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론바이오 대해부]①박테리오파지 글로벌 선두업체,피보다 진한 ‘형제 경영’

by김새미 기자
2023.08.11 08:50:32

형제가 각자대표로 신약·수익사업 맡는 ‘밸런스 경영’
‘시약의 국산화’ 모토로 출발…동물용 사료로 수익 창출
사람 대상 신약개발로 방향 전환…면역치료제로 확장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인트론바이오는 명실공히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관련 분야의 세계적 선두 그룹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트론바이오는 유익한 특성을 가진 박테리오파지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다양한 질병 치료의 길을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박테리오파지 연구를 면역치료 분야로 확대하고 마이크로바이옴을 컨트롤 함으로써 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윤경원 인트론바이오 대표이사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윤경원 인트론바이오 대표이사는 자사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인트론바이오는 박테리오파지 유래 바이오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다. 박테리오파지란 세균의 균형·제어 역할을 하는 생물체로 흔히 ‘세균을 잡아먹는 바이러스’, ‘세균의 천적’ 등으로 불린다.

인트론바이오는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창립자인 윤성준 대표이사(69년생)와 윤경원 대표이사(71년생)가 각각 신약사업(신약파트)과 수익사업(DR파트)을 나눠서 맡는 ‘밸런스 경영’이 특징이다.

인트론바이오는 1999년 서울의대 암 연구센터에서 근무했던 윤성준 대표가 설립한 회사다. 윤성준 대표는 서울의대 암연구센터 병역특례과정 중 박사과정 진학이 외부 요인으로 불가능해지자 자체 개발한 연구용 시약 기술을 기초로 돈을 벌자고 결심하게 됐다. 신약개발 사업을 염두에 두고 회사를 세운 윤성준 대표는 연구개발(R&BD)에 집중하기 위해 동생인 윤경원 대표를 2001년 12월 입사시켰다.

과장으로 입사한 윤경원 대표는 차근차근 승진을 거쳐 2014년 대표이사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윤경원 대표 덕분에 인트론바이오는 자금난에서 빠르게 벗어나 캐시카우를 확보하는 등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윤경원 대표는 대외적인 일과 내부 살림살이를 도맡으면서 윤성준 대표가 신약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윤성준 대표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도 있고, 우리 형제는 각자의 성격과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시너지가 있다”며 “초중고에서 대학은 물론, 회사까지 같은 곳에서 일하는 형제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의 능력을 존중한 것이 지금까지 형제경영을 해온 원동력이었다”고 언급했다.

인트론바이오 DR파트는 분자진단·신속항원(항체)진단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신약개발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선 수익사업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인트론바이오는 분자진단사업에 발을 들이게 됐다. 1999년 ‘시약의 국산화’를 모토로 사업의 첫 발을 뗀 인트론바이오는 2004년경 동물 감염성 바이러스 진단제품을 개발·출시하면서 동물 진단분야에 진출했다.



이 무렵 인트론바이오의 신약파트는 박테리오파지 기술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동물용 항생제대체재 사업에 진출했다. 해당 사업은 신약파트의 BD사업부에 포함되면서 신약파트에서 꾸준히 매출을 내고 있다. 신약파트는 원천기술을 활용해 기술수출이나 사업화를 수행하는 생명공학연구소와 박테리오파지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BD사업부로 나눠져 있다.

사업 초창기 인트론바이오의 박테리오파지 연구는 살모넬라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는 등 동물 분야에 집중해 이뤄졌다. 이에 대해 윤경원 대표는 “당시 사람에게 직접 박테리오파지를 먹이거나 투여하는 것은 현실적인 이유로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사람보다는 한층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동물 분야에 먼저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인트론바이오는 박테리오파지를 사료첨가제 형태로 산업화하는데 성공한 업체다. 국내에선 2011년 동물사료 내 항생제 첨가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수혜를 입게 됐다. 동물용 항생제대체재 사업은 꾸준히 수익을 내면서 인트론바이오가 인체 분야 신약 연구개발에 뛰어드는 발판이 됐다.

수의학을 전공했던 초창기 연구소장이 퇴사한 이후 윤성준 대표가 직접 연구소를 이끌게 되면서 인트론바이오는 인체 대상 신약개발로 방향을 전환하게 됐다. 특히 박테리오파지 자체가 아닌 엔도리신(Endolysin)으로 연구 방향을 전환시킨 게 인트론바이오 발전에 영향이 컸다는 게 윤경원 대표의 설명이다. 엔도리신은 박테리오파지가 세균을 죽일 때 작용하는 단백질 효소다.

인트론바이오는 동물 분야에 대한 투자는 일정 수준만 유지하고 나머지 수익을 인체 분야의 R&BD에 재투자했다. 2014년에는 슈퍼박테리아 치료제가 임상에 진입하는 등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이처럼 인트론바이오의 연구개발 분야는 대략 5년 주기로 시약→진단→신약 분야로 변화해왔다. 신약 분야 측면에서는 세균 질병→바이러스 질병→면역 질환 순으로 영역을 확대시키고 있다. 내년에는 면역치료제 분야로 진출한다는 게 인트론바이오의 계획이다.

윤경원 대표는 “인트론바이오는 당연히 블록버스터 신약을 통해 기업으로서의 존재의미를 지켜나갈 것”이라면서도 “이와 더불어 모럴버스터 신약을 통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사명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모럴버스터(Moral Buster) 신약이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블록버스터 신약을 의미하는 합성 신조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어 그는 “세균 질환과 바이러스 질환에 대해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려면 박테리오파지를 잘 이해하고 이용해야 한다”며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 신약 개발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건강과 면역에 직접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