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의 제약국부론]"케미컬, 동물세포 다음은 식물세포 신약이 게임체인저"

by류성 기자
2024.08.26 09:10:59

식물세포 분야 글로벌 선두기업 바이오에프디엔씨
모상현 공동대표 “식물세포, 의약품은 물론 화장품, 식품 소재로 시장성 무궁. 무한 맞춤생산 가능”
K바이오 업계 최다 80여편 SCI 국제논문 게재
10년내 글로벌 의약품시장 20% 식물세포 신약이 잠식
동물바이러스 오염없고,저가로 무한 배양 공급 가능

[이데일리 류성 바이오플랫폼 센터장] “케미컬에서 동물세포 기반 바이오 의약품으로, 이제는 식물세포 의약품이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글로벌하게 잇달아 발생한 화재사건 등으로 전기차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급속하게 싸늘해지고 있다. 아직은 전기차의 기술력이 안전성을 완벽하게 확보하지 못했기에 벌어지고 있는 일종의 통과의례로 보인다. 지금은 전기차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길게 보면 전기차 전성시대가 열리는 것은 피할수 없는 대세가 아닐까 싶다.

글로벌 의약품 산업에서도 전기차처럼 ‘게임체인저’나 ‘패러다임 혁신’을 자신하며 기존의 판도를 근원부터 뒤흔들려는 퍼스트 무버들이 세상의 관심을 한몸에 집중시키곤 한다. 식물세포 신약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양대축인 화학약품과 동물세포를 소재로 하는 바이오 의약품을 대체하려는 바이오에프디엔씨가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식물세포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바이오리액터에서 지속적으로 원하는 만큼 저렴하게 배양할 수 있는 강점을 지녔다. 배양한 식물세포는 추출해서 화장품 원료로도 쓸 수 있다. 안전성 평가를 마치면 먹을 수도 있다. 고기능성 산업용 단백질이나 백신, 항체 같은 치료용 단백질 생산도 가능하다.

요컨대 무한하게 배양할수 있는 식물세포는 사업영역이 의약품은 물론 화장품, 식품까지 전방위로 확장할수 있어 시장성이 무궁하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식물세포를 활용한 의약품은 시장 초기여서 일반인에게 생소했다. 하지만 기술적 완성도가 가팔라지면서 앞으로는 글로벌 의약품 산업을 주도할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8년간 식물세포 배양·생산이라는 한우물만 파오면서 글로벌하게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모상현 바이오에프디엔씨(251120) 공동대표를 21일 만나 식물세포의 전망과 잠재력에 대해 들어봤다.

모상현 바이오에프디엔씨 공동대표. 바이오에프디엔씨 제공
“식물세포는 바이오의약품의 소재가 되는 동물세포와 달리 동물성 바이러스 감염문제가 없다. 여기에 식물세포는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무한 배양이 가능하기에 식물세포는 원하는 양만큼 지속적으로 적기에 저렴하게 공급할수 있는 강점도 있다.”

모 공동대표는 지금은 식물세포 의약품이 시장의 초기단계이지만 3년 정도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회사는 다양한 식물세포 유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식물세포 플랫폼 기술(세포 설계기술 및 배양기술 고도화, 생산공정 확립)을 확보, 이분야에 있어 글로벌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바이오벤처의 성장은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장 근본적인 경쟁력은 연구개발에서 나온다. 그 연구개발의 성과는 결국 국제 SCI 논문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런 결과가 회사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 공동대표는 지금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많을 것으로 추산되는 80여편의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국제논문을 게재하며 회사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글로벌하게 입증했다. 연구개발에 회사의 사활을 걸다보니 전직원 76명 가운데 연구인력만 석·박사 출신 20여명을 포함 모두 30여명에 달한다. 장기간 식물세포 연구개발에 주력해온 결과 현재 250여종의 세계 최대 식물세포 라이브러리를 보유량을 자랑한다.

이 회사의 식물세포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게 평가한 세계 1위 향수업체 기보단은 바이오에프디엔씨 지분 8.8%를 보유, 3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기보단은 지난해 매출 11조원을 기록한 글로벌 기업이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기보단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기보단은 현재 이 회사의 식물세포 플랫폼 기술을 활용, 동백세포 및 장미세포를 포함 다양한 식물세포 바이오 소재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미 공동연구의 성과로 두개의 식물세포 기반 제품을 출시하는 성과를 거뒀다.

바이오에프엔씨 송도 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식물세포 배양작업을 하는 모습. 바이오에프디엔씨 제공
“식물세포를 기반으로 하는 의약품은 10년 정도 후에는 전체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20~30%까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케미컬 의약품과 동물세포 바이오 의약품이라는 양대 축이 식물세포 의약품이 더해지면서 삼각 축으로 패러다임 변화가 오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식물성체를 활용한 백신, 치료용 의약품 단백질 개발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코히어런트 마켓 리서치(Coherent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식물세포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7조원에서 2028년 14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바이오에프디엔씨는 확보한 식물세포 플랫폼 을 통해 기존보다 고품질의 유효물질 및 바이오소재를 개발, 상업화하는 것을 주력 비즈니스 모델로 하고 있다. 여기에 신약개발을 위해 식물세포 배양·생산 플랫폼을 제공하는 바이오위탁개발생산(CDMO)도 주요 수익모델이다. 회사는 이미 탄탄한 이익 및 매출성장 기반을 확보했다. 지난해 회사는 매출 155억원, 영업이익 5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내년은 매출 220억원, 영업이익 66억원을 예상한다.

“10년 이내에 식물세포 플랫폼 기술을 발판으로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명실상부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인재 중심의 경영을 창업 초기부터 초심을 잃지 않고 해나가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매출 성장에 집중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이익도, 가치도 아닌 ‘사람’이다.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성장할 때 비로소 실현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