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K팝 팬덤 유니버스'…하이브가 그리는 플랫폼 협력
by김성훈 기자
2023.03.23 05:24:43
하이브, 카카오와 ''플랫폼 협력'' 선회
디어유 통한 팬덤 플랫폼 외연 확장 방점
위버스 시너지 집중…아티스트 교류 유력
마블처럼 K팝 아이돌 팬덤 플랫폼 구상
디어유도 하이브 아티스트 유입은 호재
대통합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동의 관건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에스엠(041510) 인수전이 하이브의 중도 하차로 막을 내린 가운데 하이브가 제시한 ‘플랫폼 협력’ 방안에 눈길이 쏠린다. 자본시장에서는 에스엠 자회사이자 시가총액 9000억원에 육박하는 디어유(376300) 활용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아티스트와 팬을 이어주는 팬덤 플랫폼 ‘버블’ 세계관 확장으로 외연을 넓힐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궁극적으로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Weverse)’ 추진 동력을 찾아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스엠(041510) 소속 아티스트를 위버스로 유입시키는 한편 버블에 자사 아티스트를 배치하는 K팝 팬덤 버전 ‘마블 유니버스’를 그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하이브와 카카오가 모두 수긍할 세부 방안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관훈포럼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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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는 지난 12일 에스엠 인수 절차를 중단하고, 플랫폼에 협력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강대강으로 흐르던 에스엠 인수전이 끝났다는 점에 시선을 쏠릴 때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에 방점을 찍는 모습을 보였다.
방시혁 의장은 지난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 포럼에서 “플랫폼에 관해 카카오와 합의를 끌어내 개인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다”며 에스엠 인수 포기를 승패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 의장은 “국내 주요 K팝 회사들의 글로벌 음반·음원 시장 점유율은 2% 미만”이라면서 “K팝 시장에서도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갈 글로벌 엔터 기업의 등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이브 측 공식발표와 방 의장 발언을 종합하면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플랫폼 외연 확장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에 나선 이유도 뜯어보면 에스엠이 구축한 온라인 플랫폼이 주요 원인이었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플랫폼 협력이라고 말하지만, 핵심은 ‘디어유’를 축으로 한 팬덤 플랫폼 대통합을 그리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디어유는 스타와 팬을 소통해주는 팬덤 플랫폼 ‘버블’ 운영 사업자다. 2020년 월 구독형 유료 모델을 도입한 이후 1년 만에 흑자 전환하면서 사업성을 입증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디어유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5.3% 증가한 137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8.2% 늘어난 43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 치웠다. 최근 성장세를 감안하면 ‘플랫폼 협력’ 수단으로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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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하이브가 그리는 청사진은 위버스와 디어유 융합을 통한 세계관 확장이다. 위버스 운영사인 위버스컴퍼니는 하이브와 네이버(035420)의 합작사다. 현재 YG엔터(122870) 아티스트들이 위버스를 통해 팬들과 소통을 이어가는 가운데 에스엠 소속 아티스트까지 가세한다면 세계관 확장이라는 목표를 이뤄낼 수 있다는 평가다.
이면에는 에스엠과의 협력을 통한 위버스의 돌파구 마련이라는 목적도 엿보인다. 지난 7일 공시된 네이버의 지난해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위버스컴퍼니의 지난해 매출은 3274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정도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5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BTS(방탄소년단)가 군 입대로 당분간 완전체 활동이 힘들다는 점도 추가 동력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에스엠 인수를 추진 중인 카카오 입장에서도 큰 그림에서는 나쁠 게 없다. 에스엠과 디어유 2대 주주인 JYP Ent.(035900)는 물론 하이브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까지 가세한다면 더할 나위 없어서다. IT 플랫폼 구축에 전문성을 가진 카카오 지원사격이 더해진다면 꿈에 그리던 ‘K팝 팬덤 유니버스’가 그려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구도가 무난하게 자리잡아 나간다면 K팝 대통합 팬덤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간의 청사진과 달리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관건은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다. 아직 구체적인 밑그림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전향적 태도로 모두 수긍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여전하다. 세부 내용 조율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위버스와 디어유에 지분 관계로 엮여 있는 네이버와 JYP까지 동참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과제도 여전하다.
엔터 시장에 정통한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케이팝 시장 파이를 키운다는 전제하에 카카오와 하이브가 어떤 식의 내용을 주고받을 지가 관건이다”면서도 “양측 모두 손해 보는 비즈니스는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세부안 조율에는 상당부분 공을 들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