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먹튀 논란’에 주목 받는 ‘베인캐피털’…뭐가 달랐나

by송영두 기자
2025.03.18 09:10:29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국내 대형 사모펀드 MBK가 인수했던 홈플러스에 대해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 ‘먹튀 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반면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은 인수한 다수 바이오 기업을 중장기 성장 전략을 기반으로 알짜배기 기업으로 키워내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국내 대형 사모펀드 MBK는 2015년 말 약 7조원을 투자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중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충당했는데, 막상 경영권을 잡은 뒤 홈플러스 실적은 매년 하락했다. 최근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이 회사에 투자한 수많은 증권사, 투자자, 입점업체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MBK는 홈플러스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영 전략 실행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인수하면서 발생한 대출금을 갚는데 급급했고, 알짜점포를 팔아버리는 상식적이지 않은 전략에만 몰두했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경쟁사와의 격차도 벌어지는 등 경영 악화에 몰리게 됐다. 기업가치를 성장시켜 인수가 대비 높은 가격으로 매각하는 사모펀드의 전략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은 셈이다.

(자료=각사 보고서)
같은 사모펀드이지만 베인캐피털은 MBK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지난 몇 년간 베인캐피털은 바이오 기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기업 휴젤, 미용의료기기 기업 클래시스가 대표적이다.

베인캐피털의 수완은 남다르다. 2017년 휴젤(145020)을 전격 인수했다. 당시 휴젤은 공동경영진의 분쟁과 보툴리눔 톡신 균주 논란에 휩싸였었다. 휴젤은 베인캐피털을 대상으로 총 4547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베인캐피털은 휴젤 최대주주이던 동양에이치씨가 보유 중이던 지분 24.36%를 4727억원에 인수했다. 총 9272억원에 휴젤 지분 45%를 확보했다.

베인캐피털은 휴젤 인수 후 글로벌 기업 박스터코리아 대표, 동화약품 대표를 역임한 글로벌 제약전문가 손지훈 대표를 앉혔고, 통합관리 작업 일환으로 자회사이던 휴젤파마와 휴젤메디텍을 흡수합병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대회(LPGA)를 개최하는가 하면 미국과 중국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선제적인 마케팅 전략이었다.

이 과정에서 박스터코리아와 신젠타코리아 대표를 역임한 한선호 영업마케팅본부장(부사장), 세계 최초 보툴리눔 톡신 ‘보톡스’ 론칭 주역인 앨러간, 멀츠 출신의 제임스 하트만을 휴젤 아메리카 신임 대표로 영입해 톡신 사업개발과 마케팅 영역에서 큰 성과를 냈다.

2020년 국내 기업 최초이자 세계 4번째로 중국에서 보툴리눔 톡신 허가를 받았다. 수출을 위해 춘천에는 400억원을 투입해 연간 800만 바이알 규모 톡신 생산시설을 건설했다. 보툴리눔 톡신 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HA 필러 더채움 스타일을 출시, 풀라인업을 구축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1위, 필러 시장 1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휴젤은 베인캐피털이 경영을 주도했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기업가치가 껑충 뛰었다. 인수 직전해였던 2016년 1241억원이던 매출은 2021년 2452억원으로 9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32억원에서 972억원으로 53.7% 증가했다. 기업가치를 크게 키운 베인캐피털은 휴젤을 GS컨소시엄에 1조7239억원에 매각했다. 4년만에 8000억원의 차익을 거뒀고, 휴젤 시가총액은 베인캐피털 인수 당시 1조3004억원(2017년 4월 17일)에서 GS컨소시엄에 매각 발표했던 시기 2조6394억원(2021년 8월 25일)으로 1조3000억 가량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베인캐피털은 휴젤 인수 후 핵심 사업군인 톡신과 필러 지속 성장을 위한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했다”며 “미용의료에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영입했고, 선제적인 톡신 및 필러 개발, 국내외 마케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베인캐피털이 휴젤을 매각하고 선택한 기업이 클래시스(214150)다. 2022년 1월 메디컬 에스테틱 기업 클래시스를 6700억원에 인수했다. 클래시스 창업자 정성재 대표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73.96% 중 60.84%와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클래시스 시가총액은 1조332억원으로, 2021년 매출은 1006억원, 영업이익은 517억원이었다.

클래시스는 외과적 수술 없이 비침습적 에너지 자극을 통해 피부재생, 탄력 등을 유도하는 EBD(Energy Based Device) 장비가 핵심 캐시카우다. 눈썹 리프팅, 얼굴 및 복부, 허벅지 탄력 개선은 물론 주름까지 개선이 가능한 슈링크를 론칭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특히 슈링크는 멀츠 울쎄라가 독점하던 국내 시장에서 후발주자임에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어깨를 나란히 했다.

베인캐피털이 클래시스를 인수했던 시기 회사는 슈링크를 잇는 혁신 제품 론칭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베인캐피털은 클래시스 사업 전략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면서 론칭을 앞둔 신제품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인 전략을 지시했다. 이 신제품이 2022년 출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볼뉴머다. 볼뉴머는 고주파 열에너지를 피부 진피층에 전달, 피부 속 조직을 응고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차별화된 수냉식 냉각 시스템과 빠른 시술 속도로 국내는 물로 브라질, 태국, 일본, 대만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클래시스는 당시 볼뉴머 개발 등 상용화까지 든 제반비용이 기존 제품인 슈링크보다 훨씬 높았음에도 슈링크와 비슷한 가격 정책을 고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인캐피털은 슈링크와는 다른 방식의 장비이고, 개발비 등이 더 소요된 혁신 제품이라는 점에서 소요 비용에 따른 제값 받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즉 혁신 기술이 투여된 제품인 만큼 제품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는 베인캐피털 인수 후 새롭게 대표로 취임한 백승한 대표도 같은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래시스 관계자는 “볼뉴머는 슈링크와는 다른 혁신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다. 개발 인력, 개발비, 테스트 비용 등이 슈링크보다 더 많이 소요됐다”며 “원래는 슈링크와 비슷한 가격으로 론칭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베인캐피털 측에서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혁신 제품인 만큼 가격대가 높더라도 소요된 개발비 대비 적정한 가격 정책의 필요성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슈링크와 더불어 볼뉴머도 히트하면서 클래시스는 올해 국내 메디컬 에스테틱 기업 최초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발표 기업으로 참가했다. 그동안 낮은 인지도가 고민이었던 클래시스는 슈링크와 볼뉴머 글로벌 시장 진출과 더불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 외 클래시스가 갖고 있지 않은 에스테틱 장비를 보유한 이루다를 인수합병 시켰고, 볼뉴머 미국 시장 진출도 이끌었다. 클래시스 내부에서는 베인캐피털의 구체적이고 선제적인 전략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성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클래시스는 올해 전년 대비 1000억원 증가한 매출 3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고, 기업가치는 약 4조원에 가깝게 성장했다. 슈링크와 볼뉴머 등 핵심 장비와 소모품의 매출 증가로 한국을 대표하는 메디컬 에스테틱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국내외 굴지의 기업들과의 M&A설도 나오고 있다.

클래시스에는 현재 김동욱, 김현승, 최용민, 박완진 4명의 기타비상무이사가 임원으로 올라있는데, 이들은 모두 베인캐피털 소속이다. 경영 전반을 담당하고 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이들은 베인캐피털의 바이오 헬스케어 섹터 M&A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베인캐피털은 미국과 독일 등에서 다양한 바이오 투자를 진행한 경험이 있어 바이오 섹터에 대한 이해도와 전략이 출중하다”며 “국내에서도 인수한 기업마다 중장기 성장 전략을 앞세워 큰 성장을 이루며 차익도 거뒀다. 베인캐피털이 투자한 기업에 투자하는 게 성공 투자 전략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베인케피털이 클래시스 매각 후 어떤 바이오 기업에 투자할지도 주목할만한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