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아껴쓰면 커피쿠폰 드려요"..여름 에너지절약 나선 정부

by문승관 기자
2021.06.29 00:00:00

올 여름 전력사용량 역대 최대치 경신 예상되자
커피쿠폰 등 에너지절약 국민참여 프로그램 내놔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올 여름철 전기사용을 절약한 국민에게 CU 편의점 커피교환권과 CJ CGV 영화표 할인권을 드립니다.”

올여름 전력대란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절약 국민 참여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올해 여름 전력사용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자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폐쇄했던 석탄화력발전소까지 풀가동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전력대란 대응에 나섰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발전업계에서는 올해 7월 말에서 8월 중순까지 여름철 전력수요가 지난 2018년 7월 역대 최대수요인 하루 9247만㎾를 넘어 9400만㎾ 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제9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올해 여름 최대전력수요량을 하루 9410만㎾로 예상했다.

전력공급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전체 발전설비 용량은 원전 2325만㎾, 석탄화력 3578만㎾, LNG 4117만㎾, 양수 470만㎾, 신재생 2205만㎾ 등 1억2962만㎾에 달하지만 전력피크 때 실제 동원할 수 있는 전력공급량은 발전설비 용량과 차이가 크다.

현재 원전 9기가 멈춰 있는 데다 올해 석탄발전 4기(210만㎾)가 폐쇄돼 실제 공급용량은 9700만~9800만㎾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올여름 예상 최대 전력수요를 고려하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발전기를 가동해도 최대전력 피크 예비력이 400만㎾를 밑돌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의 전력수급 관리 지침을 보면 전력 공급 예비능력은 700만㎾ 아래로 밑돌 시 ‘모니터링’ 단계로 들어서며 550만㎾ 아래로 떨어지면 ‘비상’ 조치를 발령한다. 전력수급 경보는 공급예비력에 따라 ‘준비’(550만㎾ 미만), ‘관심’(450만㎾ 미만), ‘주의’(350만㎾ 미만), ‘경계’(250만㎾ 미만), ‘심각’(150만㎾ 미만) 등 5단계로 나눠 발령한다. 예비력 300만㎾는 화력발전기 출력을 최대로 높여 대응하는 ‘주의’ 단계에 해당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19년 8월 상업운전에 들어갔던 신고리 4호기가 지난 5월 29일 화재가 발생해 멈춰 섰고 이미 완공한지 1년이 넘은 신한울 1·2호기는 원안위가 운영허가를 내주지 않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에너지원별로 피크 기여도는 태양광은 1% 안팎, 풍력은 0%대”라며 “현재 피크 시간대에는 원자력·석탄화력·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거의 모든 전력수급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지난 4월부터 발전 5개사에 대해 노후 석탄 발전기는 가동을 중단하고 운영 중인 석탄 발전기도 출력의 80% 까지만 가동하도록 제한했지만 올여름에는 수급을 고려해 일시적으로 피크 시간대 출력을 100% 내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지난 겨울철 전력수급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1억152만㎾의 공급능력을 갖추고 예비력 1000만㎾ 이상, 예비율 11%를 확보하기로 했으나 결국 예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졌다”며 “올여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상기후에 당장 올여름 전력대란도 문제지만 겨울철 한파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9차전력수급기본계획서 예상한 2030년 여름철 전력최대수요량은 올해 예상치보다 약 18% 이상 늘어난 1억1060만㎾이다. 매년 여름과 겨울철마다 반복하는 전력대란 우려를 종식하려면 전력계통 문제 해결과 동시에 전원믹스의 불균형을 바로 잡으면서 탄소중립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석탄발전 폐쇄와 관련해 평상시 기본적인 성능을 유지하는 선에서 관리하다가 겨울철 또는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 동안만 한시적으로 가동하도록 관리하는 ‘콜드 리저브’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면 인력과 조직을 모두 재배치해 사실상 더는 관리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국가 전력수급계획과 에너지전환 일정에 맞게 석탄발전의 퇴장을 추진하되 설비를 무조건 폐쇄하기보다는 비상시를 대비해 예비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호 가천대 교수는 “에너지를 과거처럼 오직 경제성만으로 따지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그렇다고 오직 환경성만으로 재단하기도 어려운데다 공급안정과 신뢰성, 경제성, 환경성, 지역적 수용성과 같은 여러 가치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새로운 전력시스템을 준비해 나가야한다”고 조언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이 어려운데다 백업 전원으로서의 가스발전이 환경과 비용, 에너지안보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무탄소 전원으로서의 원자력발전 비중을 적절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보급에 따른 제약요인을 고려해 원자력, 수소 등 다른 청정에너지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