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구하다 숨진 딸처럼'…성금 양보한 故 박지영씨 母
by박보희 기자
2014.05.07 05:00:00
박씨 어머니 "더 어려운 사람 도우라" 성금 사양
서울대생들 박씨 이름으로 가족 잃은 조모군에 전달
"누군가 너를 소중해 생각하고 있다" 희망편지도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내 아이가 살아 돌아왔더라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또 학생들을 구하다 죽었을 겁니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환자와 실종자들을 위해 썼으면 합니다. 뜻이 그렇다면 우리 아이 이름으로 성금이 전달됐으면 좋겠네요.”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가 끝내 목숨을 잃은 고 박지영(22) 승무원. 그 딸에 그 어머니였다.
| 세월호 사고 당시 자신의 구명조끼를 양보하며 마지막까지 승객들을 대피시키다 목숨을 잃은 박지영(22·여)승무원을 의사자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뜨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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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미술대학 동아리 ‘미크모’ 회원들과 음악대학 학생 등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돕기 위해 모금 활동을 펼쳐 성금을 모았다. 논의 끝에 학생들은 박씨의 어머니를 찾아갔다. 많지 않은 돈이지만 고인의 의로운 삶을 추모하고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박씨의 어머니는 ‘마음만 받겠다. 형편이 더 어려운 실종자 가족들을 도와달라’며 성금을 간곡히 사양했다.
미크모 회원 등은 박씨 어머니의 뜻을 받아들여 박씨의 이름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로 부모와 4살 터울 형을 잃은 조모(7)군을 돕기로 했다. 조군의 외삼촌 지모(47)씨는 “박씨 어머니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우리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을 텐데 이를 받는 게 맞는지 고민했다”면서 “돈 보다도 가족을 잃은 조카가 힘들 때 챙겨줄 수 있는 형, 누나가 생긴다는 것이 고마워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힘이 되지 않겠느냐”며 “좋은 인연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미크모 회원 등은 지난 5일 어린이날에 맞춰 조군이 입원해 있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고 박지영씨의 이름으로 성금과 희망 편지를 전달했다. 이들은 성금 모금을 진행하면서 조군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들도 함께 모았다. 모금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희망 편지를 통해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너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며 격려를 전했다.
미크모 측은 “다른 단체에 기부하는 것보다 성금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이에게 직접 전달하고 싶어 회원들이 모금 활동을 통해 뜻을 모았다”며 “큰 금액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조군의 사연이 알려진 후 도움을 전하고자 하는 이들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20대 여성은 어린이날을 맞아 조군에게 선물을 전달했고, 또 다른 30대 여성은 지속적인 후원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