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2주..해외 바이어 동요없다, 왜?

by안재만 기자
2012.01.01 08:35:03

"연평도 사태 겪어보니 별일 없더라"
`괜찮다` 답변뒤 사태 예의주시할 거란 분석도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우려했던 외국인 투자자, 바이어들의 이탈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정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코트라:KOTRA)는 무역 환경 악화를 우려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침착한 모습을 되찾고 있다.

당초 `김정은 시대`를 염려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호전적이라고 알려진데다 북한 내부의 권력 다툼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동요하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코트라는 김 위원장 사망 직후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해외 언론 및 바이어 동향을 꾸준히 체크하고 있다. 대체로 `한국과의 거래를 끊을 계획이 없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이는 연평도 포격 사태 등을 겪으며 해외 바이어들 또한 남북한의 특수 관계를 이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용가스 제조업체 스미세이케미칼의 한 관계자는 "연평도 사건때는 일본 본사에서 서면으로 향후 전망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오더가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유선으로 `괜찮냐` 정도의 문의만 있었다"고 소개했다.

미국 섬유업체 스탠다드 텍스타일 관계자는 "남북관계보다 위태로운 파키스탄의 업체와도 거래 중"이라며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중국 바이어는 "김 부위원장이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수립할 수는 있지만, 중국과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공세를 취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애초부터 크게 염려하지 않았었다"고 전했다.



다만 남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배경지식이 없는 기업들은 동요하는 흔적이 눈에 띈다. "괜찮다고 대답하는 기업 중 상당수도 내심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스트리아의 자동차부품업체 한곳은 당분간 방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사는 "당분간 한국과의 비즈니스, 무역행사 참여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 가브딘 파이프 관계자는 "쉽게 볼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외국 은행 한곳은 해외 주재원들의 비상 대기를 통보했었고, 일본의 생활용품 업체는 일본 본사로부터 `한국 예비군 동원시 인력 수급 등의 유사시 대응 방안 시나리오`를 작성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 투자자들의 한국 투자 규모가 커질 수록 북한 사태를 염려하는 분위기가 읽힌다"면서 "향후 발생되는 사건사고에 따라 기류가 확 바뀔 수 있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