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차옥 갤럭스 대표 "첫 韓 AI신약개발 빅파마 계약 가능성…10번 이상 만났다"
by김승권 기자
2025.07.14 06:00:35
[보스턴(미국)=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만난 석차옥 갤럭스 교수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국내에서 제대로 인공지능(AI)기반 신약개발을 하는 곳은 거의 없다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어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갤럭스는 AI신약개발업계 최초로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와의 첫 기술연구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창업자인 석차옥 대표(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톱10 제약사 가운데 한 곳과만 벌써 10차례 넘게 만나 구체적인 조건을 조율 중이다. 올해 안에 최소 1건의 전략적 제휴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독자 플랫폼 ‘갤럭스디자인’으로 드노보(de novo) 항체 설계 분야에서 세계 최상위 경쟁력을 확보했다. 국산 AI로도 충분히 빅파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갤럭스는 지난해 12월 드노보 항체 설계에 성공했다. 드노보 항체 설계는 AI 기반 단백질 구조 예측·설계 기술이다. 드노보 항체 설계에 성공한 곳은 갤럭스를 포함해 전 세계에 3곳 뿐이다. 이 기술은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3차원 구조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을 ‘처음부터’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특정 질병을 타깃으로 하는 정밀 치료제를 빠르게 설계할 수 있게 해 신약 개발의 판을 바꾸고 있다.
드노보 항체 설계 기술 개발 이전엔 신약개발 시 스크리닝(후보물질 발굴 과정)을 통해 필요한 단백질을 먼저 발굴한 뒤, 이를 약물로 발전시키기 위한 복잡하고 다양한 확인 과정을 거쳐야 했다. 수많은 단백질을 무작위로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 석차옥 갤럭스 대표가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팜이데일리와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승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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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스의 드노보 항체 설계 기술의 특징은 ‘6개 타깃·5000배 결합력’으로 요약된다. 회사는 지난 3월 바이오아카이브에 발표한 논문에서 PD-L1, HER2 등 6종의 난(難)타깃 단백질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항체를 설계해 모두 결합력과 안정성을 입증했다. 경쟁사들이 1~2개 타깃에서 성공 사례를 제시한 것과 확연히 대조된다.
석 대표는 “한 항체가 30 나노몰 농도에서 반응하던 것을 최대한 낮춰서 약 5000배 강한 결합력을 확보했다”며 “글로벌 제약사들이 ‘AI 설계 항체가 상용 치료항체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직접 먼저 연락해 왔다”고 강조했다.
갤럭스가 내세우는 차별점으로는 △과학 지식 내재화, △범용성△국내외 협력 포트폴리오 등이 꼽힌다. 먼저 갤럭스는 단백질·항체 연구에서 축적된 100년치 과학 법칙을 모델 구조에 직접 심어 데이터 의존도를 최소화했다. 석 대표는 “언어모델은 말뭉치가 핵심이지만, 과학 AI는 지식을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성패를 갈라놓는다”고 말했다.
회사가 설계한 항체는 ALK7 등 구조 정보가 없는 타깃에도 적용됐다. 이는 향후 희귀질환·면역질환 등으로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GPCR, 이온채널 등에도 적용이 될 수 있게 회사 측은 연구 중이다. 이에 갤럭스는 LG화학과 항암 단백질 공동연구를 체결한 데 이어, 한올바이오파마·와이바이오로직스와도 면역항암제 협업을 시작했다. 글로벌 빅파마 3곳과는 플랫폼 구독형·공동연구형 등 계약 모델을 저울질 중이다.
한국 AI 바이오텍이 흔히 직면하는 ‘데이터 장벽’에 대해 석 대표는 단호했다. 그는 “딥마인드 CEO도 ‘데이터는 충분하고 중요한 건 알고리즘’이라고 말했다”며 “구조예측·단백질 설계 영역에서 공공 데이터만으로도 고성능 AI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갤럭스는 데이터 부족의 단점을 지식 주입형 학습으로 커버하고 있다. 석 대표에 따르면 갤럭스는 물리·화학 원리를 모델 내부에 규칙으로 내재화한다. 덕분에 대규모 실험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한국 바이오텍 환경에서도 글로벌 수준 성능을 구현했다.
| | 갤럭스 디자인으로 신약 푸보물질을 도출하는 과정 (그래픽=갤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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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AI 선순환 구조도 강점이다. 갤럭스는 자체 설계 항체를 국내 GMP 실험실에서 빠르게 합성·검증하는 ‘실험 자동화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설계→합성→검증→재학습이 한 달 주기로 돌아가며, 데이터 볼륨보다는 고품질 피드백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LG화학·한올바이오 등이 선도물질 최적화·전임상·임상 개발을 담당해 실효적 데이터를 확보한다. AI-제약 협업을 통해 ‘한국 의료 데이터 빈약’이라는 한계를 극복한다.
석 대표는 “우리는 초기 ‘얼리 디스커버리’ 단계에서 리스크를 크게 줄여주는 기술을 제공한다”며 “임상 단계에서 실패 확률을 낮추면 전체 개발 비용이 급격히 내려간다. 국내 제약산업이 글로벌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갤럭스는 독보적 기술력으로 상장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투자 시장에서 올해 9~10월 200억원 이상의 금액으로 시리즈B를 마무리한 뒤 내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예비 심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난 시리즈A(210억 원)에는 인터베스트·데일리파트너스·카카오 등이 참여한 바 있다. 석 대표는 “시장이 좋으면 IPO 시점을 더 앞당길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