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바이오로직스, 올해부터 콜레라 공공백신 시장 ‘독식’
by김새미 기자
2024.01.24 08:50:22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유바이오로직스(206650)가 올해부터 콜레라백신 공공시장을 완벽하게 독식하게 됐다. 유일한 경쟁사였던 샨타바이오테크닉(Shantha Biotechnics)이 콜레라 백신 생산을 중단하면서 남은 시장점유율 15%까지 차지하게 된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상용화한 콜레라 백신은 유바이오로직스의 유비콜(Euvichol)과 샨타바이오테크닉의 ‘샨콜(Shanchol)’뿐이다. 샨타바이오테크닉은 인도에 자리잡고 있으며 사노피가 100% 출자한 자회사다.
유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1월 식품의약국안전처로부터 유비콜의 수출 허가를 받고,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받아 2016년 10월부터 유비콜 수출을 개시했다. 2017년에 유비콜의 생산량은 이미 560만도즈로 샨콜을 앞지르며 공공백신 시장 점유율 1위로로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샨타바이오테크닉의 샨콜 생산능력(CAPA)은 연간 400만~500만 도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샨타바이오테크닉은 2022년 10월 샨콜의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지난해 샨콜은 전체 콜레라 백신 재고의 15%를 차지했다. 이렇게 지난해 말까지 공급됐던 샨콜의 재고도 바닥나 현재는 샨콜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 올해부턴 유비콜이 콜레라 공공백신 시장을 독식하게 된 셈이다.
전 세계 콜레라 공공백신 시장은 지난해 700억원대 규모로 추정될 정도로 큰 시장은 아니다. 그러나 콜레라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올해는 글로벌 시장 규모가 9300만달러(한화 약 125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바이오로직스가 유비콜로만 1200억원대 매출을 거둘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는 단순 공급량만 기준으로 추정한 매출이다. 유바이오로직스가 올해 콜레라 백신의 평균판매단가(ASP)를 20% 가량 인상했다는 점을 반영하면 이보다 더 큰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 경쟁사가 없어지고 단독 공급하는 업체가 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가격 협상에서 유바이오로직스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전망이다.
한편 민간 콜레라 백신 시장은 프랑스 발네바사의 ‘듀코랄’이 장악하고 있다. 듀코랄의 2022년 매출은 1733만5000유로(한화 약 250억원)다. 민간 콜레라백신 시장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여행자용 백신 위주로 구성돼 있다. 여행자용 백신은 공공 백신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듀코랄이 공공 백신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올해 유비콜이 늘려야 할 공급량은 40%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니세프가 수주한 콜레라 백신 공급 규모는 지난해 3600만도즈에서 올해 4900만도즈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주량의 약 90%가 실제 주문량으로 이어진 점을 고려해 4600만도즈를 공급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공급량은 전년보다 43.8%나 늘려야 한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콜레라 백신 물량 부족에 대비해 증산 준비도 마쳤다. 유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춘천에 위치한 1공장을 통해 유비콜을 생산하고 있다. 1공장의 연간 생산능력(CAPA)는 원액(DS) 3300만도즈, 완제(DP) 4200만도즈다. 유니세프가 올해 수주한 4900만도즈를 채우려면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1공장과 동일한 규모의 2공장을 증설해 올해 상반기 내에 원액부터 WHO PQ 인증을 획득,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완제 4200만도즈 규모의 증설은 내년 하반기에 완료될 전망이다. 따라서 완제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위탁생산을 통해 공급하기로 했다.
최근 유바이오로직스는 GC녹십자와 유비콜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녹십자(006280)는 2026년까지 충북 오창 통합완제관에서 유비콜의 완제 1500만도즈를 생산하기로 했다. 2026년부터는 2공장을 통한 유비콜 완제 자체 생산 비율을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2~3년간은 유비콜이 콜레라 공공백신 시장을 독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콜레라 백신을 개발 중인 곳으로는 인도의 바라트바이오텍이 있으며,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2025년 말~2026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생산능력은 연간 1500만도즈로 추정된다.
국제백신연구소(IVI)는 콜레라 퇴치를 위해서는 연간 9000만도즈의 백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향후 콜레라 공공백신 시장에서 요구되는 생산량이 연간 9000만도즈로 늘어난다면 유바이오로직스가 6000만도즈를 공급하면서 안정적인 시장점유율을 지키겠다는 게 회사 측의 전략이다.
이처럼 유비콜 공급량이 늘면서 유바이오로직스의 매출도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에는 연매출 1000억원대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바이오로직스 전체 매출에서 유비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94.6%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유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은 2020년 285억원→2021년 394억원→2022년 555억원으로 성장해 왔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는 유바이오로직스의 연매출이 지난해 680억원일 것으로 추정하고, 올해 연매출은 1167억원으로 퀀텀점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전망치에는 유비콜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유바이오로직스는 콜레라 백신으로 2024년 환골탈태할 기업”이라면서 “2023년에는 콜레라 백신 수출 확대로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며 2024년에는 콜레라 백신 가격, 공급 물량 동반 성장에 큰 폭의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