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신세계]①'은밀' 넘어 '위대'하게..한국문화의 새 엔진

by정병묵 기자
2013.08.21 02:57:49

문화계 주변에 있던 웹툰, 중심으로 자리매김
만화시장 선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 멀티소스 제공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IT의 발달로 만화산업은 큰 격변을 맞았다. 종이책으로 출판돼 대본소에서 읽히는 만화가 인터넷을 통해 최초 연재돼 PC와 모바일을 통해 소구되고 있다. IT 혁명으로 제2의 빅뱅을 맞은 웹툰의 세계를 살펴 본다.<편집자 주>

상반기 최대 히트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이달 초 10분 분량을 추가한 확장판으로 재개봉했다. 관객 690만 명의 최종 스코어를 기록하며 흥행했지만, 영화를 둘러싸고 대단한 팬덤이 생기자 다시 관객을 만나게 된 것. 널리 알려졌다시피 이 영화는 HUN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는데, 원작의 존재를 몰랐던 이들까지 폭넓게 흡수하며 웹툰의 위력을 문화계에 알렸다.

초고속인터넷의 보급과 스마트 혁명은 만화를 그리고 보는 패턴도 바꾸어 놓았다. PC와 모바일을 통해 더 다양한 독자층을 확보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과거와 달리 웹툰에서 먼저 인기를 얻고 출판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영화계의 ‘마르지 않는 샘’..게임으로도 확장

특히 웹툰은 출판만화 시절보다 더 폭넓게 대중문화의 다양한 소스로도 활용되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한국영화계는 요새 웹툰이 아니면 영화가 안 나온다는 농담이 돌 정도로 웹툰의 영화화 바람이 거세다. 올해만 해도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비롯해 ‘전설의 주먹(이종규·이윤균)’ 등이 스크린에서 관객을 만났다.

2006년 ‘아파트(강풀)’를 시작으로 ‘이끼(윤태호)’, ‘이웃사람(강풀)’ 등 영화화된 웹툰이 연평균 2~3편에 이른다. 웹툰의 영화화는 현재 ‘더 파이브(정연식)’와 ‘신과 함께(주호민)’은 내년께 영화로, ‘미생(윤태호)’은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3단합체 김창남(하일권)’은 영국 페브러리 필름과 판권을 계약했다.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업계까지 웹툰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판다독’, ‘갓 오브 하이스쿨(박용제)’ 등의 작품이 게임 캐릭터로 등장했으며 ‘쌉니다 천리마마트(김규삼)’는 모바일게임으로 개발 중이다.

한 포털 관계자는 “만화는 ‘원소스 멀티유즈’에 가장 좋은 콘텐츠”라며 “웹툰 시대에 들어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문화예술 산업 전반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웹툰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 출판만화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작가들과 등단을 하지 못한 작가들이 작품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누가 고료를 주는 것이 아니라 ‘UCC’와 다름 없었지만 ‘일쌍다반사’, ‘와탕카’, ‘추리닝’ 등 코믹 웹툰이 인기를 끌면서 입소문을 탔다. 이후 지하철 무료신문들이 웹툰을 적극 채택했고, 웹툰 작가들에게는 고료를 받고 작품을 그릴 수 있는 방편이 생겼다. 강풀, 주호민 등 스타 작가들이 양산되며 역으로 만화계의 중심이 출판에서 웹툰으로 이동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2003년 다음커뮤니케이션(035720)이 웹툰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관련 시장은 5월 현재 1000억원 대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만화가들의 새로운 등단 창구로 자리매김한 네이버에 연재 중인 작품은 120여 개 수준으로 작품 수와 장르 면에서 만화의 저변이 과거보다 확대됐다. 반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출판만화 시장은 2000년대 초까지 연 7000억 원 규모였지만 올해는 2800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

만화업계 관계자는 “이후 2000년대 중후반부터 프로 작가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일반인들도 폭넓게 그리고 있는 지금은 웹툰의 춘추전국 시대”라며 “아동청소년보호법 및 작가들과의 수익 등 풀어야 할 현안들이 많지만 웹툰의 강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