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형 당뇨병 병용요법 ‘복합제’가 대세...국내 개발 기업은?

by김진호 기자
2022.02.24 09:57:42

1형 당뇨병과 달리 약으로 관리 가능한 2형 당뇨병
DPP-4, SGLT-2 계열 약물...지난해 매출 7000억원이상
단일제 대비 복합제 판매 확대...머크, 베링거인겔하임, LG화학 등 선전 중
국내 최초로 SGLT-2 계열 신약 개발 기업도 나와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2형 당뇨병 환자에게 여러 성분의 병용요법으로 구성한 복합제를 처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병증이 심해 조절이 어려운 환자에게 쓰던 복합제를 일찍 도입해 당뇨병을 확실히 제어하자는 것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당뇨병에 쓸 복합제 개발에 본격 나서고 있다.

2형 당뇨병 환자를 위해 한가지 성분이 들어간 ‘단일제’가 아닌 여러 성분이 들어간 ‘복합제’를 처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제공=EPR)


당뇨병은 혈당량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부족한 1형 당뇨병과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한 2형 당뇨병 등 크게 2가지로 나뉜다. 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생성하는 췌장세포를 정상인으로부터 이식받아야 한다. 반면 2형 당뇨병은 전체 당뇨병 환자의 약 90%를 차지한다. 이 병은 인슐린 저항성 정도에 따라 약물, 식이요법과 소량의 인슐린 주사나 경구용 약물 등을 병용해 잘 관리하면 약을 중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경구용 2형 당뇨병 치료제 중 DPP-4 억제제 계열의 약물은 6024억원, SGLT-2 억제제 관련 약물은 1214억원의 매출을 각각 기록했다. 두 계열의 경구용 약물이 국내 2형 당뇨병 치료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DPP-4 억제제 계열의 단독투여 약물(단일제)로는 미국 머크(MSD)의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의 ‘트레젠타(성분명 리나글립틴)’, LG화학(051910)의 ‘제미글로(성분명 제미글립틴)’ 등이 대표적이다. DPP-4는 체내에서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GLP-1’을 분해하는 효소다. DPP-4를 억제하면 간접적으로 혈당량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또 SGLT-2 억제제 계열의 단일제로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로플로진)’와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 등이 널리 쓰인다. 이들은 신장에서 당의 재흡수를 촉진하는 단백질인 SGLT-2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혈당 강하를 유도한다. 아직 국내 업체가 개발해 시판까지 완료한 SGLT-2 억제제 계열의 약물은 없는 상황이다.

각 사는 자사의 DPP-4 및 SGLT-2 약물에 혈당강하 및 인슐린 민감성 개선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메트포르민 성분을 추가하는 병용요법 방식을 시도했다. 이를 통해 복합제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MSD의 ‘자누메트’부터 베링거인겔하임의 ‘트라젠타듀오’, LG화학 ‘제미메트’, AZ의 ‘직듀오’ 등이다.

최근 이런 복합제의 판매 실적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자누비아의 매출액은 전년(465억) 대비 1% 늘어난 470억을 기록했다. 반면 복합제인 자누메트는 6%(1217억→1291억원) 증가했다. 트라젠타의 매출액이 전년과 차이가 없던 것과 달리 트라젠타듀오는 전년 대비 8% 증가한 672억을 기록했다. 제미글로 매출액은 전년 보다 5%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제미메트는 이보다 4배(약 21%) 이상 상승폭이 컸다. 경구용 2형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단일제보다 복합제 시장이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LG화학의 경구용 2형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와 ‘제미메트’. 제미글로는 제미글립틴 성분만 들어간 단일제이며, 제미메트는 제미글립틴과 메트포르민 등이 들어간 복합제다. (제공=LG화학)




LG화학, 대웅제약(069620), 보령제약(003850) 등 국내 제약사들도 이 시장에 내놓을 복합제를 완성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LG화학은 지난해 12월 제미글로에 SGLT-2억제제 기능을 하는 다파글로플로진을 병용할 경우 강한 혈당 강하 효과를 나타냈다는 임상 3상 솔루션 결과를 발표했다. 회사 측은 메트포르민과 다파글로플로진 성분을 함께 복용하는 315명의 환자에게 제미글로 또는 위약을 처방했다. 그런 다음 24주째 되는 시기에 장기간 혈중 포도당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인 당화혈색소(HbA1c) 등을 비교했다.

그 결과 LG화학은 위약군(-0.20%) 대비 제미글로군(-0.86%)에서 당화혈색소가 더 크게 감소해 효과를 입증했다고 분석했다. LG화학은 제미글로에 다파글로플로진 성분을 더한 신규 복합제 상용화를 위해 지난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복합제의 출시는 2023년 이후에 가능해질 전망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AZ의 포시가에 들어간 다파글로플로진에 대한 물질특허가 2023년 4월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LG화학 관계자는 “2023년 물질특허가 만료되면 수많은 회사의 약물이 제네릭으로 출시될 예정이다”며 “DPP-4 억제제 약물 중 우리 제미글로가 약 21%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에서 2위 약물로 올라섰기 때문에 새로 내놓을 제미글로 복합제의 확장성은 크다. 제미글로를 쓰던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어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웅제약(069620)은 국내 최초로 SGLT-2 억제제 계열의 당뇨병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을 개발해 다양한 병용요법을 시도 중이다. 지난 17일 회사 측은 자사의 이나보글리플로진과 기존 약물인 다파글로플로진을 비교하는 병용요법의 국내 임상 3상에서 효능 입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이나보글리플로진에 대해 단독투여 및 메트포르민 등 2제 병용, 메트로프민과 DPP-4억제 성분 등 3제 병용에서도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이나보글리플로진 단일제 및 복합제에 대한 품목허가를 얻어내 2023년 상반기 중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지난 15일 보령제약이 식약처로부터 자사의 당뇨병 신약 ‘BR3003’에 대한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보령제약은 메트로프민이나 다파글로플로진으로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자사의 신약 후보물질의 병용투여 효과를 확인할 예정이다.

2형 당뇨병 복합제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DPP-4와 SGLT-2 계열의 복합제가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복합제는 보험급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향후 보험 급여 등재 관련 이슈가 복합제 시장의 확대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