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금융, 직구토크]공모투자, 청약경쟁률 20대 1 이상 돼야..투자 매력

by성선화 기자
2014.03.23 06:00:00

공모 청약 최우선 순위 '회사의 영속성'
고금리 공모 청약은 각별히 주의해야
공모 CB 청약, 채권의 안정성과 주식의 수익성 추구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아침에 주식창을 연 김모씨는 화들짝 놀랐다. 분명히 전날밤 마감 때까지도 수익 중이었던 H종목 주가가 밤 사이 파란불로 급락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보유한 전체 포트폴리오 중 50%에 가까운 비중이었다. 눈앞이 깜깜해진 그는 전날 장 마감 후 공시를 급하게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생각지도 못한 200억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 공시가 나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다급해진 그는 종목을 추천해준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 당장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 역시 “실적 발표 다음날 바로 CB 발행 공시가 날지는 몰랐다”며 “그 역시도 당혹스럽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H종목은 일주일 전 소재 저평가주로 추천을 받아 거의 ‘올인’하다시피한 종목이었다.

이번주 ‘직구토크’의 주제는 ‘공모 청약’이다. 공모란 사모와는 상반되는 개념으로, 일반인들이 청약을 통해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을 사는 것이다. 기업이 공시를 통해 일정을 공고하면 특정일로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다.

18일 서울 명동 이데일리 본사에서 진행된 직구토크에는 IB업계 내로라는 전문가 두 명을 초청했다. 박지훈 NH 농협증권 부장과 박정수 신한캐피탈 과장이다. 큰손 투자자들과 거래하는 이들이지만,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알기쉬운 토크를 주문했다.

▶성선화 기자(이하 성)=H사의 공모 CB 발행은 상반기 시장에서 큰 이슈가 됐다. 실제로 H종목의 공모 CB 발행 공시가 나던 날. 기존 주주들은 떨어지는 주가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지훈 NH농협증권 부장(이하 박)=하지만 선과 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악재’였던 CB 발행이 ‘호재’로 작용한 시장이 있다. 바로 이들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이나 주식에 청약할 수 있는 공모 시장이다. 특히 지난해 BW 발행이 막히면서 공모 CB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진행된 200억원 규모 H사 CB 청약 경쟁률은 76 대 1에 달했다. 개인투자자를 포함한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자금 1조 3285억원이 몰렸다. 이중 절반 이상인 7900억원이 개인투자자 청약금이다.

▶성=워낙 괜찮은 상품이 부족해서 일수도 있지만, 예상보다 많은 자금이 몰려 전문가들도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공모 CB가 돈이 될지 궁금하다.

▶박=이번에 H사가 발행한 CB 만기 수익률은 7.87%이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면 투자자들은 주식 전환을 신청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였다. 특히 이번 공모 CB 청약은 일반적인 유상증자와 다르다. 궁극적으로는 회사채를 파는 것이지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채권과 주식을 섞어 놓은 형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메자닌’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성=메자닌은 원래 1층 바닥과 2층 바닥 사이에 만들어진 층이란 건축용어다. 결국 양쪽을 넘어들 수 있다는 의미 같다.

▶박정수 신한캐피탈 과장(이하 정)=메자닌 금융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주식과 채권의 교집합이다. 만기 수익률이 보장된 채권의 안정성과 주식의 수익성을 접목시킨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성=지난해부터 메자닌 펀드 수익률이 상당히 좋게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박=저금리 기조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하지만 이때도 따져봐야 할 게 있다. 메자닌 펀드 안에 종목이 한두개 밖에 없다면 투자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적어도 3~4 종목 이상은 있어야 의미가 있다. 왜냐면 확률적으로 이중 하나만 30% 이상 수익률이 나도 괜찮기 때문이다. 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여러 개를 분할 매수하는 것도 방법이다

▶성=펀드 투자와 직접 투자는 엄연히 다르다. 펀드는 은행 창구에서도 쉽게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공모는 직접 참여해 본적이 한번도 없어 잘 와닿지 않는다. 주식은 증권사에 예탁금을 넣어두고 HTS로 거래를 하면된다. 공모 청약은 직접 증권사에 가야 하는건가.

▶박=방법은 두 가지다. 투자금액이 5억원 이상일 때는 미리 해당 금융사에 예치를 해두는 게 편하다. 주간 증권사에 직접 가서 거래를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인터넷을 활용하는 편이다. 훨씬 편리하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성=주변에서 봐도 최근 공모 청약이 인기는 인기인 듯하다. 묻지마식 청약도 있는 것 같다.

▶박=지난달 초 진행된 오이솔루션의 최종 청약경쟁률이 1000대 1을 넘겼다. 청약증거금만 9738억원이 몰렸다. 1인단 최고 투자금이 7000만원에 달했기 때문에 23명이 모려 청약에 참여한 경우도 봤다.

▶성=노력이 대단하다. 실질 수익률른 얼마정도였나.



▶박=경쟁률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1인당 16만원 정도 배분됐다. 하지만 상장 첫날 상한가를 가면서 수익률이 30% 정도였다.

▶성=처음 공모 청약에 참여하려면 뭘 가장 먼저봐야하나.

▶정=개인이 공모 청약을 할 때는 경쟁률을 보고 판단하는 게 좋다. 통상적으로 이틀 동안 청약을 받지만 마지막날까지 눈치를 보다가 신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관투자들도 마지막날 오후 2~3시까지 눈치를 본다. 개인이 투자할 때는 마지막날 오후 12시가 넘어서 경쟁률이 20대 1를 넘으면 고려해볼만하다. 청약 경쟁률이 20대 1이 넘었다는 건 그만큼 인기가 많다는 의미다. 이는 그만큼 괜찮은 상품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20대 1를 넘기기 때문에 최소한의 투자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성=좋은 상품을 판단하기 어려운 개인들은 그냥 청약 경쟁률만 보고 들어가도 된다는 말인가.

▶박=솔직히 그렇다. 스스로 우량한 상품을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청약 경쟁률을 보고 결정하는 게 더 정확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상품에 따라 청약 경쟁률이 극명하게 갈리는 추세다. 지난달 말 W증권사가 진행한 공모는 미달이 되면서 증권사가 나머지 물량을 그대로 떠안았다.

▶정=게다가 올 상반기는 공모 시장이 활성화 될 것 같다. 일반인들도 충분히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성=주변에서 공모 투자한다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 우량주만 하는 것 같았다.

▶박=맞는 말이다. 그래서 예전엔 ‘공모주 아줌마’라는 말도 있었다. 바로 공모주에만 투자하는 아주머니들을 뜻했다. 부동산으로 치면 아파트 분양과 똑같다. 시장에 나오기 전에 주식을 사는 것이다. 시장가 대비 싸면 프리미엄이 붙어 비싸게 팔 수 있고, 그 반대라면 손해를 보게 된다.

▶정=하지만 공모 청약의 가장 큰 장점은 리스크가 적다는 점이다. 특히 짧은 기간에 돈을 회수할 수 있다. 공모 청약의 단점이라면 청약 투자금에 액수에 따라 주식 배정 비율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자본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경쟁률이 100대 1이라면 1억원을 청약했더라도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주식은 100만원에 불과할 수 있다.

▶성=그렇다면 적어도 1억원 이상의 투자자들에게나 유용한 수단이 아닌가.

▶박=항상 그렇지는 않다. 일반 직장인들도 1억원까지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통해 투자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잘 권하지는 않는다. 한번 마이너스통장을 만들기 시작하면 지출이 걷잡을 수없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정=공모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다. 주식과 같은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성향을 가진 사람에겐 맞지 않다. 가끔씩 대박이 나기도 하는데 이는 10개 중 1개 정도로 상당히 드물다. 이 때문에 기관들도 다양한 업종에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이다. 주식도 그렇듯이 언제 어떻게 어떤 바람이 불어서 주식이 뜰지 모르는 일이다. 여러 개 중에서 한두개만 대박이 나도 놓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성=설명을 듣다보니 일반인들도 한번 도전해볼만 것 같다. 공모 청약에 참여할 때 가장 중요하게 봐야할 게 무엇인가.

▶박=무엇보다 중요한 점이 회사의 영속성이다. 아무리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고한들 회사가 망해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공모 청약에 앞서 확인해야할 사항이 회사의 안정성이다.

▶성=그렇다면 이자율은 어떤가. 전환사채도 채권의 일종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자율이 높은지 봐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정말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이자율을 높게 주는 회사는 그만큼 리스크가 높다는 의미다. 예전에 8~10%까지 고금리를 줬던 STX그룹,동양그룹 등 대부분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되레 우량한 회사일수록 금리가 낮다. 높은 이자율은 투자에 있어 전혀 고려할만한 사항이 아니다.

▶박=공모주 청약의 장점은 주식에 비해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점이다. 청약 일정을 공시한 후 적어도 2~3주 후에 실제로 청약에 들어간다. 투자자들은 그 기간 동안에 기업과 수익률에 대해 자세히 검토할 수 있다.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직구토크, 박정수(왼쪽) 신한캐피탈 과장, 박지훈 NH 농협증권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