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아들 학대하던 본인 모습, 왜 똑바로 못 쳐다보나요?”[그해 오늘]

by이로원 기자
2024.09.29 00:01:01

5살 子 ‘목검 폭행’ 사망케한 20대 계부
대법서 징역 25년 확정
재판 중 CCTV 속 학대 모습, 쳐다보지도 못해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손발을 묶은 5살 의붓아들을 동생들이 보는 앞에서 목검으로 때려 숨지게 한 아버지 A(28) 씨. 2019년 9월 29일 인천지방경찰청은 이 남성을 구속했다. 앞서 A씨가 아동학대로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지 1년여 만이었다.

A씨는 2016년 12월께 피해 아동의 친모 B씨의 이혼을 도와주며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B씨의 아들인 C군과 D군을 폭행했고, 2018년 아동학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1년간 피해자들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A씨가 아동학대 유죄 판결을 받기 전까지 C군과 D군은 보호시설에서 지냈고 B씨 또한 A씨와 분리된 채 생활했다. 그러나 B씨는 시설에서 자진 퇴소한 뒤로 A씨와 동거를 이어갔고 아들 E군을 출산했다.

B씨와 법률상 부부가 된 A씨는 2019년 7월 접근금지 기간이 끝난 뒤 두 자녀를 집으로 데려왔다. 이것이 참극의 시작이었다.

이후 그는 8월 31일부터 12일간 가족들과 여행하며 C군의 행동을 문제 삼고 학대를 결심했다. 아들이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고 무시한다는 황당한 이유에서였다.

급기야 A씨는 같은 해 9월 13일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세 자녀에게 하루 한 끼 식사와 음료만 주고 11일간 내버려두는 식으로 방임했다. 이틀 뒤인 15일에는 목검 등으로 C군을 수백 회 때렸고 12일간 감금하고 협박했다.

A씨는 C군이 사망하기 전까지 그를 방바닥에 수회 내려치고 25시간 묶어 방치하는 등 범행을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B씨가 “아이를 풀어주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A씨는 C군을 계속 방치했다. 또 자신이 기르던 대형견과 C군을 화장실에 함께 가두거나 D·E군이 보는 앞에서 C군에게 가혹행위를 했다.

오랜 학대로 탈진 상태였던 C군은 9월 26일 오후 10시께 두개골이 골절되고 복부손상 등이 발생해 숨졌다. 케이블 타이로 손발이 묶인 지 하루 만이었다.



이후 A씨가 접근금지 명령을 어겼던 것과 보육기관이 아동복지심의위원회를 열지 않고 아이들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관계 당국을 향한 지적도 잇따랐다.

또 시설에서 가정으로 돌아간 피해 아동이 사후 관리를 받지 못한 사례에 대해서도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기관 담당자가 심리치료 및 부모교육을 요청했지만 A씨가 모두 거부하고 학대를 일삼았기 때문이다.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법정에서 “C군을 폭행한 건 사실이지만 훈육을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일 C군이 숨 쉬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스스로 119에 신고했고 응급구조 조치를 했다”며 “C군을 살해할 고의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C군은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쓸쓸하게 짧은 생을 마감했다”며 A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또 “피해자가 거짓말한다는 등 이유로 폭행·감금하는 것은 훈육이라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순간적인 분노나 스트레스 등 감정 해소를 목적으로 (아들을) 학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C군에 대한 학대 장면이 담긴 집 안 폐쇄회로(CC)TV 영상도 공개됐다. 법정에서 영상이 재생되자 A씨는 자신의 잔혹한 학대 장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선고 이후 검찰은 A씨에 대한 형이 가볍다며 항소장을 제출했고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는 등 이유로 항소했다가 곧 취하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원심보다 높은 징역 25년을 선고했고 2021년 대법원이 A씨와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며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