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바이오 치매치료제 가치 1.5조→5조...사상 최고 빅딜 가능

by송영두 기자
2022.12.07 10:35:33

국내 기업 최초 치매치료제 미국 임상 3상 독자 개시
3상과 동시에 기술수출 목표...17개국 제약사와 논의 중
AR1001 시장 가치 1년새 3조5000억원 상승
계약금 3000억원, 조 단위 기술수출 기대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글로벌 제약사들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아리바이오는 대규모 기술수출에 도전한다. 임상 2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했고, 국내 기업 최초로 치매치료제 미국 임상 3상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제값 받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치매치료제 후보물질 기술가치가 수조 원에 이른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역대급 기술수출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아리바이오는 지난달 30일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매치료제 미국 임상 3상을 개시했다. 미국 중앙생명윤리위원회 승인까지 완료한 상태다. 미국 내 75개 임상센터에서 16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임상 3상은 두 개의 임상으로 이뤄진다. 먼저 첫 번째 임상 3상은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과 활동성 종합지표를 중심으로 ‘AR1001’의 약효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평가한다. 총 800명을 대상으로 AR1001 30mg 투약군과 위약군을 각각 400명씩 나누어 52주간 투여한다. 첫 환자 투약은 12월말 예정이다.

AR1001은 치매 진행 억제와 치매 환자의 기억력과 인지기능을 향상하는 최초의 다중기전 · 다중효과,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다. AR1001은 미국 임상 2상에서 인지능력 개선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6개월 동안 2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AR1001 투여 환자군에서 ‘ADAS-Cog13’(알츠하이머 진행 측정 13가지 항목)이 4.5 정도 개선됐다. 이는 현재까지 개발된 치매 신약 및 출시된 약물 중 가장 좋은 수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독성 단백질 제거를 목표로 개발된 기존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증상개선제라는 한계, 부작용 논란, 주사제라는 단점이 있다”면서 “AR1001은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하루 한 알 복용하면 되는 편의성이 좋은 최초의 경구용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사진=아리바이오)
글로벌 제약사들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어 임상 3상을 마무리했거나, 진행 중이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다. 바이오젠은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아두카누맙 허가를 받고 상용화 했다. 하지만 낮은 효능과 30%에 달하는 높은 부작용으로 ‘실패한 신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슈도 간테네루맙 임상 3상에서 주요 효능 평가 기준을 넘지 못하면서 개발을 중단했다. 바이오젠이 에자이와 개발 중인 또 다른 치료제 레카네맙은 내년 FDA 허가가 기대되지만, 임상 환자 사망 등 안전성 논란이 존재하고, 인지기능이 소폭 개선돼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아리바이오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 AR1001에 대한 시장 가치가 올해 초 대비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리바이오 측에 따르면 임상 2상을 마친 뒤 올해 초 글로벌 CRO는 AR1001 가치를 1조5000억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최근 AR1001 가치는 최대 5조원 수준으로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최근 유럽 기술평가 전문회사인 스위스 아반스(AVANCE)를 통해 기술가치를 평가했다. 기술가치 평가는 제품 가치, 시장성, 성장성 등 글로벌 가치평가모델인 NPV를 통해 이뤄졌다”며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AR1001의 기술가치는 30억 달러(약 3조 8736억원)~40억 달러(약 5조 1648억원)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아반스는 제약, 생명공학, 의료기술 등의 분야에서 라이센싱 및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애브비,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엘, 로슈, GSK 등 다수 글로벌 제약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2020년 기준 약 7조원 규모로, 매년 6.8% 성장해 2027년에는 약 11조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시장성 확대되면서 치료제 니즈가 높아지면서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들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이사.(사진=아리바이오)
아리바이오는 AR1001 미국 임상 3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기술수출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임상 3상 마무리 전 기술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수출을 위해 현재 글로벌 17개국 제약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수 회사와는 CDA(비밀유지계약) 체결을 완료했고, 이후 LOI(의향서) 체결을 앞두고 있다”며 “미국 임상 3상을 진행하면서 본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리바이오는 내년 글로벌 제약사들과 좀더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에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조 단위 기술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임상 3상에 진입하면 기술이전이 좀 더 구체화 될 것이다. 3상 단계인 만큼 기술이전 규모는 국내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계약금만 약 30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올해 초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파킨슨병 치료제를 1조3000억원 규모에 기술수출한 에이비엘바이오(298380)는 계약금으로 약 900억원을 수령했다. 따라서 아리바이오가 3000억에 육박하는 계약금을 받게 된다면 그 규모는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기술수출시 기술가치의 최소기준 금액에 집착하기보다는 AR1001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정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계획대로 선정이 된다면 기술이전에 따른 가치 평가는 당사가 원하는 금액에 근접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