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은 회사돈을 어떻게 `꿀꺽` 했을까

by안재만 기자
2008.02.01 09:20:03

경영진 횡령·배임 공시 잇달아..회사자산 빼돌리고 주가조작도
실형 사는 경우는 드물어.."회사상태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해야"

[이데일리 안재만기자] 코스닥기업들이 감사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 공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횡령 규모가 대체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탓에 주주들에게 끼치는 손실이 엄청나다. 때로는 상장폐지되는 경우도 있다.

횡령하는 방식도 가지가지다.

어음을 찍어 개인이 가로채는 사례는 부지기수고, 사실상 껍데기 회사를 비싸게 인수한 뒤 회사 소유자와 나눠갖는 방법, 물품 대금을 직접 수령하는 방법, 경영진 소유의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방법 등이 있다. 서류로만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는 `가장납입`도 자주 쓰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대표이사나 경영진이 `한푼`도 건지지 못했는데, 수백억원의 자금을 횡령했다고 공시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코스닥기업들이 부외부채(분식회계)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전 대표이사에 부실을 `떠넘기는` 경우다.

지난 2006년 코스닥시장에 우회상장해 한때 수백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뒀던 한 대표이사는 90억원의 빚만 남기고 최근 회사에서 쫓겨나다시피 퇴진했다.

다음은 대표이사 및 경영진의 횡령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심지어 상장폐지 위기를 맞고 있는 기업의 사례들이다.



횡령을 두고 법적 투쟁을 벌이고 있는 코스닥상장사 A사과 B 전 대표이사.

A사는 최근 B 전 대표가 167억4300만원을 횡령했다고 공시했다. 또한 이 금액을 현재 보호예수 중인 B씨 소유의 주식을 가압류해 메우겠다고 공시한 상태. A사의 감사를 맡은 모 회계법인은 이를 믿고 재무제표를 작성한 뒤 `한정` 감사 의견을 내려줬다.

소액주주들은 A사가 B씨의 주식을 되찾아 회생할 수 있기를 바랬다. B씨가 횡령한 돈을 되찾지 못하면 A사는 완전자본잠식으로 코스닥시장 퇴출 사유가 발생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사와 B씨는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한편`이었다. 되찾겠다고 한 주식도 이미 팔아치운 뒤였다.

공시와 달리 B씨는 이미 차명계좌에 보유 중이던 주식 220만주를 A사에 넘긴 상태였다. B씨와 A사는 이 같은 상황을 공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회계에도 반영시키지 않았다. 결국 주식 매도금액 70억원을 나눠가질 생각이었던 것. A사와 B씨는 이 사유로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B씨는 모 증권사 법인영업팀 출신으로 이미 몇차례 횡령 사고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A사 역시 이미 몇차례나 대표이사의 횡령, 가장납입, 보호예수 위반 등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기업이다.

B씨는 A사를 인수한 뒤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 자금을 본인 소유의 회사에 대여해주고 자회사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100억원대의 자금을 빼돌렸다.





지난 2006년말 D씨 등이 인수한 코스닥상장사 C사도 현금이 별로 없는 가난한 기업이었다. 이들은 되도록이면 현금이 많은 기업을 사고 싶었지만 자금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C사를 선택했다.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주가조작. D씨 등은 먼저 회사돈 130억원을 동원해 주가를 띄운 뒤 주식을 담보로 사채업자들에게서 700억원 이상의 돈을 빌린 뒤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차명계좌를 통해 전체 발행주식수의 90% 이상을 손에 넣었다.

D씨는 이 주식을 담보로 또 수백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이 자금으로 주가 조작을 시작했고, 유통 물량이 없다보니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불과 반년만에 처음 인수할 당시보다 10배 이상 띄우는데 성공했다.

D씨는 또 C사를 통해 또 다른 코스닥상장사들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인수 공시를 내놓기 전에 차명계좌로 일정량의 주식을 사놓은 건 당연지사. 이들은 호재성 공시를 내놓은 뒤 주식을 팔아 일부분 현금화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자금을 대주던 사채업자들이 주식을 팔기 시작한 것. C사 주가는 속절없이 추락하기 시작했고 검찰 수사까지 진행되면서 경영진 대부분이 구속되기에 이른다.

수사 결과 C사 주가조작에는 D씨를 비롯 18명이 가담하고 140개의 계좌가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D씨 등은 350억원의 부당 차익을 거둔 것으로 밝혀졌지만 다른 사람들과 달리 D씨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D씨는 현재 다른 기업을 통해 재기를 모색 중이나 C사는 만신창이가 됐다. C사는 이번 결산기에 퇴출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근 코스닥상장사 E사를 인수한 F씨는 깜짝 놀랐다. 거래은행으로부터 어음이 들어왔다고 통보가 왔는데 E사가 찍어주지 않은 어음이었기 때문. 확인해보니 전 경영인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발행한 어음이었다.

F씨는 "지급회사가 E사와 아무런 거래사실이 없는데다 날인된 인감도장과 거래은행 고무인 등도 위조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위조된 어음은 지난해말 이후 벌써 7차례나 발견됐다.

사실 어음발행은 가장 일반적인 수준의 횡령 방법이다. 그만큼 코스닥시장본부의 감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 및 주주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엄청나다. 어음은 보통 사채업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데, 그만큼 사채업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깔아주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감사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분식회계 및 횡령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사 상태를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