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끌고가던 여성 숨지게 한 40대, 2심서 징역 5년 [그해 오늘]

by이재은 기자
2023.12.14 00:00:00

2021년 11월 14일…2심, 징역 5년 선고
저항하는 피해자 모텔 안으로 끌고 와
“피고인, 대화·통제 안 되는 상태였다”
법정서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 주장
法 “피해자, 도망 중 사망…유족 합의”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지난해 12월 14일 울산고법은 강간치사, 감금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40대 남성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강간·감금할 고의가 없었고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이 남성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유족과 합의한 것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절반으로 낮췄다. 저항하는 여성을 모텔로 끌고 들어가던 중 숨지게 한 40대 A씨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된 날이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
사건이 발생한 날은 2021년 12월 12일이었다. 울산에서 스크린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던 A씨는 전날 자신의 고객인 피해자 B씨를 불러내 12일 새벽 1시 49분까지 술을 마셨다.

A씨는 B씨를 집에 데려다 준다며 택시에 함께 탔지만 돌연 모텔로 행선지를 바꾸고 B씨를 추행했다. 택시에서 내린 뒤에는 돌아가려는 B씨를 모텔까지 끌고 갔으며 밖으로 도망치려는 B씨를 계속 건물 안으로 밀어 넣었다. B씨는 심신상실 상태임에도 계속 저항했지만 A씨는 B씨를 붙잡은 채 점원에게 모텔비를 계산해 달라고 할 정도로 집요하게 행동했다.

B씨는 최후의 저항으로 모텔 바깥을 향해 뒷걸음질쳤지만 중심을 잃고 모텔 현관 옆 계단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A씨는 의식이 없는 B씨를 다시 카운터로 데려와 앉히고 또다시 강제 추행했다. 결국 A씨의 범행으로 B씨는 뇌사 상태에 빠졌고 이듬해 1월 6일 숨졌다. 그릇된 욕망을 충족하려는 A씨의 행위가 피해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당시 범행 장면이 찍힌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씨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B씨의 명백한 거부 의사가 담겨 있었다. B씨는 택시에서부터 자신을 만지는 A씨의 손을 쳐냈으며 모텔에 끌려간 뒤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으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힘으로 B씨를 모텔 현관문 안에 여러 차례 밀어 넣었고 문을 잡고 버티는 B씨를 데리고 방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현장에 있던 모텔 직원의 진술에 따르면 끌려들어 온 B씨는 주차장 밖으로 나갔지만 A씨는 B씨를 쫓아가 강제로 데리고 오다시피 건물 입구로 다시 왔다. 또 B씨는 문을 손으로 잡으며 모텔에 들어가지 않으려 버티기도 했지만 A씨는 B씨의 외투가 상체까지 올라갈 정도로 잡아당겼다. 이 직원은 “B씨가 거절을 심하게 하는 상황”이었다며 A씨에 대해 “통제가 거의 안 되고 대화도 안 됐었다”는 취지로 수사기관에 말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B씨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질 생각으로 모텔 방 안에 데려가려 했다”며 “강간이나 감금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를 강간하고 감금하려던 게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B씨의 사망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며 “범행 당시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1심은 “거부하는 피해자에게 항거 불가능 수준의 유형력을 행사해 모텔까지 데려온 것은 방에 감금해 강간하려는 행위”라며 “피고인이 범행 당시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되나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에 취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이미 피해자가 모텔 밖으로 도망간 적이 있으므로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벗어나 도망가는 과정에서 계단으로 굴러떨어져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심은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생명을 잃었고 유족들은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다”면서도 “A씨가 준강제추행죄는 인정하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전과 외에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1심 선고 후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검사는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를 강간하고 감금하려던 것은 인정하면서도 원심의 절반에 해당하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B씨가 숨진 것은 A씨의 직접적 폭력에 의한 것이 아니며 유족이 합의했다는 등 이유에서였다.

이후 대법원이 A씨 측 상고를 기각하며 징역 5년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