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GO를 찾아서]"더이상 '아재술'이라 부르지 말아다오"
by김민정 기자
2021.04.18 00:05:52
MZ세대 공략 성공한 막걸리 시장..두 배 가량 성장
주요 업체, 이색 제품 출시하며 새로운 시도에 적극 나서
재전성기 맞은 막걸리..국가무형문화재 된다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주종으로 여겼던 ‘막걸리’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힙’해지고 있다.
국내 막걸리 시장은 지난 2010년대 초반 전성기를 찍은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홈술족이 늘면서 가정용 판매가 급증하면서 막걸리 판매량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2030세대의 막걸리 구입 비중이 최근 3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2018년 막걸리를 구매한 소비자 중 20대 비중은 3.5%에서 6.3%로 증가했으며, 30대 역시 5.4%에서 9.3%로 늘었다. 1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9.8%나 증가했다.
이처럼 막걸리에 대한 젊은층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건 업계가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맛과 차별성으로 다양한 연령대를 흡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대형마트나 편의점 업체들도 ‘혼술·홈술’ 시장을 겨냥해 막걸리 살리기에 힘을 보태면서 상승세는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다양한 맛은 물론, 상품명도 기존처럼 지명이나 원재료가 아닌 재미를 공략한 이름을 다는 등 이색 막걸리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장수 막걸리다. 국내 막걸리 시장 1위인 서울장수는 지난해 말 11번가와 손잡고 ‘생막걸리 굿즈’를 내놓으면서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제품 라벨에도 10일이라는 짧은 유통기한을 강조하기 위해 ‘십장생(10일 장수 생고집)’이라는 문구를 넣어 개성을 살렸다.
이후 지평주조는 이마트와 함께 ‘지평 이랑이랑’이라는 스파클링 막걸리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샴페인 못지않은 강한 탄산감으로 출시 2주 만에 5만병이 팔리는 등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곰표’ 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던 대한제분은 한강주조와 손잡고 ‘표문 막걸리’ 제품을 출시 준비 중이다. ‘표문’은 ‘곰표’를 거꾸로 표기한 말이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올드하고 촌스러운 술로 취급받던 막걸리가 아닌 새롭고 힙한 막걸리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연구해 ‘표문 막걸리’를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CU는 가수 나훈아의 유행곡 ‘테스형’을 모티브로 ‘테스형 막걸리’라는 제품을 내놨다. 상품 패키지에는 소크라테스가 막걸리 사발을 들고 노래 ‘테스형’의 유명 가사인 ‘세상이 왜이래’라고 외치는 모습을 디자인해 콜라보의 재미를 더했다.
특히 테스형 막걸리는 수작업으로 만든 밀누룩을 사용했다. 밀누룩은 단백질 함량이 높아 담백하고 묵직한 맛을 낸다.
이에 대해 CU 관계자는 “막걸리는 진득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젊은 층이 맥주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게 담백한 맛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 혜산 유숙의 ‘대쾌도’에 등장하는 막걸리 따르는 모습 (사진=국립중앙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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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막걸리 열풍은 무형문화재까지 이어졌다. 문화재청은 지난 13일 ‘막걸리 빚기 문화’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무형문화재 지정 예고 대상은 막걸리 빚는 작업과 전통 생활 관습까지 포괄한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막걸리 빚기 문화’는 2019년 ‘숨은 무형유산 찾기’와 ‘국민신문고 국민제안’을 통해 국민이 직접 국가무형문화재를 제안해 지정 예고되는 첫 사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요 막걸리 업체들은 계속해서 이색 제품을 출시하며 새로운 시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유행에 민감한 MZ세대를 겨냥한 제품들은 홈술 문화와 맞물려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막걸리 시장이 커지고 있는 데다 전통주 온라인 구매가 가능해진 점도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