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딜러 아반떼·베르나 서로 달라고 아우성

by지영한 기자
2007.08.22 08:30:00

고유가로 해외소형차 수요확산..아반떼·베르나 백오더 1.5개월치
경직된 생산방식에 따른 인기차종 '병목현상'이란 지적도
미국에선 수요불구 공급부족으로 아반떼 판매 전년비 되레 감소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고유가 영향으로 경제성이 부각된 아반떼와 베르나의 수출 주문이 한달 반 가량 밀려있다.

그러나 생산능력 한계와 생산을 둘러싼 경직된 노사관계로 현대차가 해외에서 일고 있는 소형차 붐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선 주문을 받고도 물량 부족으로 베르나의 판매가 정체되고, 아반떼의 판매가 작년보다 오히려 감소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22일 현대차(005380)에 따르면 준중형 아반떼와 소형 베르나의 수출 백오더(주문을 받고도 출고가 되지 않은 차량)가 8월 현재 각각 1만8700대와 2만2000대를 기록하고 있다.

울산 3공장에서 생산중인 아반떼는 1.4개월치의 수출 물량이 밀려있고, 울산 1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베르나도 1.5개월치의 수출 백오더를 쌓아놓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보다 기름값이 많이 오르자 선진국시장과 비산유국을 중심으로 경제성이 높은 소형차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도 '오일머니'에 힘입어 소형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선 고유가로 인해 기름을 많이 먹는 대형 미니밴이나 픽업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에 몰렸던 자동차 수요가 세단형시장, 특히 소형차쪽으로 옮겨지고 있다.

▲ 미국에서 엘란트라로 팔리는 아반떼.

이에 따라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산 소형차의 수요가 덩달아 증가하고 있고, 현대차도 준중형 아반떼와 소형차 베르나의 수출 주문이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유가로 소형차 수요가 늘면서 미국 등 북미지역은 물론이고 아중동, 중남미, 러시아 등 세계 각지 딜러들이 아반떼와 베르나 물량을 서로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국내공장의 소형차 생산능력이 한정된데다, 잦은 노사분규, 여기에다 경직된 생산방식 등으로 현대차가 해외 소형차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요가 많은 차종은 생산을 신속히 확대하고, 인기가 없는 차종은 생산을 축소하는 등 수요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현대차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아반떼의 경우엔 해외수요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엔트리카(생애 최초 구입차)로 큰 수요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는 국내물량을 먼저 배정하고 해외물량을 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아반떼 수요가 크게 줄지 않는 한 해외물량을 확대할 뾰족한 묘안을 현대차는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아반떼와 함께 3공장에서 연산 7만대로 양산되는 아이써티(i30)의 생산이 2009년 체코공장으로 이전되면 아이써티 생산량 만큼 아반떼의 생산능력도 확충된다. 하지만 이 역시 3년이나 남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국에선 아반떼(미국판매명 엘란트라·)가 수요에도 불구하고 공급부족으로 판매가 감소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올들어 7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아반떼는 5만7914대로 전년동기 6만2694대보다 7.6% 되레 감소했다.

▲ 미국에서 엑센트로 팔리는 베르나.

울산 1공장에서 생산돼 해외로 수출되는 베르나(미국판매명 엑센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7월중 미국판매는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년동기 2만1476대 보다 4.1% 소폭 증가한 2만2361대에 그쳤다.
 
수요는 있지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까닭이다.

베르나와 클릭을 생산하고 있는 울산 1공장은 향후 클릭 단종 후 아산공장의 쏘나타 물량을 이관해오는 문제로 노사는 물론이고 1공장과 아산공장간, 즉 노노간에도 복잡한 이해가 얽혀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성문 한국증권 연구위원은 "해외시장에서 소형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현대차의 경우엔 노사관계상 라인조정이나 인력재배치가 어려워 수요가 많은 소형차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소형차 수요에 대한 탄력적인 대응이 아쉽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