 다시 1만선을 회복하며 상승 반전했고, 나스닥도 1910선을 되찾았다. 주말을 앞두고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이 거듭되고 있다. 오전장 후반으로 가면서 다우는 다시 하락 반전했고, 나스닥 지수의 낙폭도 1%로 확대됐다. 14일 뉴욕 현지시간 오전 11시49분 다우는 전날보다 27.88포인트(0.28%) 떨어진 9982.86, 나스닥은 23.64포인트(1.23%) 떨어진 1902.39, S&P는 3.72포인트(0.34%) 떨어진 1092.72다. 달러는 유로에 대해서는 약세를, 엔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채시장에서는 "이 정도 물가는 시장에 반영됐다"는 심리가 작용, 채권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채권가격 상승) ◇인플레 vs 경기회복 노동부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대비 0.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 0.3%를 밑도는 것이다. 그러나 식품,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지수(core CPI)는 0.3% 상승, 예상치 0.2%를 웃돌았다. 근원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1.8% 상승, 2003년 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도쿄미츠미시은행의 크리스 럽키는 "가격 압력이 중간재에서 최종 생산물 소비 단계까지 침투하기 시작했다"며 "인플레 압력이 몇년만에 처음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들어 4월까지 CPI는 연율환산으로 4.4% 상승했다. 근원지수는 연율환산으로 3% 상승, 지난해 같은 기간의 0.9% 상승의 3배에 달했다. 최근 가솔린 가격의 상승을 감안할 때 향후 CPI 상승 압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CPI는 전날 발표된 생산자물가(PPI)와 함께 연준리의 금리인상을 정당화시켜주는 지표로 인식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반면 기업재고와 산업생산 등은 호조세를 나타내, "미국 경기가 완연한 회복기에 들어섰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상무부는 3월 기업재고가 전월대비 0.7% 증가한 1조205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예상치 0.4% 증가를 웃도는 것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판매도 2.9% 증가해 사상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2월 재고 증가율은 0.8%로 수정됐다. 현재와 같은 판매 추세라면 재고가 소진되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1.3개월로 사상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드레스드너클리인워트벤슨의 케빈 로간은 "재고가 쌓인다는 것은 수요가 곧 늘어난다는 뜻"이라며 "1분기 GDP 성장률 증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4월 산업생산이 전월대비 0.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 0.5% 증가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공장가동률도 76.9%로 2001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예상치 76.8%를 웃돌았다. 스코티아캐피탈의 애드리안 워렌은 "왕성한 소비가 생산증가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기업투자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재고와 산업생산 지표에 자극받은 투자자들은 "인플레 걱정보다는 경기회복이 먼저"라며 주식 매수에 적극성을 보였다. 그러나 개장 직후 나온 5월 미시간대 소비자지수가 전달과 같은 94.2를 기록, 예상치 96.5를 밑도는 것으로 나오면서 `반발 매수론`이 급격하게 힘을 잃었다. 유가 상승과 금리인상 우려로 미래의 소비심리가 주춤거리는 것으로 확인된 이상 "굳이 지금 투자위험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 이후 다우는 1만선을 중심으로, 나스닥은 1900선을 중심으로 밀고 밀리는 매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자금 이탈 불안한 투자심리를 반영, 주식 투자자금이 속속 시장을 이탈하고 있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펀드자금조사기관인 트림탭스에 따르면 지난주(12일 기준) 주식형 펀드에서 7억달러의 투자자금이 유출됐다. 인터내셔날펀드로는 1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고, 채권형 펀드에서는 36억달러가 유출됐다. 트림탭스의 칼 위텐버트는 "최근 주식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자금 유출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투자자금 유출이 생각만큼 많지 않은 것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컴퓨터 고전 종목별로는 전날 장마감후 분기 실적을 발표한 델이 3.04% 급락 중이다. 델의 실적이 월가의 예상과 일치했지만, `그 이상`을 원했던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시스코시스템즈는 주식 바이백 규모를 50억달러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2.07% 하락 중이다. 반도체 관련주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텔은 1.46%, AMD는 3.41% 하락 중이다. 금융주들도 금리인상 우려로 매도 압력이 거세다. 시티그룹은 0.59%, JP모건은 0.36%, 뱅크원은 0.11%, AIG는 0.76% 하락 중이다. 유가 상승과 관련, 정유주들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엑손모빌은 1.22%, 쉐브론텍사코는 1.24% 상승 중이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28달러에서 33달러로 상향 조정하면서 정유주들의 순이익 전망치와 목표가격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