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텔로머라제 억제제 ‘이메텔스타트’ 허가 시동...에스티팜 수혜 어디까지?
by김진호 기자
2023.06.12 09:15:47
美제론 '이메텔스타트'는?...텔로머라제 억제 기전 최초 골수이형성증후군 신약 후보
내년 상반기 중 美허가 목표...추가 적응증 임상 3상도
"원료 공급사는 에스티팜 '추정→확실'"...2~3년 1000억원 이상 신규 수주 가능성↑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미국 제론 코퍼레이션(제론)이 이달 중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기반 골수이형성증후군 신약 후보 ‘이메텔스타트’(개발명 GRN163L)에 대한 미국 내 허가 절차에 돌입한다. 지난 1월 해당 약물의 성공적인 임상 3상 결과를 내놓은 지 5개월 만이다. 이메텔스타트 생산을 위한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를 공급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에스티팜(237690)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 미국 제론 코퍼레이션이 개발한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 기반 최초의 텔로머라제 억제 방식의 골수이형성증후군 신약 후보물질 ‘이메텔스타트’의 개념도.(제공=제론 코퍼레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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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론이 ‘이메텔스타트의 상업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했고, 에스티팜은 혈액암 관련 제제의 상업화를 위한 원료 공급을 추가로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의 소식이 맞물려 나오면서, 사실상 에스티팜이 이메텔스타트 원료 공급사라는 것이 더욱 공공연하게 굳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제론은 6월 중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메텔스타트의 허가신청서(NDA)를 제출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 중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6일 뒤인 31일에는 에스티팜이 미국 소재 바이오기업으로부터 1640만달러(한화 약 218억원) 규모의 상업화용 치료제의 원료로 쓰일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지난 2021년 에스티팜은 미국의 바이오텍과 180억원 규모 임상 3상용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 신약의 원료 공급 계약을 공시했다. 당시 비밀유지 서약에 따라 명확한 상대방을 공개하지 않은 바 있다. 해당 공시에서 에스티팜은 원료를 공급한 신약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가 2023년 초에 발표될 것이라 예고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이메텔스타트의 3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양사간 계약이 이뤄졌을 것이란 추정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번에 양사가 연달아 내놓은 상업화 계획 및 수주 소식 등이 더해져, 사실상 에스티팜이 이메텔스타트의 원료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 확실해졌다는 평가다.
제론이 개발한 이메텔스타트는 저위험 골수이형성 증후군 환자 대상 최초의 텔로머라제 억제제 기전을 가진 신약 후보물질로 알려졌다. 텔로머라제는 염색체 말단의 반복되는 염기서열인 텔로미어에 결합해 그 길이를 늘려주는 효소다. 이멜텔스타트는 텔로머라제 효소가 가진 염기서열에 상보적으로 결합하도록 설계한 리보핵산(RNA) 조각이며, 텔로머라제를 방해해 비정상 세포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메텔스타트의 첫 적응증은 재발성 및 불응성 또는 적혈구 생성자극제(ESA)에 부적격인 저위험 골수이형성증후군이다. 임상 3상에서 1차 평가 지표(1차 지표)인 8주 이상 ‘수혈 독립성’(TI)은 이메텔스타트 투약군이 39.8%로 위약군(15%)대비 2.5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2차 지표인 24주 이상 TI 역시 해당 약물의 투약군이 28%로 위약군(3.3%) 대비 8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제론 측은 이메텔스타트의 허가 가능성을 자신하는 모양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페이에 펠러 제론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장기간 높은 TI를 유지했고, 헤모글로빈 수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저위험 골수이형성증후군 환자의 빈혈 및 급성 백혈병 진행 비율 등을 크게 낮췄다”며 “2024년 미국에서 시판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에스티팜 측은 자사가 수주받아 공급한 혈액암 대상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 기반 신약 후보물질이 첫 적응증으로 상업화 성공 시 2~3년 내 매출이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상 이 약물이 이메텔스타트라면 골수이형성증후군 시장내에서 해당 매출을 달성할 것이란 의미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은 약 1000억~1500억원의 추가 원료 공급 매출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에스티팜의 전체 매출(2254억원)의 절반을 뛰어넘는 규모다. 사실상 해당 혈액암 신약이 업계 추측대로 이메텔스타트라면, 그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우리가 수주해 상업화 최종 단계에 진입한 혈액암 신약 후보물질은 임상에서 1㎏당 7.5㎎을 씩 투약하도록 설계됐다. 평균 성인몸무게 70㎏환자가 매월 1회씩 1년간 약 6800㎎다”며 “해당 후보물질이 두 가지 이상 적응증으로 개발되고 있어 이와 관련해 향후 3조원 이상의 매출은 충분히 나올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원료 매출도 1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 기반 혈액암 제제의 연간투약량이 동종계열의 고지혈증 치료제(600㎎)보다 11배 이상 많기때문에 원료공급사에게 많은 수익성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메텔스타트의 적응증 확장을 위한 추가 임상이 진행중이다. 제론 측은 현재 이메텔스타트의 추가 적응증으로 ‘골수섬유증’과 관련한 한 2건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골수섬유증 환자에서 이메텔스타트와 기존에 가장 널리쓰이는 치료법을 비교하는 임상 3상(2025년 8월 완료 예정) 및 야누스키나아제(JAK) 억제제 ‘자카비’(성분명 룩소리티닙)와 비교하는 임상 1상(2026년 12월 완료 예정)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제론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에서 골수이형성증후군 및 골수섬유증 등 이멜스타트가 적용가능한 질환 시장에서 약 70억 달러(한화 약 9조1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RNA 신약 개발 업계 관계자는 “이메텔스타트의 각종 임상과 허가 과정에서 에스티팜의 원료가 사용된 것이 굳어진 상황이다”며 “허가단계에서 상용된 원료 공급사를 바꾸는 일은 없다. 관련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고 귀띔했다. 이어 “매출이나 적응증 확대로 이메텔스타트의 상업성이 높아질수록 기존 원료공급사의 신규 수주 계약 또는 장기 계약 등으로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원료 공급사를 바꾸는 일은 GMP 인증 등 최소 수년이 걸린다”며 “우리가 수주해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 원료를 공급한 약물이 신약으로 개발돼 시장이 확대될수록 매출 및 수익성에서 큰 혜택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