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 경기진단)①美 `리세션` 걱정된다

by김윤경 기자
2007.03.31 09:05:10

부동산發 부실로 소비위축 `우려`
기업이익 감소로 투자 급랭 가능성
성장률 전망치 속속 하향조정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서브 프라임 모지기 부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과 중국의 긴축 움직임. 최근 세계 금융 시장을 뒤흔들었던 주범들이다. 이미 결산된 지난 해까지 경제 펀더멘털엔 영향을 못미쳤지만 곧 마감될 1분기에서부터 이후까지, 올해 경제에 미칠 여파에 대한 우려감을 지울 순 없어 보인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 이코노미스트들도 속속 세계 경제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 경제의 침체 경고를 내놓고 있으며, 일본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소비는 여전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 긴축의 고삐를 죄면서 중국의 성장률이 한 자리 수로 낮아지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미지수다.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 국가의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진단해 본다.<편집자주>

◇美 경제에 던져진 화두 `리세션`..부동산 부실 등 소비위축 가능성 높여 

▲ 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
현직에선 물러났지만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진단과 분석력은 여전히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주곤 한다. 그런 그린스펀 의장이 요즘은 미국과 세계 경제에 대해 걱정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린스펀 의장은, 그가 걱정하면 세계가 걱정하는 것을 몰라서인지, 알아서인지 최근 `경기침체(recession)`를 화두로 던졌다.

그는 지난 달 홍콩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 화상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뒤,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 가능성이 30%라고 구체화, 그 단초를 제공하기까지 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엔 "서브 프라임 부실이 다른 경제 부문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벤 S. 버냉키 의장은 28일 의회증언에서 확산 가능성이 없다고 못박았지만 그린스펀은 여전히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29일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확정치(연 2.5%)가 기존 수정치(연 2.2%)보다 상향 조정됐지만, 이미 지난 뉴스다. 4분기 수정치는 당초 예상치(3.5%)에서 큰 폭으로 하락하며 경기둔화 우려감을 키운 바 있다. 미국 경제는 3분기 연속 장기 잠재성장률인 3%를 밑돌았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는 아직 반영조차 안된 것.

미국 경제를 터뜨릴 `뇌관`이 될 지 여부에 대해선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지만, 서브 프라임 부실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은 서브 프라임 부실 이전부터 조금씩 냉각돼 오고 있다. 
 
부동산발(發) 위기에 유가까지 오르고 있다.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지고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다른 소비를 줄여야 한다.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고 물가가 오르면 개인의 실질 구매력은 낮아지게 된다. 미국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거의 명약관화해 보인다. 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경기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기상 악화가 이유가 돼 추세적인지 여부를 가늠하긴 어렵지만 2월 핵심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3% 감소했다.



◇기업 이익 감소 → 투자 위축 → 경기 침체.. `악순환 시나리오`


소비와 함께 기업 이익도 줄고 있어 걱정이다. 이익이 줄면 자연스럽게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란 `악순환 시나리오` 예상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GDP 집계에서도 이미 기업 이익이 감소세로 돌아들며 이런 가능성을 예고했다. 기업 이익은 5분기 만에 처음으로 전 분기대비 감소, 3분기의 3.9% 증가에서 0.3% 감소세로 돌아섰다.

기업들의 활동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내구재 주문은 지난 1월 3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뒤, 2월에도 계속 줄었다.  

스티븐 스탠리 RBS 그린위치 캐피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확장세는 성숙기에 도달했고 단위당 노동비용은 늘어남에 따라 기업들은 마진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들 성장률 하향 잇따라

경제 전망은 따라서 `맑음` 보다는 `흐림`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달 초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1분기 GDP 증가율은 2.3%로 점쳐졌다. 한 달 전 조사때 2.5%였던 데서 낮아진 것이다. 2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2.4%로 그닥 나아질 것 없다는 예상들을 내놓았다.

매크로 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는 최근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4%까지 낮췄고, 모간스탠리 추정치도 1.4%로 낮아졌다. 모간스탠리는 이달 중반까지만 해도 2.2%를 제시했었다. 
 
▲ 로드리고 라토 IMF사무총장

로드리고 라토 IMF 사무총장도 경기에 대한 우려를 거들었다.

라토 사무총장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9월 예상한 것(2.9%)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소비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다만 고용과 가계 소득이 건실하기 때문에 금융 시장 전반의 안전성까지 해치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유가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에 대해선 우려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잰 햇지어스는 29일 "미국 경제의 침체 위험성이 높아졌다"며 "경제가 조만간 침체와 직면할 것이라는 신뢰할 만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동산 문제가 지난 1990년대 후반 주식시장 버블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고 진단했으며, 이를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이라 FRB가 과연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비관론이 우세하지만 낙관론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컨퍼런스보드의 이코노미스트인 켄 골드스타인은 1분기 성장률을 3%까지 보고 있다. 물론 한 주 전 3.6%에 비해선 낮아졌지만, 민간 소비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어 기업 투자 위축을 상쇄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