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초대석)최도성 증권연구원 원장

by공희정 기자
2006.07.10 09:46:12

자본시장통합법 "상암구장에서 동네축구할 수있나".."잘 할 수있는 것 키워야 생존"
"우리나라 CEO승계의 문제는 잘해도 나가야하고 못해도 계속하는 것"
"주가 2000포인트 확신..디스카운트 완전히 해소안돼"

[이데일리 공희정기자] "자본시장 통합법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과 같은 국제 규격의 운동장이 만들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A매치가 열리는 필드에서 동네축구나 계속하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최도성 증권연구원 원장()은 통합법으로 우리나라에도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은행(IB)가 나올 수있는 기반이 마련된 만큼 금융기관들도 국제구장에 맞는 세계 일류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지금까지 처럼 동네축구만 하고 있으면 세계 굴지의 기관들과의 싸움에서 백전백패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 원장은 세계적 수준의 IB로 가기 위해서는 한국 축구처럼 히딩크(인재)를 영입하든 자본을 크게 확충하든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를 만나 통합법에 따른 시장 변화와 금융기관들의 대응전략등에 대해 들어봤다. 

- 바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 평소 최고경영자 승계(CEO Succession)에 관심을 갖고 계신줄로 알고 있는데.

▲ 우리나라의 경영권 승계는 독특하다. 경영권 승계라기 보다는 대물림으로 더 익숙할 정도로 상속이 일반화되어 있다. 자신이 열심히 일해 축적한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은 동양적 전통이며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경영권을 대물림하는 것과 기업의 소유지분을 대물림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경영권이란 기업의 자산과 자원을 경영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데 잘못 쓸 경우 기업 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큰 해를 끼칠 수 있다.



- 경영권 승계는 재벌 뿐아니라 공기업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맞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가 가지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배주주가 있는 민간기업의 경우 최고경영자는 대부분 시장에서의 성과와 관계없이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기업의 경우 시장의 성과와 관계없이 재임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이른바 나눠먹기식이나 낙하산인사로 최고경영자가 채워져서야 기업 경쟁력을 말할 수 있겠는가.

서울대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 1636년 설립된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학의 역대 총장수와 1924년 문을 연 우리나라 서울대학교 역대총장의 수가 거의 같다. 약 300년이나 역사가 긴데도 역대 총장 수가 서울대 총장수와 비슷하다는 것은 그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 학교를 경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CEO승계 문제의 핵심은 `잘해도 나가야하고 못해도 계속하는` 모순이다.

- 화제를 자본시장통합법으로 돌려보자. 이 법을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 통합법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금융투자상품의 열거주의적 정의(negative list)를 통한 금융투자상품의 범위 대폭 확대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금융투자업의 겸업과 기능별 규제체계 도입을 통해 금융투자회사의 업무범위를 확대시킨다는 것이고 마지막 세번째는 투자자 보호의 선진화라고 할 수 있다.

- 시장에는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하나.

▲통합법이 시행되면 금융기관들은 금융상품의 개발이나 신규 업무의 수행 등에 있어서 대형화, 겸업화의 압력을 심하게 받을 것이다. 스스로 변신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 국내 금융기관들이 외국의 대형사들과 경쟁할 수 있겠는가.

▲치열한 국내외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선택과 집중 원리를 사용하여 자신의 강한 분야를 개발하고 비교우위를 점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축구도 마찬가지 아닌가. 예전에는 수비는 방어만 하면 됐다. 수비가 넣은 골은 골로 인정도 안해줬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독일 월드컵만봐도 축구선수들은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인정받아야만 A매치에서 뛸 수 있다. 수비도 골을 넣어야 하고 공격수도 수비를 해야 한다.

대형사는 외국 대형 투자은행과 경쟁할 수 있도록 종합투자은행으로 변신해야 할 것이다. 다만 규모면에서 경쟁력이 뒤질 수밖에 없는 중소형사의 경우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틈새를 공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고수익채권, 인수합병(M&A), 주식, 파생상품등 특정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외국의 경우도 대형화 전문화가 대세다. 애초 자산관리에서 시작한 메릴린치는 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 승부를 걸고 골드만삭스의 경우 자기매매와 M&A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지 않는가. 말하자면 잘할 수 있는 것을 잘 택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 통합법과 관련해서 증권회사의 소액결제기능을 두고 말이 많은데.

▲  대표금융기관을 통한 소액지급결제기능 참여도 중요한 한 부분을 점하고 있다. 그러나 법 제정의 핵심적인 목적은 자본시장의 효율성 제고와 투자자 편의를 제고하여 자본시장의 국제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증권회사에 소액결제기능을 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니겠나. 금융기관이 동반 성장하기 위해서는 은행도 독점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야 건전한 경쟁 풍토가 조성된다. 지금 논의되는 증권회사의 결제기능은 증권금융을 통해 지급결제망에 참여하는 개념인데 큰 위험은 없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시스템 안정성문제도 우려할 바가 안된다.

주식으로 투자된 부분이 아니고 예탁금으로 남아있는 범위내에서 지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결제에 이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멀리보자면 증권회사에 소액결제기능을 주는 것이 맞다.

혹자는 월급계좌를 증권사가 가져가서 은행의 수익부문이 침해되기 때문에 은행이 반대한다고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이미 증권사에도 월급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 증권사의 소액지급결제시스템 참여가 추가로 월급계좌의 대규모 이탈을 유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령 증권사의 월급계좌 이체가 은행의 수익부문에 대한 침해가 된다 하더라도 이 시장에 증권사가 참여해 은행권의 독점이윤을 줄이고 금융소비자에게 더 많은 기회와 편익을 주도록 하는 것은 국가적 목표에 부응하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은행권에서 크게 보고 금융투자업의 발전을 도와주면 좋겠다. 증권회사의 소액지급결제 참가는 자금의 이체와 소액현금의 지급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으며 수표발행 등은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어 은행의 업무영역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개구리가 언제까지 우물안에만 있으란 말인가. 우물안 개구리가 연못으로 나와 연못에서 헤엄치고 호수에도 가고 강으로 나가야 더 큰 물에서 놀 수 있는 게 아닌가.

- 그럼에도 통합법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 통합법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사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통합법은 증권사 등 플레이어들이 자신 있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장(field)를 만들어 주는 역할이 끝이다.

그 나머지는 금융기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죽고 사는 것은 하기 나름아니겠나.

- 통합법 이외에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바뀌어야 할 것은 또 어떤게 있는지.

▲ 지속적인 규제완화와 외국자본에 대한 편협한 시각 해소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아울러 감독시스템의 선진화도 필수적이다.

- 최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칼 아이칸과 KT&G의 경영권 분쟁 등으로 인한 외국 자본 논란에 대해서 `외국 자본에 대해 부정적 시각만을 갖고 있어서는 금융허브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국민정서와는 상반되는 견해인데.

▲ M&A시장은 기업경영의 경쟁력을 위해 바람직한 시장의 제도다. 탁월한 경영진에게 경영을 맡길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외국자본이라고 해서 피하고 문을 닫아거는 것만이 상책은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외국자본을 활용해 경영에 필요한 자본을 유치하는 길이 우리 경제에 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아이칸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아이칸보다 훨씬 더 다루기 힘든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상륙할 것이다.



우리가 기업경영의 수월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계속 국내외의 공격자들에 의한 공격을 받을 것이다.

- 최근 증권업협회 건물로 연구원을 이전했다. 증권연구원의 향후 발전 계획은 어떻게 되나.

▲ 자본시장의 싱크탱크로 육성할 계획이다. 우리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성장동력 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가 되어야 하며 성장동력 산업은 위험산업이므로 위험자본 즉 주식자본의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본시장이 은행시장과 균형적으로 발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장 취임 후 고급인력들을 많이 유치했다. 계속 탁월한 인재들을 발굴해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한 연구활동에 매진할 것이다. 증권업협회와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결제원, 증권금융, 자산운용협회, 및 10대 증권사들이 사원기관으로 참여해 많이 도와주고 있다.

- 5~6년 전부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증시에 대해 비관적으로 바라볼 때 주가 2000시대를 점쳤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낙관적으로 보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아직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기업의 소유구조, 지배구조, 사업구조, 재무구조 등이 국제 수준에 맞게 개편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주가수익비율(PER)로 거래될 것으로 확신한다.



74년 2월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영학과 졸업
80년 8월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경영학 박사
94년 9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1998.1 ~ 2000.2 한국증권학회 부회장
2001.4 ~ 2004.3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2002.6 ~ 2005.3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 위원 겸 연구위원회 위원장
2005.1 ~ 2005.3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사외이사
2005.4~ 한국증권연구원장 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