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협상 최종 타결 13.9% 인상…'동맹 복원' 한미 '윈윈'(종합)
by정다슬 기자
2021.03.11 00:00:00
지난해는 동결…올해부터 韓국방비 증가율 적용
주한미국 韓근로자 인건비 지원 비율 75%→87% 확대
내년에도 5.4% 증가…차기정부 기조 따라 향후 인상폭 달라질 듯
| 정은보(왼쪽)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가 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도나 웰튼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이끄는 미국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사진=외교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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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폭 증액 압박 속에 2년이 가까이 접점을 찾지 못하던 방위비 협상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46일 만에 타결됐다. 한 번의 화상협상과 한 번의 대면협상 후이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앞서 한미 양국은 2020년 3월 한국 측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대비 13.6% 올리는 인상안에 잠정합의했으나 최종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5배 인상을 고집하면서다.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과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까지 나섰지만 조율에 실패했다. 이후 약 1년 3개월간 협정은 공백상태에 머물렀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가 2주간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빠른 협정 타결에는 동맹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먼저 방위비 분담금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한미 양국의 의견 일치가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한국을 갈취(Extort)하는 식의 행위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10일 공개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보면 한미 양국이 한 걸음씩 양보한 흔적이 엿보인다.
먼저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의 인건비에 먼저 사용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 입장이 일부 반영됐다. 이에 따라 전체 방위비 분담금 중 인건비 항목에서 한국 측 지원 비율은 75%에서 87%로 확대하는 것을 의무(Shall)화 했다. 미국 측이 최소한 2% 이상을 추가로 배정하도록 노력(endeavor)한다는 조항도 들어갔다. 특히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 휴직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협정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전년도 수준에서 인건비 지급이 가능하다는 규정도 명문화됐다.
미국 측도 실리를 놓치지 않았다. 미국 측은 13.9% 인상이란 가시적인 성과를 거머쥐게 됐다. 13.9%는 1991년 제1차 SMA가 체결된 이래 이례적인 두 자리 수 인상률이다. 전체 방위비 협상 결과를 살펴보더라도 10%대 인상률을 나타냈던 경우는 2차 18.2%(1994년), 3차 10%(1996년), 5차(2001년) 25.7%에 불과하다. 5차 협정의 경우 외환위기 영향으로 원화 가치가 급락했던 것이 반영된 탓으로 보인다.
여기에 향후 방위비 인상률 역시 전년 수준의 국방비 증가율을 기준으로 하면서 지속적인 인상을 담보했다. 이미 내년도 인상률은 올해 국방비 증가율인 5.4%로 확정된 상황이다. 이후 2023~2025년 인상률은 차기 정부의 국방 기조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실상 ‘협정 공백’ 상태였던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은 2019년 수준인 1조 389억원으로 유지됐다. 이 부분은 한국 측이 강하게 밀어붙인 성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향후 협정 공백이 발생할 경우, 방위비를 동결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잠정합의됐던 13.6% 인상안과 비교하면 2020~2021년 기준 약 3144억원의 분담금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부는 13.9%라는 인상률이 현실적으로 적지 않은 수치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제도 개선에 따른 인건비 증액분을 감안한 예외적인 증가율”이라고 해명했다.
13.9%는 2020년 국방비 증가율인 7.4%에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증액분인 6.5%를 더한 수치다.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에 대한 우리 측의 기여도를 확대하면서 줄어드는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부분의 기여도를 올해에 한해 일시적으로 보전해주기로 한 셈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13.9% 인상에 이어 매년 국방비 증가율에 비례해 늘어나는 방위비 분담금은 국민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다년 협상이었던 제7·8·9차 협정의 경우,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되 4% 상한선을 적용했다. 이번에는 상한선도 없다. 자주국방과 전시작전권 전환이라는 정책 기조 아래 국방비를 늘리고 있는데, 오히려 의존도가 떨어지는 주한미군 분담금이 함께 늘어나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2018~2020년 사이 국방비 증가율은 매년 7%를 넘어섰고 2021년에는 5.4%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연평균 국방부 증가율인 각각 4.2%, 5.2%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1% 내외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을 연동할 경우 주한미군 주둔 안정성은 물론, 한국인 근로자의 고용안정성도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위비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 국력에 맞는 연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방비 증가율은 국회의 심의를 걸치는 객관적·합리적 국력 지표로 우리 쪽에서 제안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미는 국내절차를 완료한 후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 협정이 발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7~18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에서 가서명이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