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명 생명 앗아갔다…'곰팡이 오염주사' 뭐길래[그해 오늘]
by김민정 기자
2024.03.23 00:01:13
공갈·공모·사기만 유죄
NECC, 사건 후 파산신청
피해자·유가족에 2억 달러 지급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2017년 3월 23일, 미국에서 64명의 사망자를 낸 2012년 ‘곰팡이 오염주사 사건’에서 약품 제조회사 사장의 살인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연방 대배심은 약품제조사 ‘뉴잉글랜드 컴파운딩센터’(NECC)의 배리 캐든 전 사장(50)에 대한 25건의 2급 살인 혐의에서 무죄를 평결했다.
그러나 대배심은 공갈과 공모, 사기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이 사건은 2012년 미 전역 20개 주에서 곰팡이의 일종인 아스페르길루스에 오염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수백 명이 집단으로 뇌수막이 걸리면서 시작됐다. 환자들은 모두 이 주사를 척추에 맞고 뇌수막염에 걸렸다.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 주변의 막이 세균이나 바이러스·기생충·곰팡이 등에 감염돼 부어오르는 질병으로, 1~4주의 잠복기를 거쳐 발생한다. 초기 증상으로는 극심한 두통과 메스꺼움·현기증·고열 등이 있다.
문제의 주사는 NECC가 조재한 주사액으로 주로 등의 통증을 치료하는 처방약으로 의료기관에서 사용됐으며, 상점에서 흔히 판매되는 형태의 일반 의약품은 아니었다.
곰팡이균에 오염된 스테로이드 주사를 척추에 맞으면 균이 중추신경계로 바로 들어가 뇌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에 염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 주사로 800명에 가까운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64명이 사망해 미국 공중보건사에 ‘오점’을 남겼다.
미 식품의약국(FDA)는 NECC에 대한 조사에서 주사제 살균 가정이 조제 기준에 미달하는 등의 문제를 적발했다.
더러운 매트와 물이 새는 보일러, 검은 잔해들이 떠다니는 물병 등을 발견한 조사관들은 깨끗하게 관리돼야 할 조제시설이 벌레와 쥐로 들끓었다고 전했다.
연방 검찰은 캐든이 “환자보다 이익추구를 우선했다”며 100건에 가까운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변호인들은 주사제들이 어떤 경로로 오염됐는지, 그리고 환자 사망 과정에서 캐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검찰이 규명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NECC는 사건 후 파산신청을 했으며,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2억 달러(2242억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