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상장, 죄다 고꾸라지는데'…제테마만 승승장구하는 비결

by김지완 기자
2025.03.14 09:20:54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제테마(216080)가 ‘테슬라 요건 상장’(이익미실현기업 특례 상장) 기업 중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제테마는 지난 2019년 11월 테슬라 상장 2호 기업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테슬라 요건 상장은 지난 2017년에 1월에 도입된 제도다. 이 제도는 실적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어도, 성장 잠재력이 있으면 코스닥 상장을 허락한다.

제테마 홈페이지. (갈무리=김지완 기자)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테슬라 요건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제테마를 비롯해 카페24, 리메드,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티에스아이, 씨앤투스성진, 바이오다인, 제주맥주, 프롬바이오, 디어유 ,케이옥션, 성일하이텍,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더블유씨피, 유성에프앤씨, 알멕, 밀리의서재, 블루엠텍, 제일엠앤에스, 노머스, 닷밀, 데이원컴퍼니 등 22개다.

테슬라 요건 상장 제도는 도입된 지 8년이 지났지만, 문턱을 넘는 것 자체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평가다. 코스닥에서 테슬라 상장 요건으로 상장한 기업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특히, 주관사가 테슬라 요건 상장 기업의 주가 하락에 대해 투자자 손실을 보전해야 하기 때문에, 주관 자체에 부담을 느낀다.

구체적으로 테슬라 요건 상장 후 3개월 이내 주가가 공모가 9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주관사는 일반투자자 몫으로 배정된 공모주를 되사야 한다. 이른바 풋백옵션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주관사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제테마 관계자는 “제테마가 테슬라 요건 상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대웅제약-메디톡스 간 균주 기원에 대한 법적 다툼이 심각했다”며 “제테마는 명확한 보툴리눔 톡신 균주 기원이 있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제테마는 지난 2017년 상업용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유럽소재 국립기관으로부터 출처가 명확한 보툴리눔 톡신 타입 A, B, E 생산 균주를 각각 도입했다. 제테마의 보툴리눔 톡신은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지만, 출처가 분명해 균주관련 법적 논란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 부각됐다.

Type A, B, E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제공=제테마)


여기에 다양한 타입의 균주를 확보해 미용뿐만 아니라 치료용 시장 진출도 용이하다는 것이 높은 성장 잠재력으로 평가받았다.

타입 A 균주는 흔히 미용·성형 시장에서 쓰이는 균주다. 타입 E는 주입 후 24시간 이내 효과가 발현하고 4주 이내 소멸한다. 외과 수술 이후 회복과정에서 통증 감소용으로 쓰인다. 또, 결혼식과 같은 행사를 앞두고 단기 효과를 원하는 미용 시장 수요에 부합한다. 타입 B는 지속 기간이 3~4개월로 치료용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국내에서 타입 E 균주를 확보한 곳은 제테마뿐이다.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하는 테슬라 요건 상장이지만, 코스닥 입성 후 성적표는 제각각이다. 이중 제테마는 티에스아이, 카페24와 더불어 외형성장과 이익성장을 동시에 달성한 소수 기업 중 하나다.



제테마 매출은 지난 2021년 332억원, 2022년 460억원, 2023년 587억원, 지난해 685억원 순으로 꾸준히 외형성장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3억원, 40억원, 26억원, 44억원 순으로 꾸준히 흑자 행진을 이어왔다.

제테마 연간 실적. (단위:억원) (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24년 실적은 매출 685억원, 영업이익 44억원.
*2022년까지는 개별실적, 2023년 2분기부터 연결실적.


반면 나머지 대부분의 테슬라 상장 기업들의 실적은 초라하다. 제주맥주는 지난 3년간 200억원대 매출에 머물며 영업손실을 지속했다. 케이옥션은 2021년 매출 383억원에서 지난 2023년 122억원으로 매년 외형이 축소됐다. 이 기간 136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42억원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됐다.

특히 헬스케어 업종에선 제테마의 성과가 단연 돋보인다.

진단키트 제조사인 바이오다인은 지난해 40억원대 매출에 영업손실 21억원을 기록하며 초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산업용 마스크 필터 소재를 만드는 씨앤투스의 매출도 지난 2021년 1709억원에서 2023년 780억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563억원에 이르던 영업이익은 7억원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의료기기 업체 리메드는 흑자와 적자를 오가며 200억원대 매출에 머물러 있다. 건기식 업체 프롬바이오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2021년 1351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2023년 667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14억원에서 -154억원으로 급전직하했다.

제테마 관계자는 “제테마의 외형 성장은 필러 해외수출로만 이뤄낸 성과”라며 “코로나19에 따른 임상 지연 등으로 보툴리눔 톡신 국내 품목허가가 계획했던 것보다 많이 늦어졌다. 톡신이 예정했던 일정대로 품목허가가 됐다면 테슬라 요건 상장 기업 중 제테마에 필적할 기업이 없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테마가 기대되는 것은 아직 본 게임은 시작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당장 올 4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내년 브라질, 태국에서 제테마 톡신의 품목허가가 예상된다”며 “오는 2027년엔 중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허가가 이뤄질 것”고 밝혔다. 이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품목허가를 인정하는 국가들에서도 빠른 품목허가 절차를 통해 해외 진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테마는 브라질, 호주·뉴질랜드, 중국, 튀르키예, 태국 등 5개국에 1조원 규모의 사전 수출 계약을 맺었다. 제테마는 국내 톡신 품목허가를 기반으로 선수출 계약 국가들에서 품목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톡신의 식약처 품목허가는 다른 국가에서 임상 데이터 제출 면제, 심사 과정 축소 등의 역할을 한다. 제테마는 현재 미국에선 톡신 임상 2상, 중국에선 임상 3상을 각각 진행 중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제테마는 지난해 12월 식약처로부터 자사 보툴리눔 톡신 독소 A형 톡신제제 ‘제테마더톡신주 100단위’에 대한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국내 의약품 임상 자료가 통용되는 국가는 남미 17개국, 중동 7개국, 아시아(중국 제외), 아프리카 등이다.

제테마 관계자는 “올 상반기 튀르키예, 하반기 조지아 등의 국가에 톡신 수출에 더해 필러 성장이 더해지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