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밥심’ 옛말…쌀 안 먹는 한국인들

by김은비 기자
2024.08.12 05:00:00

5일 기준 80kg 당 17만8476원…수확기 대비 17%↓
쌀 소비량 예상보다 크게 감소…민간 재고 쌓여
정부·농협 쌀 25만t 격리에도 쌀값 하락 못 막아
농식품부 "2~3순기 더 지켜봐야…올해 선제적 대책"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산지쌀값이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떨어져 17만원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확기와 비교하면 17%나 떨어진 수치다. 예상보다 쌀 소비량이 크게 감소한 탓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회원 등이 지난 9일 오전 경남 의령군 지정면 한 농로에서 ‘논 갈아엎기 투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 쌀값 인상을 요구하며 이날 논을 갈아엎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이달 산지쌀값은 20㎏당 4만4619원으로 집계됐다. 한 가마(80kg)으로 계산하면 17만8476원으로 전순기(17만9516원) 대비 0.6% 떨어졌다.

산지쌀값은 지난해 10월 5일 80kg 당 21만7552원으로 정점을 찍었을 때와 비교하면 17%나 떨어졌다. 이후 쌀값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수확기(10~12월) 평균 산지쌀값은 20만2797원으로 정부가 약속한 20만원대를 겨우 지지했지만, 이후 8개월 동안 12% 가량이나 떨어진 셈이다.

이처럼 산지쌀값이 하락하는 이유는 쌀 소비량 감소가 예상보다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서는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평균 56.4㎏로, 1년 전보다 0.6% 줄어들며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30년 전인 1993년의 소비량(110.2㎏)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쌀 소비 감소폭이 예상보다 더 크면서 쌀 재고량이 많이 쌓인 상태”라며 “현장에서는 지난해보다 10%나 줄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민간 쌀 재고량이 급증하면서 재고 부담에 따른 저가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쌀값을 떨어뜨리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농협과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 등을 포함한 민간의 쌀 재고량은 51만1000t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3만t(80.7%) 늘었다. 평년 대비로는 16만7000t(48.0%) 증가했다.



정부의 쌀값 안정 대책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수확기 쌀값 안정 대책을 통해 식량 원조용으로 민간 재고 5만t을 매입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도 당정 협의를 통해 5만t을 추가 매입해 총 10만t을 식량원조용으로 매입했다.

이후에도 쌀값이 지속 하락하자, 지난 6월 민당정 협의회에서 쌀 재고 5만t을 식량원조용으로 매입하고, 농협을 중심으로 소비촉진 운동 등을 통해 10만t 규모로 재고 해소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매입한 15만t에 농협의 10만t을 합하면 총 25만t의 시장격리 효과가 있는 셈이다.

농식품부는 농협과 함께 발표한 쌀값 안정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산지 쌀값 동향, 민간재고 상황 및 현장 분위기 등을 모니터링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7일 기준 정부가 매입하기로 한 5만t 중 75%인 3만8000t을 매입 완료했다.

또 2024년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한 대책도 보다 선제적으로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다. 통상 정부는 10월초 통계청의 쌀 예상생산량조사가 나오면 이에 따른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값 안정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2~3분기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쌀값 및 재고 물량, 올해 쌀 생산량 및 내년 예상 소비물량 등을 고려해 선제적인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