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OCI, GDR 납입 리스크 오해와 진실

by김세형 기자
2011.06.03 10:20:00

납입일 주가 발행가 12% 하회에 일부서 우려
청약뒤 미참여 행위는 자살행위..청약시 사실상 확정

마켓in | 이 기사는 06월 01일 13시 49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OCI(010060)가 지난달말 7억달러 규모 GDR 발행을 마쳤다. 발행에 앞서 외국인이 집중 매도하고 주가가 DR 발행가를 밑돌면서 납입이 제대로 이뤄질 지 우려하는 시각도 일부에서 나왔다. OCI의 GDR 납입 리스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마디로 미납 우려는 GDR 발행 프로세스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기본적으로 기관투자자가 IPO 주식을 인수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청약 참여 의사를 밝힌 기관이 납입하지 않았을 경우 그 기관은 불량 기관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향후 딜에서 배제되는 철저한 시장의 응징을 피할 수가 없다.

기관은 또 향후 주가 상승을 확신할 수 없다면 사전에 공매도 전략을 취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공매도를 통해 어느 정도 이익을 확정한 뒤 주가 추이에 따라 보유 물량의 처분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GDR 발행에 앞서 외국인 물량이 대거 쏟아진 이유다.

1일 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OCI의 신주와 자사주 148만8800주를 원주로 발행한 7억달러 규모, 1489만 DR의 납입이 완료됐다. GDR이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되면서 모든 일정이 끝이 났다.

납입이 이뤄지던 지난달 27일 종가는 주당 45만1500원으로 GDR의 원주 발행가격 51만원의 88.5%에 불과했다. 그전 몇일 연속 OCI가 외국인의 집중 매도 공세를 받으면서 발행가를 밑돈 상황이기에 납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마저 일부에서 제기됐다. 얼핏 보기에 납입하는 순간 12% 가까운 손실을 떠안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주가만 보고 판단한 것에 불과했다는 평이다. OCI의 GDR 발행은 바클레이즈(Barclays Bank PLC) CS유럽(Credit Suisse Securities (Europe) Limited), RBS홍콩(The Royal Bank of Scotland N.V., Hong Kong Branch) 등 3개사를 공동 주관사로 진행됐다. 공시상 총액인수나 잔액인수같은 발행 보장 장치 없이 로드쇼를 진행한 뒤 투자자들이 가져갈 DR 수량을 확정하고 발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총액인수나 잔액인수 조항이 없으므로 청약 의사를 밝힌 기관이 막상 참여치 않았을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참여 의사를 밝힌 기관이 그같은 행동을 했다면 그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보통 딜은 평소 기관 고객 관리를 기본으로 깔고 진행된다. 기관에게 참여 의사를 타진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아무 기관에게나 참여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니다. 통상 기관 고객은 수익 기여도나 신뢰 등에 따라 3등급으로 분류되고 등급별로 물량 배정도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중이 떠중이 기관이라면 참여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배정받은 기관이 만일 납입을 하지 않는다면 그 기관은 자본시장에서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게 된다. LS자산운용이 지난 1월 중국고섬의 공모주 청약시 231만주를 배정받은 뒤 200만여주를 인수하지 않아 향후 6개월간 공모주 투자 배제 제재를 받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청약뒤 미인수는 해당 기관에게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기관으로서 받는 혜택 박탈과 시장 퇴출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여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해도 발행사 입장에서 받는 타격은 제한적이다. 공시상 드러나지는 않으나 주관사측에서 일정 물량은 인수하겠다는 약속(commitment)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 딜에서도 커밋먼트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OCI가 납입 이전인 지난달 25일 "GDR 발행이 성공했다"고 밝힌 데에는 이같은 배경이 있었다.

OCI는 GDR 납입에 앞서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에 시달렸다. 공매도가 상당수였다. 발행가 결정전인 21일 이전에는 발행가가 현주가보다 낮게 결정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주가가 발행가를 밑돈 23일 이후 매도는 기관의 자체 헤지 전략으로 설명이 된다.

장기적인 전망이 좋더라도 일시적으로 주가는 이벤트에 따라 급등락할 수 있다. 23일 이후는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태양광주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시기다. 기관들은 이를 이용해 원주와 크게 상관없이 공매도한 뒤 저가에 주식을 사고 일정 수익을 확정지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수익이 났다면 주가가 발행가를 크게 밑돌지 않는 이상은 여유를 갖고 대응할 수 있다. 27일 이후 순매수분은 공매도 물량을 상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주관사들이 참여하는 기관의 헤지를 위해 대차물량을 구해주는 프라임 브로커 업무까지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상당부분 공매도의 경우 헤지펀드들이 전략상 스스로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