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카네맙 뛰어넘자 빅파마 입질...정재준 “임상3상,기술수출 확신”
by송영두 기자
2023.04.10 08:00:54
바이오마커 혈중 농도 감소, 레카네맙 대비 두 배 높아
뛰어난 효능에 글로벌 제약사 직접 아리바이오에 연락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아리바이오 치매치료제(AR1001)가 임상 2상 바이오마커 분석 결과 FDA 허가를 받은 치료제 대비 뛰어난 효능을 입증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AR1001은 레카네맙과 아두카누맙 대비 뇌세포 손상에 영향을 주는 바이오마커 감소율이 두 배 이상 높았다. 특히 이 같은 결과가 발표되자, FDA 허가받은 치매치료제를 보유한 빅파마가 직접 연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결과로 현재까지 진행 중인 기술수출 협의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8일부터 1일까지 스웨덴 구텐버그에서 열린 뇌신경 국제학술회의 ‘2023 AD&PD’에서 아리바이오는 개발 중인 AR1001 미국 임상 2상 바이오마커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데이빗 그릴리 워싱턴주립대 신경과 교수이자 아리바이오 CMO는 “미국 임상 2상 참여 환자의 혈액 내 주요 바이오마커 ‘pTau181’, ‘GFAP’ 분석에서 확연하고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pTau181과 GFAP는 알츠하이머병 진단과 진행을 추적하는 중요한 바이오마커로 떠올랐다. pTau181은 인산화된 타우단백질로, 뇌척수액 또는 혈액에서 측정된다. 뇌세포 손상을 가속화 하는 역할을 하고, 혈액 내 pTau181 농도는 알츠하이머병의 중요한 바이오마커로 평가받는다. GFAP는 혈중 글리아 섬유아세포 세포질성 효소 단백질이다. 뇌 병리학적 변화와 관련된 지질 단백질의 생물학적 활동을 나타내는 생체 표지자다.
이들 바이오마커 분석 결과 AR1001 투약 26주에 30mg 투약군에서 pTau181과 GFAP 모두 위약군 대비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pTau181은 52주에서 10mg과 30mg 투약군에서 각각 1.214 pg/mL, 1.355 pg/mL 감소해 두 투여군 모두 시작점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됐다(p<0.005). GFAP 역시 10mg 투약군에서도 시작점 대비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츠하이머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pTau181은 투약 52주 후에 시작점 대비 25% 이상 감소율을 보였다. 이는 최근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받은 바이오젠-에자이의 아두카누맙, 레카네맙 대비 두 배 이상의 높은 개선율이다.
| AR1001 투약에 따른 pTau181 바이오마커 변화.(자료=아리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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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1001 바이오마커 주요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AR1001 30㎎을 52주 동안 복용한 투여군은 혈액 내 pTau181 농도가 4.65에서 -1.36으로 29.25% 감소했다. 반면 레카네맙 10㎎을 52주 동안 투여받은 투약군은 pTau181 농도가 3.7에서 -0.45로 12.16% 감소했다. 아두카누맙도 레카네맙과 같은 방식으로 투여받은 군의 pTau181 농도가 3.21에서 -0.40으로 12.5% 감소했다.
업계 및 전문가들은 최근 pTau181 같은 바이오마커가 알츠하이머 발병에 영향을 끼치고, 조기진단과 치료를 위해 적극 활용되는 만큼 이번 결과가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치매치료제 개발 기업의 한 전문가는 “환자의 질병 진행 속도 및 뇌세포의 손상 등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pTau-181의 검사가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평가하는데 더 적합하다. 이는 학계에서도 모두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美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 신경학과 연구진은 pTau181 혈중 농도를 측정, 알츠하이머 상태와 진단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중증 알츠하이머 환자는 일반인 대비 pTau181 혈중 농도가 3.5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스웨덴 룬드대 연구팀도 pTau181이 알츠하이머 발병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현재까지 FDA가 인정하는 알츠하이머 진단은 인지기능 저하 등 임상적인 의사 판단, 명확한 알츠하이머 관련 바이오마커 검출이다. 또 FDA가 인정하는 알츠하이머 바이오마커는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이라며 “진단은 뇌 PET 영상기법과 뇌척수액을 통한 아밀로이드 농도 검사가 있다. 하지만 손쉬운 접근이 어렵고, 비용적인 부담이 있어 새로운 바이오마커 진단 방법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망한 바이오마커가 pTau181이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츠하이머 분야에서 주목받는 바이오마커 pTau181에 대한 성과는 현재 진행 중인 AR1001 임상 3상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바이오젠도 타우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만큼 AR1001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리바이오는 AR1001 바이오마커 분석 결과를 발표한 국제학회 현장에서 여러 건의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이번 결과 발표로 여러 빅파마에서 큰 관심을 보였고, 학회에서도 바로 여러 건의 미팅이 진행됐다”며 “이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해 FDA 허가를 받은 기업에서도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현재 FDA 허가를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레카네맙과 아두카누맙으로, 개발사는 바이오젠과 에자이다.
특히 정 대표는 치매치료제에 대한 FDA 허가 기조 등을 언급하면서 AR1001 기술수출과 임상 3상에 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FDA는 일부 집단의 인지기능 개선보다는 확실한 아밀로이드 감소를 바탕으로 레카네맙 등을 허가했다. 이는 FDA가 임상적인 판단의 인지기능 개선이 아닌 바이오마커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AR1001이 허가 약물들 대비 2배 이상의 바이오마커 개선을 보였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고, 그만큼 임상 3상에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는 이유다. 현재까지 진행 중인 기술수출 협상도 이번 결과 발표로 인해 가속화할 것”이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