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Zoom in 유진그룹]②관건은 하이마트 IPO

by김재은 기자
2010.11.19 09:10:15

IFRS 조기도입 3년만에 흑자전환..내년 6월 상장 2650억 신규자금 유입
모기업 리스크+하이마트 차입금 부담 과중

마켓 인 | 이 기사는 11월 12일 09시 08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신성우 김재은 기자] 이랜드의 홈에버 인수. 금호산업(002990)의 대우건설(047040) 인수.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대어를 무리하게 삼키려다 탈이 난 대표적 사례다. 홈에버와 대우건설은 결국 다른 주인을 찾아갔다.

유진기업(023410)은 2008년 하이마트 인수금액 1조 9500억원중 75%를 빌린 돈으로 채웠다. SPC를 설립해 인수한 뒤 하이마트에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차입금을 고스란히 하이마트로 넘겼다. 당연히 하이마트의 재무구조는 눈에 띄게 나빠졌다.

하이마트는 홈에버나 대우건설과 다른 길을 갈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유진에게는 하이마트 기업공개(IPO)라는 `비장의 카드`가 남아있긴 하다.



유진기업에 인수된 이후 하이마트는 2008년과 2009년 각각 621억원, 37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EBITDA는 2000억원을 넘나들었고, 영업익도 600억~700억원가량 났지만 1000억원을 웃도는 이자비용이 적자전환의 주범이었다.
▲ 하이마트의 주요 재무지표 현황 자료:한신정평 (단위:억원, %) *2010년 6월은 K-IFRS 적용
결국 하이마트는 2010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을 조기 도입했고, 한신정평가 분석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433억원의 순익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이자비용 부담은 그대로였지만 IFRS를 도입하면 `영업권 상각`을 하지 않아도 된 덕이다. 하이마트는 영업권 상각 영향에 과거 5%대이던 영업이익률이 2008년 2.5%, 2009년 2.7%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6.6%로 최근 5년 평균(4.1%)을 웃돈다.

하이마트의 총차입금은 유진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2007년말 3098억원에서 2008년말에는 1조 7565억원으로 1년만에 6배가량 폭증했다. 2009년말에도 1조 5800억원으로 크게 줄지 않았고, 지난 6월말 기준 총차입금은 1조 37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6월말 EBITDA(1111억원)의 12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경화 한신정평 수석연구원은 "하이마트가 2005~2006년 순차입금 마이너스를 유지했으나 지배구조 변경과정에서 인수차입금 부담에 재무부담이 늘어났다"며 "최근 순차입금 의존도가 하락중이긴 하지만 6월말 기준 총자산의 절반이상을 영업권이 차지하고 있어 재무안정성은 수치보다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6월말 기준 하이마트의 총자산 2조 5926억원중 현금화할 수 없는 무형자산인 영업권은 65%인 1조 6833억원에 달한다.



▲ 하이마트 영업익과 금융비용 현황 (단위:억원, %) *2010년 6월은 K-IFRS 적용
유진그룹이 사업다각화를 위해 3년전 인수한 하이마트가 인수에 든 1조 4000억원의 차입금 부담을 모두 떠안으며 재무구조가 취약해졌지만, 모회사인 유진기업은 부진한 건설경기 탓에 영업적자와 이자비용을 부담하느라 하이마트를 지원할 여력이 별로 없다. 때문에 유진그룹은 하이마트 IPO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는 동시에 모회사의 가치도 높이려 하고 있다.



6월말 기준 유진기업의 지분율은 44.4%(83만9500주) 수준이다. 21.1%를 선종구 대표이사가 가지고 있고, 나머지 34.5%는 H&Q/IMM 10.6%, 농협 8.4%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나눠서 들고 있다.

IPO때 신주발행으로 자금조달을 꾀하는 기업이라면 발행규모를 두고 머리를 싸맬 수 밖에 없다. 늘어난 발행주식으로 인해 상장 후 경영권이 위협받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진기업이 경영권을 위한 최소 지분율(33%+1주·편의상 34%)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발행할 수 있는 신주규모는 57만8000여주 수준. 현재 발행주식총수(189만여주)의 30.5%다.

현 시점에서 공모가격을 가늠하기는 힘들다. 다만 단초는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FI를 대상으로 발행한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가(평균 45만7722원)가 그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신주 발행금액은 2650억원 규모다. 통상 상장시 구주매출과 신주모집 비율이 1대 1인 점을 고려하면 하이마트 상장규모는 53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신주 발행자금 2650억원을 모두 차입금 상환에 쓴다면 하이마트의 총차입금은 1조3750억원(6월말)에서 1조1100억원으로 줄어들고, 부채비율도 179.3%에서 150.7%로 29%포인트 가량 낮아지게 된다.

하이마트 IPO 주관사인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은 지난달 중순 1차 실사를 마쳤으며 연말께 2차 실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하이마트는 올해 다소 호전된 실적을 반영해 내년 2월께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내고 늦어도 6월까지는 상장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하이마트는 전국 281개 직영매장을 보유한 국내 최대 전자제품 전문 유통기업으로 지난해말 49.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이마트 IPO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유진그룹으로서는 재무부담을 상당부분 줄이게 된다. 하지만 숙제는 남아있다.

하이마트가 양호한 현금흐름(CF)을 보이더라도 이자 부담은 여전해 잉여현금(FCF) 창출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줄어든 잉여현금은 차입금 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되고, 기존 점포 개보수와 신규 점포 출점으로 300억원이상의 자본 지출이 예상돼 배당여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또 하이마트 전체 차입금의 73%가 상장 다음해인 2012년이후 만기가 도래해 재무유동성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2012년과 2013년에 1조 3000억원이상의 차입금 만기가 돌아와 내부 보유현금으로 해결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추가적인 외부자금 조달과 만기구조의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이마트의 또 다른 리스크는 모기업인 유진기업이다. 신평사들은 유진기업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로 부여하고 있다. 이는 신평사가 1~2년이내 등급 하향에 나설 수 있고, 이 경우 유진기업은 투기등급으로 추락하게 된다. 하이마트의 신용등급은 유진기업보다 2단계 높은 `BBB+(안정적)`다.

하이마트 지분 10%가량을 보유한 농협 측은 "하이마트의 실적이 좋은데다 IPO로 시장에서 유동화 가능한 자산이 된다면 유진기업의 가치는 상당히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의 대기업 심사부장은 “하이마트 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유진은 당분간 어려움 없이 살아나갈 것”이라며 “그렇지 못할 경우 대형 M&A를 했던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에서 유진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