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체외 진단 시장 경쟁 본격화...급부상할 국내 업체는?
by김진호 기자
2022.05.13 08:00:46
FDA가 알츠하이머 체외 진단기기 최초 허용
일본 후지레비오의 ''루미펄스''가 그 주인공
국내서 관련 기기 내놓은 피플바이오...해외 진출 박차
유전체 기반 치매 진단기기 개발 업체도 多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알츠하이머는 조기 진단이 필수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자국 내 최초로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용 체외진단기기를 허가했다. 이에 따라 치매 관련 체외 진단기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외 업계가 관련 제품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FDA는 일본 생명공학기업 후지레비오가 개발한 ‘루미펄스 아밀로이드베타(Aβ)’ 테스트기를 알츠하이머 및 기타 인지 저하 관련 질병으로 인한 인지 장애 증상을 보이는 55세 이상 환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판매 승인했다고 밝혔다.
치매는 알츠하이머(55~70%)와 혈관성 치매(15~20%), 파킨슨병 및 루이체 치매(10~20%), 기타 불분명한 치매 등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의 핵심 원인은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덩어리)로 알려졌다.
정상인의 몸에서도 40여 개 내외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다양한 길이의 아밀로이드 베타가 생성된다. 가장 흔한 ‘아밀로이드베타-40’은 40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며, 생체 내 시스템에 의해 분해된다. 반면 42개의 아미노산으로 된 ‘아밀로이드베타-42’는 뇌 속 신경세포 밖 공간에서 서로 엉키면서 돌덩이처럼 단단한 플라크를 형성해 여러 뇌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인지 장애 증상이 치매로 인해 발병한 것인지를 확인하려면 기존에는 양성자단층촬영(PET)를 통해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의 상태를 관찰해야 했다. 반면 이번에 승인된 루미펄스 아밀로이드베타는 뇌척수액만 넣어주면 아밀로이드베타-40과 아밀로이드베타-42의 비율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치매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FDA 측은 ‘알츠하이머 신경 영상 이니셔티브(ADNI)’ 샘플 은행에서 보유한 292명의 PET 스캔 자료와 루미펄스 아밀로이드베타의 검사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루미펄스 아밀로이드베타를 활용한 측정에서 양성을 보인 환자의 97%가 PET 스캔에서도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가 동일하게 관찰됐다. 또 이 측정에서 음성을 보인 환자의 84%의 뇌에서는 플라크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프 슈렌 FDA 의료기기 및 방사선건강 센터장은 “루미펄스 아밀로이드베타는 PET로 인한 방사선 노출없이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옵션이 될 것”이라며 “테스트 결과를 다른 임상적인 소견과 함께 치료에 활용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유럽의약품청(EMA)이 이탈리아 의료기기 전문 기업 다이아뎀(Diadem)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고위험군 식별용 체외 진단용 의료기기 ‘알조슈어 프리딕트(AlzoSure Predict)’를 처음으로 시판 허가했다. 알조슈어 프리딕트는 알츠하이머의 또 다른 원인물질인 p53 단백질 변이체를 측정하는 기기이며, FDA도 지난 1월 이를 혁신의료기기로 지정한 바 있다.
| 신경세포 주변에 쌓이는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덩어리, 초록색)는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핵심 원인 물질이다. (제공=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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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2019년에 발표한 ‘치매극복 연구개발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문진과 신경심리검사, PET나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뇌 영상 검사 등을 포괄하는 세계 치매 진단 시장이 2050년경 3조5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체외진단기기 개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 알츠하이머용 체외 진단기기가 차례로 승인받았다”며 “치매 진단 산업의 중심축이 뇌 영상 검사 에서 간편하고 비용이 저렴한 체외 진단기기로 옮겨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업계에서도 혈액을 활용해 치매를 확인하는 체외 진단기기의 상용화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먼저 피플바이오(304840)는 알츠하이머용 체외 진단기기 ‘멀티머검출시스템(MDS)’를 개발해 관련 기기 중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아밀로이드베타가 뭉쳐질 때 나타나는 올리고머의 상태를 측정한다. MDS는 2020년 유럽통합규격인증(CE)를 받았으며, 지난해 국내 신의료기술 인증을 획득했다.
피플바이오에 따르면 알츠하이머용 MDS의 조기 진단 정확도는 85%이며, 이는 PET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이 시스템의 검사비는 PET(120만원) 대비 약 10% 수준으로 저렴하다. 회사 측은 올해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서 알츠하이머용 MDS를 판매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위해 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며, 내년 중 상용화를 목표로 파킨슨병을 판별할 수 있는 MDS 기반 체외 진단기기도 개발하는 중이다.
또 EDGC(245620)와 클리노믹스(352770) 등의 기업은 다중오믹스 기반 치매 진단 및 발병 예측 기기를 개발하는 중이다. 다중오믹스는 인간의 기본 유전체(게놈)와 함께 외유전체, 대사체 등 모든 생체 정보를 종합해 분석하는 기술이다.
EDGC(이원다이애그노믹스)는 2019년부터 보건복지부의 치매 조기 진단 키트 개발 관련 국책과제를 수행한 바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10월 순천향대학교, 바이오벤처 이지놈(eGnome) 등과 함께 ‘장 뇌축 관련 질환 치료물질 개발 및 예측 진단기기 개발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를 통해 퇴행성 뇌질환의 조기 진단용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이와 연계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클리노믹스는 올해 다중오믹스 기반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및 노인성 황반변성, 노화성 백내장 등을 검사하는 ‘제노-시니어(Geno-Senior)’ 개발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종화 클리노믹스 의장은 “유전자에 기반해 코로나19부터 치매, 암 등을 진단하는 기기를 개발할 능력을 두루 보유하고 있다”며 “노화로 인한 질병을 예측하고 극복하는 데 필요한 상품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