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사건 김원홍 "김준홍은 심부름꾼이 아니었다"..새 증언 나와

by김현아 기자
2013.12.04 00:00:0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돈을 보낸 사람(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과 돈을 받은 사람(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주장이 정반대로 나오면서, SK(003600)그룹 횡령 사건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는 본인은 최태원 회장 형제와 김원홍 씨 사이의 거래에서 심부름꾼 역할에 불과했으며, SK 계열사 펀드를 동원한 450억 원대 횡령사건에 주범이 아니라고 증언해 최태원 회장 사건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러나 김원홍 전 SK고문은 △김준홍 전 대표가 SK펀드를 유치하게 도와주면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으며 △펀드 납입금을 자신에게 보낼 때도 금액이나 날짜 등을 본인 맘대로 하고 △심지어 개인 돈 1억 원을 넣어 송금했으며 △펀드투자금 중 27억 원은 김준홍 지인에게 송금하는 등 심부름꾼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김원홍 전 고문의 증언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SK그룹 횡령 사건은 김준홍이 주도한 계획범죄로 상황이 바뀌게 된다. 11일 오전 10시 열리는 김준홍 전 대표의 증인신문이 주목되는 이유다.

대만에서 국내로 송환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9월 26일 저녁 8시 33분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차량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설범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고문의 첫 번째 공판 기일에서 김원홍 전 고문의 변호인은 “김준홍과 개인적으로 220억 원대의 자금을 개인적으로 거래해 왔다”면서 “2008년 당시 김준홍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지 물었는데, 김준홍이 펀드를 유치해주면 빌려줄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 “이때 김원홍은 김준홍에게 그리 하면 문제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김준홍은 문제 될 수 있지만 대법원에 가면 무죄가 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과 SK C&C 등이 2008년 10월부터 12월까지 1500억 원대의 펀드를 베넥스에 만들게 된 계기는 김준홍이 펀드 구성을 도와주면 수백 억원 대 돈을 김원홍에게 빌려주겠다고 말한 것이었다는 의미다.



이는 횡령 의도로 최 회장 형제가 김원홍과 공모해 펀드를 만들었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과 사뭇 다르다.

김원홍 전 고문의 변호인은 김준홍은 바지사장, 단순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는 검찰과 항소심 재판부의 주장도 반박했다.

변호인은 “최태원 회장이나 김원홍의 심부름꾼이라면 시점과 액수가 지시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데 임의대로 시점과 액수를 정했고, 펀드납입금 중 1차로 김준홍이(김원홍에게) 송금한 201억 원은 개인계좌에서 수표로 인출하는 데 여기에는 김준홍 개인 돈 1억이 포함돼 있었다”며 단순 심부름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김준홍은 펀드 투자금 중 27억 원을 주변 지인들에게 보내는데, 최 회장의 선물 투자금이고 심부름을 한 것이라면 어떻게 자신의 지인들에게 맘대로 보냈겠느냐”고 반박했다.

다음 공판은 11일 오전 10시 417호 대법정에서 시작된다. 이번에는 김준홍 전 베넥스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과 변호인의 신문을 받을 예정이다.

한편 김원홍 사건 재판부는 12월 말까지 결심을 끝낼 예정이어서, 이르면 1월 중·하순에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