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서동필 기자
2006.03.22 12:40:00
[이데일리 서동필 칼럼니스트] ELW는 공매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옵션과 다르다. 즉 최초에 포지션을 설정할 때 매도포지션부터 시작할 수 없고 매수로만 시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ELW에 대해서도 공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만일 공매를 허용하게 되면 사안이 다소 복잡해진다. 공매도를 허용하려면 증거금을 징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기초자산을 파는 것과 같아 의무를 이행토록 하기 위해 담보차원에서 증거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일 ELW를 매도했는데 해당 ELW의 기초자산 가격이 행사가격보다 높아지게 되면 차액을 지불해야 하는데 증거금을 설정해 놓지 않으면 지불이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번거로움은 ELW상품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과 같다. 옵션을 매도하기 위해 증거금이 얼마나 많이 요구되는지를 생각해보면 ELW 매도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을 듯하다.
ELW는 개인이 손해만보는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옵션시장의 경험을 떠올리기 때문인 듯하다. 옵션시장에서는 전략과 자금력을 앞세운 기관과 매수 위주로 매매를 하는 개인들의 대결에서 손해는 항상 개인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언론이 보여주고 있는 재미있는 점은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려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들은 패자이고 유동성 공급자는 승자일까?
ELW는 유동성 공급자를 제외하면 초기 포지션은 모두 매수만 가능하다. 물론 유동성 공급자도 시장에 참여하면서 돈을 벌게 된다. 돈이 되니까 장사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동성 공급자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이들은 장외파생상품시장과 거래소 시장을 넘나들면서 매매를 한다. 개인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는 것이 주수익원이 아니다.
유동성 공급자들의 관심사는 변동성이지 방향성이 아니다. 기초자산의 변동성만 커지지 않는다면 기초자산이 되는 주식의 가격이 10배가 올라도 상관없다. 개인 투자자들이 ELW시장에 참여해서 돈을 벌지 못했다면 그건 장세가 강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상품과 발매사 또는 유동성 공급자 때문이 아니다.
만일 ELW가격이 비싸다면 사지 않으면 그만이다. 기초자산에 대한 전망이 좋다면 매수하는 것이고, 좋지 않다면 매수하지 않으면 된다.
물론 제도적인 미비때문이거나 유동성 공급자의 잘못으로 인한 문제도 있다.
예컨데 만기 1개월 전부터는 유동성 공급이 의무사항이 아니다. 유동성 공급이 중단되면 거래량이 급격히 감소하거나 유동성이 고갈돼 가격의 불균형이 발생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재발행이 안되는 것도 문제다. 유동성 공급자들이 발매한 ELW를 모두 시장에 팔았다면 더 이상 정상적인 호가를 제시할 수가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가격의 왜곡이 발생하고 이때부터는 시장의 수급논리에 의해 가격이 움직이게 된다.
그래서 재발행을 통해 다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제도상의 문제들은 시장의 중지를 모아 개선해야 할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유동성 공급자들의 문제점도 있다.
유동성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면 비싼 값에 팔고 싼 값에 사들이려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과도하게 되면 일반투자자들에게 다소 불리하게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는 시장을 선점한 유동성 공급자들이 유리한 입장에서 유동성 공급을 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시장에 좀더 많은 유동성 공급자들이 자리하게 되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ELW라는 상품도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상품이다. 단점을 알리는 것과 똑같이 장점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단점을 알리되 제대로 알고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잘 모르는 걸 아는 척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공해와도 같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