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신약 AI신약 대표주자 이노보 vs 신테카 격차 벌어지는 까닭
by김새미 기자
2024.12.20 09:10:33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신약개발사 중 이노보테라퓨틱스가 합성신약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2019년 기술특례상장한 신테카바이오(226330)는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데일리는 합성신약을 발굴할 수 있는 AI 플랫폼 ‘딥매처’(DeepMatcher)와 ‘딥제마’(DeepZema)를 비교해봤다.
신테카바이오의 딥매처는 AI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슈퍼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10억 종에 달하는 수많은 화합물을 질병을 유발하는 타깃 단백질 모델에 가상으로 결합시켜 결합 여부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신테카바이오의 AI 신약 플랫폼으로는 신생 항원 예측 기술인 네오-에이알에스(NEO-ARS)도 있다. 네오-ARS가 면역항암제와 세포치료제 개발을 주로 타깃한다면 합성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에는 딥매처가 쓰인다. 신테카바이오 측은 “AI 플랫폼 적용으로 합성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테카바이오가 기술이전을 목표로 자체 개발 중인 합성신약으로는 IDO·TDO 이중 억제제인 ‘STB-C017’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했던 개량신약 ‘STB-R040’이 있다.
이 중 STB-R040은 엔데믹을 고려해 보다 경쟁력 있는 약물을 개발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신규 유도체 발굴 등 최적화 성공 시 기술이전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개발이 중단된 것으로 비춰진다. STB-C017는 2017년 3분기에 연구를 시작했지만 아직 선도물질 최적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8년이라는 기간 동안 비임상조차 진입하지 못한 셈이다.
신테카바이오는 최근 딥매처를 업그레이드하면서 표적단백질분해(TPD) 등 새로운 구조의 유효물질 도출에 나섰다. 이날 신테카바이오는 미국 보스톤 소재 바이오텍과 10억원 규모의 단일판매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3개 유효물질 발굴을 포함한 것으로 1개 표적을 받았고, 내년 1분기 중 2개 표적을 추가로 받기로 합의했다. 계약 상대방인 바이오텍은 TPD 분야의 나스닥 상장사다.
단 아직 유효물질 발굴 전 단계이기 때문에 딥매처를 통한 TPD 신약후보물질 개발 가능성을 예단하긴 어렵다. 신테카바이오 관계자는 “최근 딥매처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존보다 더 다양한 구조의 유효 화합물을 도출할 수 있게 됐다”면서 “고객사가 후보물질을 정식 의뢰하면 딥매처 등 서비스를 통해 발굴 범위를 좁히면서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후발주자인 이노보테라퓨틱스는 세계 최초로 AI 플랫폼으로 도출한 신약후보물질의 임상 2상에 성공했다. 이노보는 지난 8월 국소 흉터치료제 ‘INV-001’의 국내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특발성폐섬유증(IPF) 신약후보물질 ‘ISM001-055’ 임상 2a상 결과를 발표한 것보다 3개월 빨리 임상 2상 결과를 선보인 것이다.
이노보가 2019년 3월 설립되고 2020년 R&D를 개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4년 만에 임상 2상까지 마친 셈이다. 신테카바이오가 2009년 9월 설립됐는데도 임상은커녕 비임상에 진입한 신약후보물질조차 없는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이노보는 이번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기술성평가를 신청,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INV-001을 경구제로 전환한 ‘INV-002’도 연구개발하는 한편 INV-001의 임상 3상도 준비 중이다. INV-002는 내년 전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노보는 이외에도 딥제마를 통해 도출한 신약후보물질로 R&D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궤양성대장염 신약 ‘INV-008’이 전임상에 진입했으며, 퇴행성관절염 신약 ‘INV-004’는 전임상을 마무리하고 내년 임상 1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번에 새롭게 발굴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페이로드 ‘INV-009’는 내년 전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약은 아니지만 딥제마로 도출한 기능성화장품 과제 ‘INC-001’도 인체적용시험을 마쳤다.
신테카바이오가 선도물질 최적화 단계에서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는 데에는 신약후보물질을 선정하기 위한 실험에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AI신약개발 업계 관계자는 “AI는 완벽한 신약후보물질을 만드는 도구는 아니다”라며 “현재 AI 기술 수준은 최적의 선도물질을 골라내는 정도이기 때문에 100가지가 넘는 물질로 실험을 다 해봐야 하는데 여기서부터는 회사마다 노하우가 적용되는 부분이라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험을 통한 신약후보물질 도출 후 R&D까지 이노보의 속도가 빨랐던 데에는 딥제마뿐 아니라 신약개발 경험이 풍부한 인력 덕이 컸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노보의 박희동 대표와 임동철 부사장(최고기술책임자·CTO)은 LG생명과학(현 LG화학 생명공학사업본부)에서 연구소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신약개발 경험이 20년 이상인 인력이 다수 포진했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박 대표는 “이노보 직원 32명 중 15명이 업력이 20년 넘은 사람들”이라며 “50대 이상이 많은 편인데 비용으로 (신약개발) 경험을 샀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딥제마 역시 약 타깃, 화합물구조, 물성 등을 시뮬레이션으로 풀어내면서 웻랩(손에 물을 묻히는 실험)을 생략할 수 있게 했다. 초기 화합물을 새로 디자인하고 합성해서 만든 후에 실험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다. 이노보 관계자는 “딥제마는 화합물을 디자인할 때 굳이 만들 필요가 없는 것들, 약으로 쓰기 어려운 물질을 실험할 일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