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알리글로로 ‘7번째 FDA 신약’ 도전장...4월 현장실사
by나은경 기자
2023.03.29 08:14:49
내년 초 FDA 허가 여부 결정
12兆 美시장서 목표점유율 6%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 도전 ‘사수생’인 GC녹십자(006280)의 면역질환치료제 ‘알리글로’(국내 제품명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가 다음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현장실사를 시작으로 신약허가 일정을 재개한다. 지난해 FDA 허가를 받은 유일한 한국 신약이었던 한미약품(128940) ‘롤론티스’에 이어 알리글로가 일곱 번째 FDA 허가 신약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GC녹십자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미뤄졌던 알리글로(IVIG-SN 10%)의 FDA 현장실사가 오는 4월 중 진행될 예정이다. 하반기 회사측이 FDA에 생물학적제제허가(BLA)를 재신청하면 약 6개월간의 리뷰를 거쳐 허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내년 초 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알리글로는 사람의 혈액 내 액체성분인 혈장에서 특정 단백질을 분리·정제해 만든 고농도 면역글로불린 제제다. 선천성 면역결핍증이나 혈액암·조혈모세포이식 등으로 인한 후천성 면역결핍증,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면역결핍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GC녹십자는 2015년 면역글로불린 함유량이 낮은 ‘IVIG-SN 5%’의 BLA를 신청하면서 처음 미국 혈액분획 제제 시장에 도전했지만 이후 FDA로부터 두 차례 보완요구서한(CRL)을 수령하며 허가신청을 포기한 바 있다. 당시 CRL 수령 사유는 제조공정 관련 자료 보완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농도를 높인 IVIG-SN 10%로 6년만에 FDA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GC녹십자는 IVIG-SN 10%가 품목허가를 받으면 IVIG-SN 5%의 BLA도 재제출해 재도전에 나설 방침이다.
| 미국의 면역글로불린 시장 현황 (자료=GC녹십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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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가 이 시장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도전하는 이유는 시장성이 좋기 때문이다. 미국의 면역글로불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96억 달러(한화 약 12조3000억원)로, 품목허가를 받으면 1%의 시장점유율만 차지해도 1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가면역질환이 늘어나 면역글로불린 시장이 연 평균 5%씩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GC녹십자가 미국 시장에서 최대 6%까지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알리글로는 지난 2020년 완료한 북미 임상 3상에서 FDA 가이드라인에 준한 유효성 및 안전성 평가 변수를 모두 만족시켰다. 이후 2021년 2월 FDA에 BLA를 제출했고 같은 해 10월 코로나19로 GC녹십자 충북 오창공장 실사 대신 FDA가 비대면 실사에 나섰다. 하지만 FDA는 비대면 실사에 한계가 있어 오창공장 현장실사가 필요하다며 지난해 2월25일 다시 CRL을 통보했다. 이로써 품목허가 시기도 당초 예상에서 약 1년가량 늦춰졌다.
경쟁약물은 △스페인 그리폴스의 ‘플레보감마 10%’ △미국 CSL베링의 ‘프리바이젠 10%’ △일본 다케다의 ‘감마가드 리퀴드 10%’ 등 글로벌 빅파마의 제품들이 있다. 하지만 북미 혈액제제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알리글로가 자리를 잡을 경우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GC녹십자는 최근 미국에서 혈액제제 사업을 담당해왔던 미국법인 GC목암의 사명을 GC바이오파마 USA로 변경, 이곳을 거점으로 알리글로 현지 공급 및 판매를 진행하게 된다. 회사는 미국에서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전문약국 채널을 집중 타깃할 계획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전문약국 채널의 경우 평균 공급가격이 높고 코로나19 이후로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며 “전국단위 영업조직이 필수적이지 않아 소수 영업인력으로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어 효율적인 전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혈액제제가 FDA 승인을 받더라도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시기는 2024년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이 미국에서 직접 판매하는 경우 초기 증가하는 비용 부담 대비 더딘 성장성을 경험한 바 있어 알리글로 역시 FDA 승인보다는 미국 출시 이후 성장성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