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블록버스터]②블록버스터 첫번째 관문, '적응증 확대'

by김진수 기자
2024.12.27 07:30:18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19일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약물 487개 중 매출이 연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넘은 블록버스터는 190여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중 매출 50억달러(약 7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42개, 메가 블록버스터(mega-blockbuster, 매출 100억달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품목은 17개다.

이벨류에이트파마가 2028년까지 예상한 블록버스터 의약품 매출 상위 50위에는 우리나라 의약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매출 50위 제품은 노바티스의 방사성의약품 ‘플루빅토’로, 매출 39억달러(약 5조4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존슨앤드존슨은 렉라자의 최대 매출(peak sales)을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로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5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위해서는 다수의 적응증 확보가 필수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14년 이후 출시돼 가장 높은 매출 잠재력을 가진 20개의 약물 중 절반은 FDA로부터 3개 이상의 적응증을 승인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중 7개 품목은 5개 이상의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았다.

면역항암제는 ‘적응증의 왕’으로도 불린다. 글로벌 매출 250억달러(약 35조원)를 기록한 전세계 매출 1위 의약품 MSD 키트루다의 경우 20개 암종에서 사용이 가능해 최다 적응증을 보유 하고 있다. BMS의 옵디보 역시 11개의 암에서 사용할수 있다.

특히, 항암제의 경우 다수 적응증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승인 받은 항암제 중 약 70% 가량은 다중적응증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블록버스터 상위 20위 중 적응증을 단 1개만 보유한 의약품은 버텍스의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 ‘트리카프타’(Trikafta)가 유일하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적응증 수 순위.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최대 매출 50억달러를 향한 항해를 시작한 유한양행 렉라자도 적응증 확대를 위한 애쓰고 있다. 렉라자는 현재 국내에서 2개, 미국에서는 1개의 적응증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상태다. 반면 렉라자의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의 경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총 4개의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글로벌 표준요법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여기에 글로벌 매출 기준 24위에 자리하는 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리드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렉라자 입장에서는 적응증 확대가 필수적인 상황으로, 렉라자 글로벌 권리를 가진 존슨앤드존슨은 FDA 품목허가를 이끈 마리포사(MARIPOSA) 연구 이외에도 다수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는 희귀 변이에 대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 효과를 확인하는 ‘크리살리스-2’(CHRYSALIS-2) 연구가 있다.



현재 임상 1상 단계로 S768I, L861Q, G719X 등 엑손20을 제외한 비정형 EGFR 양성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드물게 나타나는(uncommon) S768I, L861Q, G719X 변이의 경우 전체 EGFR 변이 환자 중 10~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개된 데이터에 따르면, 객관적 반응률(ORR) 51%와 무진행생존기간(PFS) 19.5개월로 효과를 입증했다.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는 현재 엑스코프리는 미국에서 성인 뇌전증 환자 부분발작 치료제로 판매 중인데 타깃을 늘리기 위한 연구가 막바지에 있다.

SK바이오팜의 미국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는 엑스코프리 적응증 확장을 위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성인과 소아·청소년 전신발작’에 대한 데이터 뿐 아니라 ‘소아·청소년 부분발작’에 대한 치료 효과까지 확인 중이다. 임상 연구는 올해 안으로 종료될 예정으로 이르면 내년에 적응증 확대가 기대된다.

전체 뇌전증 치료제 처방수 기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부분발작이다. 전체 뇌전증 치료제 처방수 기준 부분발작 환자 비중은 약 60%다. 이를 나이로 구분했을 때 성인이 53%, 소아·청소년이 7% 가량이다. 성인과 소아·청소년 전신발작 비중은 약 27% 수준이다. 엑스코프리가 성공적으로 임상을 마치고 적응증을 추가한다면 전체 뇌전증 치료제 처방수 기준 타깃으로 하는 시장은 기존 53%에서 87%까지 확장하는 셈이다.

HK이노엔 ‘케이캡’은 국내에서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위궤양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25㎎)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총 5개 적응증에 대해 급여를 적용 받고 있다.

HK이노엔이 미국 품목허가를 위해 진행 중인 임상은 2개다. 먼저 비미란성 환자 8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은 올해 상반기 환자 투여가 완료됐으며 최종 데이터 도출 중에 있다. 미란성 환자 약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도 올해 12월말에 최종 종료가 예상된다. 제품 출시는 내후년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다케다의 보퀘즈나(다케캡, 성분명 보노프라잔)가 P-CAB 기전 약물 선두 주자로 활약 중이다. 보퀘즈나는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감염 치료 등 총 3개의 적응증을 보유 중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적응증 확대는 가장 효율적으로 타깃 범위를 넓히고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빅파마들 역시 지속적으로 적응증을 추가하기 위한 임상을 계속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적응증을 분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