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영재 기자
2008.01.16 07:20:00
퇴직 후 10년 연금 생활
세금폭탄 `어디에 말도 못하고...`
[이데일리 문영재기자]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대대적인 손질을 가할 태세였으나 집값이 들썩이고 논란이 불거지자 불과 20여일만에 말을 바꾸며 완급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종부세와 관련해 당초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세금감면과 함께 과세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10억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한다는 얘기는 어느 새 수면밑으로 쏙 들어갔다.
인수위는 부동산 시장이 예사롭지 않게 움직이자 `1년간 시장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보류 모드에 들어간 뒤 현재는 `올 하반기 종부세를 검토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상태.
그러나 종부세 감면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 사항이기도 해 부동산 시장이 안정 기미를 보이면 하반기 이전이라도 언제든 재추진 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인수위 내에서도 종부세가 이렇게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지난해 과세 대상자가 48만8000여명으로 크게 늘면서 도입 취지와는 전혀 상관 없는 피해자가 속출한 이유가 크다.
종부세는 참여 정부들어 이른바 서울 강남지역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도입논의가 시작됐다.
이 때문에 20여년전 내집을 마련한 1주택자나 대출자, 돈벌이가 없는 퇴직자들이 다수 포함돼 불공평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강남, 과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세금폭탄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상자들이 늘면서 납세불복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이 당선자의 경제 브레인인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도 이런 `선의의 피해자` 가운데 한 명.
강 간사는 현재 시가 28억~30억원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S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파트의 지난해 표준지 공시가격은 3.3㎡당 3123만원으로 주거용지 가운데 최고를 기록한 고가 아파트.
국세청 주택가격별 보유세 조견표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21억원인 아파트는 재산세등 지방세 756만3000원과 종부세 1614만원을 세금으로 내야한다. 이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내야할 총 보유세(재산세+종부세)만 2000만원이 훌쩍 넘게된다.
관가에서는 지난 98년 차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특별한 수입원이 없이 월 300만원이 조금 넘는 연금으로 생계를 꾸려야 했던 강 간사에게 주택보유세는 세금문제를 떠나 생계 위협(?) 요소로 다가왔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강 간사는 지난해 한나라당 일류국가비전위원회 부위원장 겸 정책조정실장에 있으면서 "현행 세제 아래선 수 십년째 같은 집에 살아도 막대한 종부세를 내야 한다"며 현행 보유세의 문제점을 말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강 간사의 한 측근 인사는 "강 간사는 슬하에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두고 있지만 자녀들에게 손을 벌리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그에게 종부세 문제는 커다란 고심거리였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모아놓은 돈도 딱히 없지만 누구에게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기엔 너무 수줍은 강 간사의 청렴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강 간사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 간사단 전체회의를 마친 뒤 기자와 만나 얘기를 나누다 종부세 개선에 대한 의견을 묻자 엷은 미소로만 답을 대신했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될 새 정부 기획재정부 장관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강 간사가 종부세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갈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