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받는 美부양책)①`바이 아메리칸` 찬반논란

by피용익 기자
2009.01.10 11:05:02

철강업계 "미국산 자재 써야 일자리 창출"
건설업계 "비용 효율적인 공사 진행해야"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미국의 경기부양책에 자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300만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마련중이다.

도로, 교량, 학교 건설 등 인프라스트럭처를 건설하려면 건축자재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실직한 공장 노동자 등이 일터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오바마 당선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일자리의 상당 부분은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서는 철강이 필요한데, 미국보다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게 더 저렴하기 때문. 
 

이에 따라 관련 학계와 업계에서는 찬반 논란이 한창이라고 CNN머니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경제학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이 미국 기업만을 도와주는 정책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 사업을 수주한 기업들이 미국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입하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피터 모리치 메릴린드대 교수는 "미국에서도 건설에 필요한 자재를 다 생산하고 있고 유난히 비싼 것도 아닌데 왜 해외 제품을 사야 하느냐"고 말했다.



철강업계를 대변하는 미국제조업연합의 스콧 폴 이사는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미국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의도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오바마 정부가 미국산 자재 구입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제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버나드 버몰 이코노믹아웃룩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설업계도 반발하고 있다. 전미건설협회(AGC)의 켄 심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부양을 위한 인프라 건설은 가장 비용 효율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미국산 제품으로 자재를 한정한다면 필요한 제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공사가 지연되고 납세자들의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과거 미국이 보호무역 자세를 취했을 당시의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 철강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철강 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 관세를 적용했다. 그러나 글로벌 철강업체들은 중국과 중동 시장을 새로 공략하며 덩치를 키웠고, 결과적으로 미국 업체들을 위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