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보홀이 세부보다 더 예쁘고 낭만적인 이유

by강경록 기자
2022.10.01 00:00:01

원시자연 그대로 간직한 필리핀 ''보홀''
보홀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인 ''초콜릿 힐''
200만년전 바닷속에서 지면 위로 솟아 올라
귀여움의 대명사 ''안경원숭이'' 보고
원시림 가득한 로복강에서 여유도 즐기고

보홀의 에메랄드빛 바다


[보홀(필리핀)=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필리핀 세부 바로 아래 자리한 섬, 보홀. 비행기로 30분, 배로 두 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세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곳이지만, 필리핀에서도 10번째로 큰 섬이다. 세부와 달리 보홀은 자연에 가까운 섬이다. 계획되고 정비되지 않은, 원래 섬의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다는 말이다. 보홀 남쪽의 팡라오 섬에는 세부보다 더 낭만적인 바다가, 보홀 섬 한복판에는 ‘초콜릿 힐’과 같은 기이한 경관이, 멸종위기동물 보호구역에서는 아이 주먹보다 더 작은 귀여운 안경원숭이도 만나 볼 수 있다.



보홀에서 가장 이름난 곳은 ‘초콜릿 힐’이다. 초콜릿 힐은 보홀 섬 중심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1268개의 언덕으로, 누구나 잘 아는 은박 포장지의 유명 초콜릿과 닮았다고 해서 초콜릿 언덕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여름의 초록 언덕이 아닌, 겨울의 갈색 언덕의 모습이 특히 더 닮았다.

그럼 어떻게 이런 언덕이 생긴 것일까. 사실 이곳은 200만년 전까지 얕은 바닷속이었다. 이후 지면 위로 솟아오르면서 육지가 됐고 산호층이 엷어지면서 초콜릿 같은 모양이 만들어졌다. 미국의 한 정치인이 건기(12∼5월) 때 갈색 초지로 뒤덮인 모습이 키세스 초콜릿과 닯았다고 해서 애칭을 얻었다.

보홀에서 가장 이름난 곳은 ‘초콜릿 힐’이다. 초콜릿 힐은 보홀 섬 중심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1268개의 언덕으로, 누구나 잘 아는 은박 포장지의 유명 초콜릿과 닮았다고 해서 초콜릿 언덕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이곳에 전해지는 얘기가 애잔하다. 아주 오래된 옛날 ‘아로고’라는 거인이 있었다. 거인은 ‘알로야’라는 처녀를 사랑하게 됐다. 알로야는 이미 약혼자가 있어 거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거인은 밤중에 알로야를 보쌈해간다. 하지만 너무 세게 안은 바람에 알로야는 숨을 거둔다. 거인은 며칠밤을 새워가며 죽은 알로야를 안고 울었다고 한다. 거인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져 초콜릿 힐이 됐다고 한다.

가장 높은 언덕 꼭대기에 마련된 전망대에 오른다. 이 전망대를 오르는 계단도 발렌타인데이의 의미를 담아 214계단이다. 이 정도 상술 정도야 귀엽게 여겨질 정도다. 전망대에 서자 보홀의 드넓은 밀림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드럽고 둥근 능선이 송곳 같은 더위도 잠시 무디게 만든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가 지금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아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수많은 커플이 인증샷을 남긴다.

안경원숭이라고 불리는 필리핀 타르시어. 고작 10~12㎝의 작은 몸에 얼굴에 얼굴이 반이다. 맑고 투명하게 튀어나온 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초콜릿 힐에서 울창한 밀림을 끼고 남쪽으로 한참을 달려가면 귀여운 원숭이도 만날 수 있다. 목적지는 일명 안경원숭이라고 불리는 필리핀 타르시어 보호센터다. 초콜릿 힐만큼이나 보홀의 유명세를 알리는데 한몫한 이 원숭이는 손바닥보다 작다. 고작 10~12㎝의 작은 몸에 얼굴에 얼굴이 반이다. 맑고 투명하게 튀어나온 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생김새부터 특이하다. 눈이 얼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목을 180도 회전할 수 있다. 수명은 20년 정도지만 11∼3월 짝짓기를 한 다음 6개월 임신기간을 거쳐 한 마리의 새끼만 낳는다. 야행성으로 낮에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가 밤에 메뚜기, 나비 등을 사냥한다. 서식지를 강제로 옮기면 스트레스로 자살을 많이 해 보홀 내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진귀한 동물이다. 성질이 매우 온순한 데다 공격성이 없어 묶어 놓지 않아도 나무에 얌전히 있다. 편하게 관찰하고 사진을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다만, 동공이 민감해 플래시는 반드시 꺼야 한다.

보홀에서 가장 큰 로복강에서는 특별한 투어를 할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관광을 하며 맛있는 필리핀식 뷔페를 즐길 수 있다.


초콜릿 힐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보홀에서 가장 큰 로복강에서는 특별한 투어를 할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관광을 하며 맛있는 필리핀식 뷔페를 즐길 수 있다. 배를 타고 수목이 울창한 강을 따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유원지의 셔틀 보트처럼 개방적이고 평면적인 모양의 배는 잔잔한 물살을 거스르며 아마존 같은 원시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로복 출신의 음악가들이 함께 탑승해서 라이브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도중에 소년들이 아름드리 나무에 매달리거나 다이빙을 해 눈길을 끈다. 강줄기는 모두 21㎞이지만 투어는 선착장에서 폭포가 있는 3㎞ 구간만 가능하다.

바클레욘 성당은 ‘성모 마리아 성당’


보홀 중심지인 탁빌라란의 바클레욘에서는 수많은 역사 유적을 볼 수 있다. 필리핀 국보 바클레욘 성당, 1853년에 만들어진 바클레욘 메인 도로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바클레욘 성당은 ‘성모 마리아 성당’으로도 불린다. 1595년에 짓기 시작해 1727년 완공했다.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이다. 십자가에 못 박힌 채 하늘을 보는 예수상과 성모 마리아상, 로욜라의 성 이그나티우스 유물, 물소와 양가죽에 라틴어로 적힌 성가 등 16세기 귀중한 장식물과 종교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보홀의 에메랄드빛 바다


보홀공항이 새 단장을 마쳤다. 인천에서 마닐라나 세부를 거쳐 필리핀 국내 항공편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세부퍼시픽항공에서 인천~세부 노선을 주 3일(월·목·금요일) 운항한다. 필리핀 9번째 섬 세부에서 10번째 섬 보홀로 여객선을 타고 방문하는 길은 ‘1+1’ 상품처럼 쏠쏠하다. 여객선이 시간대별로 있으며 1시간 30분 거리다. 대체로 파고가 높지 않다. 울릉도 가는 뱃길에서 마주하는 멀미를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