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새내기 큐리오시스, 제2의 씨어스테크놀로지될까
by유진희 기자
2025.12.04 16:09:13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랩오토메이션 전문업체 큐리오시스가 코스닥 상장과 함께 흑자 전환을 예고했다. 현실화되면 코스닥 상장 1년 만에 기업가치가 3배 이상 커진 웨어러블 인공지능(AI) 진단·모니터링 기업 씨어스테크놀로지(458870)의 성장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큐리오시스는 4~5일 기관·일반 투자자 청약을 진행한다. 공모 주식 수는 총 120만 주이며,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8000~2만2000원이다.
큐리오시스의 성공적인 코스닥 상장 성패는 이들이 제시한 성장 로드맵이 현실화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2015년 설립된 큐리오시스는 10년간 랩오토메이션 핵심 원천기술을 집약한 ‘큐리오시스템 플랫폼’ 구축을 완료하고 본격 성장 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매출 47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전년의 2배 이상 실적을 자신한다. 내년에는 200억원대 매출과 흑자전환을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3년 후에는 연매출 500억원 규모를 달성해 수익성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투자 시장에서 ‘제2의 씨어스테크놀로지’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는 이유다. 앞서 씨어스테크놀로지는 큐리오시스와 마찬가지로 상장 1년 내 두 자릿수 매출 성장과 흑자 전환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코스닥에 입성한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올해 약속한 성과를 내야만 한다. 올해 초만 해도 시장은 의구심을 가졌다. 1분기 매출 41억원과 영업손실 5억 9000만원을 냈기 때문이다.
반전은 2분기부터 시작됐다. 씨어스테크놀로지의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20억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흑자 전환(8억원)도 이뤄냈다. AI 기반 환자 실시간 모니터링 솔루션 등의 빠른 시장 안착이 실적을 견인했다. 약속 이상의 성과를 낸 기업에 투자자들은 후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6월 19일 1만 7000원이던 상장가는 불과 1년여 만에 8만원을 돌파했다.
큐리오시스도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에서 씨어스테크놀로지 못지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근거는 제조·부품·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100% 기술 내재화다. 큐리오시스는 광학·기계·전장(전기·전자)·펌웨어(장치 구동 소프트웨어)·이미지 프로세싱·AI 분석을 한데 묶은 모듈식 플랫폼을 바탕으로, 전장보드·이미지 센서·정밀 구동계 등 핵심 부품을 자체 설계·제작한다.
대표 제품으로는 ‘셀로거 시리즈’와 합성생물학 핵심 장비인 자동화 콜로니 피커 ‘CPX’ 등이 있다. 주력인 셀로거 시리즈는 인큐베이터(세포배양기) 내부의 100% 습도 환경에서 발열을 최소화하며 시료를 실시간 관찰·촬영하는 라이브셀 이미징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배양 중인 플레이트를 주기적으로 꺼내 수동으로 관찰해야 했던 탓에 노동집약적이고 오염·온도 변화·세포 스트레스(물리적 흔들림)의 위험이 컸다. 셀로거는 시료 플레이트를 고정하고 광학계(카메라·렌즈)만 이동시키는 구조로 설계해 흔들림을 억제했고, 자동화를 전제로 한 기구·전장 설계로 장시간 모니터링과 데이터 축적을 가능하게 했다. 고속 대량 스크리닝(HTS) 환경에도 대응해 오가노이드(유사 장기) 대량 분석처럼 이미지의 ‘과정 데이터’를 확보·분석해야 하는 수요에서 차별화가 부각된다. 셀로거 시리즈는 현재까지 29개국에 판매됐다.
큐리오시스 관계자는 “셀로거 시리즈는 성능·사용성·가격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일부 모델은 글로벌 기업에 주문자개발생산(ODM) 형태로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CPX는 미생물 콜로니를 수작업으로 선별·이식하던 공정을 정밀 모터 제어로 자동화해 속도·정확도·오염 리스크를 동시에 개선한 것이 강점이다. CPX-α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바이오파운드리 표준화 작업에 운용될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
큐리오시스 관계자는 “우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동화 콜로니 피킹 시스템을 상용화해 제조·공급하는 데 성공했다”며 “합성생물학 육성 정책과 각국의 바이오파운드리 투자 확대에 힘입어 해당 장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랩오토메이션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랩오토메이션은 실험실·연구실·공장에서 실험 및 분석 과정을 컴퓨터와 로봇 등의 기술로 자동화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반복 작업을 줄여 인력 효율성을 높이고, 데이터 정확성과 신뢰성을 향상시키며, 인적 오류를 감소시키고, 24시간 연구실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시장조사업체 킹스리서치(Kings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실험실 자동화 시장 규모는 2024년 723억 달러(약 103조원)에서 2032년 1179억 달러(약 169조원)로 커진다.
큐리오시스 관계자는 “바이오 연구개발·제조 현장에서는 대용량 반복 실험 증가, 인력난·휴먼 에러 최소화, 품질보증·품질관리 고도화, AI 분석 연계 등의 이유로 자동화 도입이 빨라지고 있다”며 “포트폴리오 강화와 확장을 통해 글로벌 최고의 랩오토메이션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