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젠, 일본 개인 유전자검사 다크호스 부상..."가격 83% 저렴"
by김지완 기자
2024.12.20 09:30:31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소마젠(950200)이 미국을 넘어 일본으로 보폭을 확대하며 외형성장을 꾀하고 있다. 소마젠은 일본 사업 성과에 힘입어 3분기 누적 개인 유전자 분석(DTC) 부문 매출이 지난해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
| 소마젠 일본 자회사 킨헬스 홈페이지에 올라온 개인 유전자 검사키트 챗진 설명. (갈무리=김지완) |
|
17일 회사에 따르면, 소마젠의 DTC 사업은 일본에서 급성장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 유전자 검사는 특정 항목의 유전자에 대해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검사 전문 기관을 통해 받을 수 있다. 기존 유전자 검사가 의사 판단과 처방에 따라 의료기관에서 진행되는 것과 큰 차이다.
앞서 소마젠은 지난해 8월 일본법인 킨헬스(KEAN Health)를 설립해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챗진’(chatGENE)이라는 브랜드로 일본에서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 사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에선 지난 2021년부터 킨헬스 브랜드로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은 소마젠의 첫 해외 진출 국가다. 소마젠은 2004년 설립 후 줄곧 미국에서만 사업을 영위해왔다. 소마젠이 일본에 진출한 이유는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와 관련한 제도 때문이다.
소마젠 관계자는 “일본에선 개인에게 제공 가능한 유전자 분석 항목 숫자가 400여 종에 이른다”며 “여기에 완화된 규정으로 의사를 통하지 않고도 당뇨, 비만, 만성질환 같은 질병 정보까지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면 미국에선 법적인 제약으로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에서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선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비교했다.
실제 미국에서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23andMe는 유방암, 치매, 파킨슨병 등을 FDA 허가를 받아 제공 중이다.
유럽도 개인 유전자 분석 검사 규제가 엄격하다. 영국과 벨기에만 개인 유전자 분석 검사 서비스를 할 수 있고 이 외 국가에선 금지돼 있다. 특히, 독일, 프랑스, 포르투칼은 검사 주체를 의사로 한정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아직 관련 규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제한적으로 70개 항목만 검사할 수 있다.
일본 내 바이오 헬스 산업 규제는 지침 형태로 법적 강제력이 없다. 현재 일본에선 개인 유전자 분석 검사 서비스에 많은 업체가 참여 중이고 검사 대상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는 기술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며 “규제가 완화되면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고 시장에 도입하는 데 큰 자유를 갖게 돼 혁신과 기술 발전을 가속화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면 중국이 전기차 글로벌 최전선이 된 것처럼 일본이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 분야 세계 최전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소마젠의 DTC 서비스 경쟁력은 경쟁사 대비 파괴적인 가격임에도 가장 많은 검사항목 숫자에 있다.
킨헬스의 ‘쳇진’ 개인 유전자 분석 검사비는 6800엔(6만3436원)이다. 쳇진은 400개 검사 항목을 제공한다. 6800엔에는 세금이 포함돼 있고 배송비는 무료다. 프리미엄 서비스인 챗진 프로는 500여개 항목(남자 492항목, 여자 495항목)을 검사하고 가격은 9900엔(9만2356원)으로 책정돼 있다..
| 소마젠 일본 자회사 킨헬스 홈페이지에 게재된 경쟁사와 비교한 개인 유전자 검사 서비스 가격이다. 소마젠의 챗진은 검사 1항목당 15엔으로 저렴하다. (갈무리=김지완 기자) |
|
반면 야후 재팬이 유전자 검사 기업 진퀘스트(Gene Quest)와 협력해 제공하는 개인 유전자 검사 서비스는 검사 항목이 300개인데, 이용 가격은 2만9800엔(28만원)에 달한다.
또 다른 경쟁사 마이코드(MYCODE) 역시 280여 가지 항목을 검사하는 데 2만9800엔(28만원)을 제시하고 있다. 마이코드는 100개 항목 검사엔 1만9800엔(18만4638원), 30개 항목 검사엔 9800엔(9만1386원)을 각각 요금으로 책정하고 있다. 소마젠의 쳇진이 경쟁사의 기본 상품보다 가격이 83%가량 저렴하단 얘기다.
킨헬스 홈페이지에선 챗진 가격이 검사 1개 항목당 15엔(139원)으로 A사 37엔(345원), B사 85엔(792원)보다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챗진은 33종의 암 검사를 포함해 감염, 뇌신경, 호흡기, 심뇌혈관, 내분비, 소화기, 신장 비뇨기, 생식기, 혈액, 면역, 안, 이비인후, 이, 피부, 근골격근, 정신 등 다양한 일반 질환을 검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외에도 식습관, 운동, 피부, 머리, 수면, 성격 등이 검사항목에 포함됐다”이어 “혈액 대신 타액(침)으로만 모든 검사가 이뤄져 편의성을 극대화했다”고 강조했다.
챗진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검사 키트를 집으로 배송해준다. 고객은 진단 키트에 타액을 채취한 뒤 검체를 회사로 보낸다. 2~3주 이내 분석 결과를 보내준다. 고객은 검사 결과를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올해 유전자 검사 시장 규모는 117억9080억달러(17조원)로 전망된다. 이는 5년 사이 2배가량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이다.
김인영 서울대 생명공학공동연구원은 ‘DTC 유전자를 활용한 개인 맞춤 서비스의 최신 동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유전자 시퀀싱 비용이 놀라운 속도로 감소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개인 유전체 분석 검사 산업이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추세 속 일본 내 개인 유전자 검사 시장 성장세는 가파르다. 일본 암 유전자 검사 시장은 2022년 대비 64.2% 증가해 오는 2027년엔 174억엔(1623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매출 기대감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소마젠 관계자는 “킨헬스 대표가 일본인인데, 굉장히 전략작”이라면서 “일본 현지 소매유통점을 적극 공략하며 빠르게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 일본 매출이 1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며 “올해가 출시 첫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과”라고 덧붙였다.
실제 일본 킨헬스 활약에 힘입어 소마젠 DTC 매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소마젠의 올해 3분기 누적 개인 유전체 분석 부문 매출은 약 23억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 17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독립리서치 GL리서치는 지난달 14일 보고서를 통해 소마젠의 올해 개인 유전체 분석(DTCGT) 서비스 매출이 35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편, 소마젠은 지난해 매출 323억원, 영업손실 3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