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수연 기자
2006.09.28 10:10:10
시계회사 부실 정리, 바이오 기업 변신
실험용 영장류도 공급 계획..세계시장 진출
어느 외딴 시골에 천재 생물학자가 있어서, 고독한 연구 끝에 우수한 신약을 개발했다고 치자. 그래도 표준화된 동물로 실험한 결과가 없으면 국제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며, 만사가 헛수고다. BT에서도 `표준`은 핵심 요소다.
오리엔트바이오는 이런 연구개발자들에게 `인증받은` 실험용 생물을 공급하는 회사다. 생물소재, 즉 실험용 또는 백신생산용 쥐나 개 등을 생산하는 BT 인프라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유전자와 생활환경이 등이 통제된 생물소재를 생산한다.
그러니까, 쥐에도 명품이 있다는 얘기다. 똑같이 `쥐`라 부르기는 하지만 실험용 동물과 자연상태의 쥐는 사실상 전혀 다른 존재라 봐도 좋다는 설명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 일란성 쌍둥이같은 쥐들만 실험동물이 될 자격이 있다. 즉 유전적으로 통제되고, 바이러스 등 미생물 감염으로부터도 보호되며, 사료 등 환경 요인도 조절한 실험용 생물들이다.
오리엔트바이오가 인증 생물소재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이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찰스리버와 제휴를 맺고 모태 생물 등 기술을 이전 받았기 때문이다. 찰스리버가 곧 이 분야의 세계 표준격이라고 한다.
1999년 찰스리버와 제휴, 2000년부터 국제 표준규격 실험동물을 양산해 국내 제약사 등에 공급했다. 장재진 대표()는 "이로써 국내 제약사 등의 시험 및 연구결과, 특히 신약개발 부문에 있어 국제적 신뢰성이 확보됐고 수입에 의존했던 실험동물을 국산화에 성공했다"며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현재 찰스리버로부터 모체를 공급받아 쥐 종류(랫트와 마우스)를 가평 사육센터에서 생산해 공급한다. 그밖에 기니피그, 토끼 등은 수입해 유통시킨다.
이 회사는 시계 회사인 오리엔트와 실험동물 생산 회사인 바이오제노믹스가 합쳐 만들어졌다.
1959년에 설립된 오리엔트는 갤럭시 등의 브랜드로 한때 국내 시장을 휩쓸었었다. 그러나 해외 고가 브랜드 등에 밀리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2003년 바이오제노믹스가 이를 인수, 이름을 바꾸고 합병해 우회상장했다.
오리엔트를 인수한 장재진 대표는 지난해까지 부실을 정리하고 정상화를 마무리지었다. 시계사업부문과 바이오사업부문을 분리, 별도의 법인으로 만들었다.
구조조정을 마친 이 회사는 최근 사업 영역을 넓히며 한창 `일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우선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 생물소재 생산센터를 만들기 위해 최근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에서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리엔트바이오 NHP`라는 법인도 설립했다.
실험용 영장류는 인간과 비슷해 신약개발 등에 필수.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공급이 절대 부족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세계시장의 50%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해외 유통망은 찰스리버 그룹의 네트워크를 이용할 계획이다.
또 가평에 제 2사육센터를 증설하고 있다. 본사가 위치한 성남에는 다음달 전임상 R&D센터가 증설된다. 단순히 실험용 동물을 공급할 뿐 아니라 임상 전 과정의 실험과 연구를 컨설팅 또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위해서다.
또 부설 연구소를 통해 자체적인 연구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개발이 진행중인 것은 발모제로, 안전성 시험 단계에 와 있다는 설명이다.
장재진 대표는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과 달리 미래 가능성 뿐만 아니라, 현재 실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은 257억원, 순익은 12억원이었다. 지난해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고, 본격적인 바이오기업으로 변신, 투자가 진행된 만큼 올해가 의미있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코스피200 종목에 편입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