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2형 당뇨 신약’ 개발 경쟁
by김명선 기자
2022.01.13 07:40:23
대웅제약·한미약품, 임상3상 완료
동아에스티는 임상 2상 단계
miRNA 활용하거나 당뇨 원인 개선하려는 시도도
글로벌 시장 내년 138조원 예상
이미 경쟁 약물 많아 입지 확보 여부는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도
[이데일리 김명선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2형 당뇨병 신약 개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국산 당뇨 신약은 LG화학 ‘제미글로’, 종근당 ‘듀비에’, 동아에스티 ‘슈가논’등이 대표적이다. 임상을 추가하거나 파이프라인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당뇨 치료제 시장점유율을 가져오려는 시도도 잇따른다.
|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2형 당뇨병 치료제 신약 개발 경쟁에 한창이다. (사진=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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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069620)은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DWP161001)’ 단일제 국내 임상 3상 환자 투약을 마친 후 데이터를 취합 중이라고 밝혔다. 이나보글리플로진은 임상 2상 결과 환자들의 당화혈색소가 기존 치료제 대비 눈에 띄게 감소했다.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 신약 개발은 국내 기업 중 최초다. SGLT-2 억제제는 콩팥에서 포도당의 재흡수에 관여하는 SGLT2 수용체를 억제해, 소변으로 포도당이 직접 배출되게 하는 기전을 가졌다. SGLT-2 억제제 국내 시장 규모는 1000억원 대다. 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와 베링거인겔하임 ‘자디앙’ 등이 점령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국내 SGLT-2 억제제 시장 입지 확대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10일 회사는 이나보글리플로진과 메트포르민 복합제 임상 1상을 식약처에서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기존에 대웅제약이 진행 중인 이나보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 병용요법 3상이 두 약을 같이 복용하는 방식이라면, 성분을 합쳐 한 약으로 내놓아 복용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내년 이나보글리플로진 단일제와 복합제 동시 출격을 목표로 한다.
| 대웅제약은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 단일제 국내 임상 3상 환자 투약을 마친 후 데이터 취합 중이라고 밝혔다. 대웅제약 본사. (사진=대웅제약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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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에스티(170900)는 GPR 119 작용체 기전의 신약 ‘DA-1241’에 대한 미국 임상 1상을 마치고, 글로벌향 과제로 개발전략을 수정해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라 밝혔다. 대웅제약과 마찬가지로 경구용 약이다. GPR119는 췌장의 베타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로, 활성화되면 포도당이나 지질 대사 산물의 양에 따라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킨다. DA-1241은 이 수용체를 활성화해 저혈당 위험 없이 식후 혈당을 개선한다. 임상 1b상에서 기존 당뇨병 치료제인 ‘시타글립틴’과 비슷한 혈당 강하 효과를 나타냈다.
동아에스티는 2016년 3월 발매한 당뇨 신약 ‘슈가논’과 기전이 다른 신약으로 당뇨 치료제 시장에서의 지위 확대를 노린다. 슈가논은 혈당을 낮춰주는 GLP-1을 분해하는 효소인 DPP-4를 억제해 치료하는 기전을 가졌다. 아직 상용화된 GPR 119 계열 당뇨 치료제는 없다.
한미약품(128940)은 GLP 수용체 작용제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종료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해 매일 맞던 주사를 주 1회로 늘린 주사제다. 2015년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수출 후 2020년 권리가 반환된 약물이다. 3상 임상 결과 심혈관 발생 위험도 등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추가 임상 진행 혹은 기술수출 여부는) 아직 내부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이외에 일동제약(249420), 넥스턴바이오(089140), 노브메타파마 등도 당뇨 신약 개발에 나섰다. 일동제약은 ‘IDG16177’ 독일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넥스턴바이오는 미국 자회사 로스비보 테라퓨틱스(Rosvivo therapeutics)와 함께 miRNA(마이크로리보핵산)를 이용해 당뇨 신약 후보물질 ‘RSVI-301’을 개발하고 있다. 노브메타파마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인슐린감도개선제 ‘NovDB2’ 미국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 기업들이 당뇨 신약 경쟁에 뛰어드는 건 그만큼 시장성이 기대돼서다. (사진=삼성증권 보고서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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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업들이 당뇨 신약 경쟁에 뛰어드는 건 그만큼 시장성이 기대돼서다. 전체 당뇨병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2형 당뇨 치료제가 대부분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15년 511억달러(약 61조원) 수준이던 글로벌 당뇨치료제 시장은 내년 1161억달러(약 138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당뇨 치료제 시장은 현재 1조원 정도다. 특히 LG화학 제미글로의 지난해 매출은 출시 첫해보다 20배 증가한 12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신약이 출시돼도 자리매김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장에 이미 경쟁 약물이 많아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당뇨약이 많다. 물론 기존 약보다 부작용을 없애고 효과가 좋으면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어도 치료가 되니 굳이 약을 처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