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나들이①] 골목마다 숨은 역사의 흔적을 따라 걷다

by강경록 기자
2019.02.02 00:00:01

역사의 아픔이 남아 있는 경희궁 흥화문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어느새 찾아온 민족 대명절 ‘설’이다. 주말까지 포함하면 무려 5일간의 휴가다. 여기에 2일의 휴가를 내면 9일간의 장기 휴가도 가능하다. 이에 답답했던 도심과 일상에서 벗어나 소중한 이들과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탁 트인 전망과 아름다운 자연, 힐링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여행지다. 그래서 준비했다. 설 연휴 기간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함께 여행하기 좋은 곳들을 추려 소개한다. 처음으로 소개할 곳은 서울 중구다.

광화문 교보문고 앞 사거리 모퉁이에 있는 ‘고종 즉위 40년 칭경기념비전’


◇골목마다 숨은 보석처럼 볼거리가 많은 곳

서울 종로구에는 곳곳에 숨은 볼거리가 많다. 광화문에서 도보로 10분 남짓이면 닿는 우정총국은 1884년에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우체국이자, 김옥균과 박영효 등 개화당이 갑신정변을 일으킨 역사의 현장이다. 거사가 삼일천하로 끝나고 우정총국은 폐쇄됐다.

이후 우정총국 건물은 학교와 기념관으로 쓰이다가, 2012년 우편 업무를 다시 시작하고 사료를 전시하는 등 우정 문화의 상징적인 장소로 새롭게 태어났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우정총국 초대 총판이었던 개화당 홍영식의 흉상이 관람객을 맞는다. 아담한 공간에 한복을 입고 갓을 쓴 채 우편 가방을 든 초창기 집배원 모형, 당시 사용한 날짜 도장 등 볼 만한 전시물이 제법 있다.

우정총국은 1884년에 문을 연 국내 최초 우체국이다.


광화문 교보문고 앞 사거리 모퉁이에 있는 옛날 건물은 ‘고종 즉위 40년 칭경기념비전’이다. 칭경(稱慶)이란 경사스러운 일을 기뻐한다는 뜻이다. 어떤 경사스러운 일인가? 고종이 왕위에 오른 지 40년이 된 것, 70세 이상 고위 관리들의 공식 모임인 기로소의 멤버가 된 것(왕도 나이가 들면 기로소에 가입했다), 나라 이름을 대한제국으로 고치고 황제가 된 것 등이다. 하지만 기념비의 당사자인 고종의 이후 삶은 고단했다. 기념비가 서고 3년 뒤인 1905년, 조선은 일본과 을사늑약을 맺고 외교권을 상실한 보호국으로 전락했다가 결국 일본에 합병됐다. 이 과정에서 고종도 강제로 퇴위되어 쓸쓸한 말년을 보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1전시실에는 우리 역사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태극기를 한데 모아 전시한다.


고종 즉위 40년 칭경기념비전에서 광화문 쪽으로 올라가다가 주한미국대사관을 지나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나온다. 우리 근현대사를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대한민국의 태동’이라는 주제로 꾸민 제1전시실은 1876년 개항부터 1945년 해방까지 역사를 다룬다. 이어지는 제2전시실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한국전쟁의 비극, 전후 폐허를 극복하는 과정을, 제3전시실은 1960~1980년대 산업화와 민주화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제4전시실에서는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최근 모습을 보여준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사직단 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경희궁은 조선의 5대 궁궐 중 하나다. 한때 전각만 120채가 넘었지만,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거의 공중분해 수준으로 해체되어 지금은 건물 4채가 복원됐을 뿐이다. 정문인 흥화문은 떼어내어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는 사찰의 정문으로 쓰이다가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곳에선 역사의 아픔을 되새겨야 한다. 그래야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ㄷ자 구조 전통 한옥을 개조한 솔가헌은 마당에도 소나무 원목을 깔았다.




◇족욕도하고, 한방차도 마시며 힐링

서촌에 자리 잡은 ‘솔가헌’은 이름처럼 솔향기 가득한 곳이다. ㄷ자 구조 전통 한옥을 개조하면서 소나무를 사용한 덕분이다. 널찍한 마당에도 소나무 원목을 깔았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마당 한쪽에 있는 실외 족욕장이다. 이곳에서 기와지붕 사이로 파란 하늘을 보며 족욕을 즐길 수 있지만, 아쉽게도 겨울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아늑한 실내 족욕장을 이용하자. 편백으로 만든 족욕기에 체질에 맞는 약초를 넣고 발을 담그면 온몸이 따뜻해지고, 정수리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솔가헌의 족욕은 다양한 한방차와 함께할 때 효과가 배가된다. 속이 편안해지는 보위차, 눈이 맑아지는 청안차, 몸이 개운해지는 신통차 등 10여 가지 한방차는 솔가헌 주인장이자 25년 경력의 약사인 김미혜 대표가 직접 개발했다. 차를 주문하면 얇게 저며 바삭하게 말린 대추와 볶은 해바라기 씨, 약과 등이 곁들여 나오는데, 모두 건강에 좋고 차와 잘 어울린다. 모래시계로 차 우리는 시간도 맞출 수 있다. 벽과 천장, 테이블까지 소나무 원목으로 만든 카페에서 족욕 없이 한방차만 즐겨도 개운하다.

카페와 나란히 붙은 힐링룸은 맥반석과 게르마늄, 황토를 섞어 만든 바닥재가 깔린 온돌방이다. 40℃ 정도로 바닥을 데우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방출된단다. 4~6명이 자리 잡아도 넉넉한 독립 공간으로, 황토 찜질방에 온 것처럼 친구들과 편안히 쉴 수 있다. 점심시간이라면 솔가헌에서 개발한 도토리피자와 발효야채덮밥, 인절미토스트 등을 주문해 먹어도 좋다.

‘약다방 봄동’ 주방에는 수십 가지 한약재를 갖춘 약장이 있다.


경복궁을 사이에 두고 솔가헌과 마주한 ‘티테라피 행랑점’도 한방 족욕 카페다. 종로구 안국동에 위치한 이곳에는 한방 입욕제를 넣은 족욕장과 현직 한의사가 300여 가지 한약재로 개발한 한방차가 있다. 복분자, 감잎, 귤피, 율무 등으로 만든 한방차는 티백으로도 출시했다. 겨울에는 실외에 있는 족욕장을 운영하지 않지만, 한방차뿐 아니라 맛있는 식사를 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는다.

서촌의 솔가헌이 전통 한옥 스타일이라면, 홍대 인근의 ‘약다방 봄동’은 모던한 분위기다. 오래된 주택가에 자리한 2층 양옥을 개조해 카페와 족욕장을 만들었다. 젊은 한의사들이 의기투합한 힐링 카페로, 지하에는 예약제로 운영하는 한의원이 있다. 카페 주방에는 수십 가지 한약재를 갖춘 약장이 보인다. 원래 있던 벽과 기둥, 계단 등을 최대한 살리면서 트렌디하게 꾸민 실내 인테리어도 눈길을 끈다. 깔끔한 조명 아래 널찍하게 자리 잡은 테이블은 여유가 느껴진다.

카페 1층 통유리 창가에 있는 족욕장은 해가 잘 들어 겨울에도 따뜻하다. 평소 발의 상태에 따라 4가지 입욕제 중 하나를 골라 맞춤 족욕을 할 수 있다. 몸의 뿌리를 채워주는 6가지 기본 약차와 마음까지 다스려주는 48가지 맞춤 약차 모두 이곳을 공동 운영하는 한의사들이 개발했다. 약차는 한약의 약효는 그대로 살리면서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맛과 향으로 만들었다. 어린아이의 성장과 집중력 향상을 위한 약차도 있다. 메뉴판에 다양한 약차의 효능이 꼼꼼히 나와 고르는 데 도움이 된다.

◇여행메모

△당일 여행 코스= 경희궁→고종 즉위 40년 칭경기념비전→대한민국역사박물관→우정총국→솔가헌

△1박 2일 여행 코스= 경희궁→고종 즉위 40년 칭경기념비전→대한민국역사박물관→솔가헌→숙박→ 약다방 봄동→티테라피 행랑점→우정총국

△주변 볼거리= 경복궁, 창덕궁, 종묘, 덕수궁, 서울역사박물관, 통인시장, 사직단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