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젠부터 한미약품까지 비만 시장 노리는 후발 기업들[비만시장 쟁탈전]③

by김진호 기자
2023.09.20 09:05:01

GLP-1 신약 韓정조준한 ''한미'', 게임체인저 노리는 ''암젠''
''유한양행·라파스'' 등 신기전 또는 신제형 비만약 개발도
"코로나19 백신과 같은 양상...비만개발사 투자 신중해야"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비만 치료를 위해 대사 및 뇌 식욕 제어 기전을 가진 후발약물 개발이 한창이다. 한미약품(128940)이나 미국 암젠 등이 비만 치료시장 선도약물인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와 같은 ‘글루카곤유사수용체’(GLP)-1 작용제 후보물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 유한양행(000100)과 노바티스 등은 뇌 중추에 작용해 식욕 억제 기전을 발휘할 비만 신약 개발을, 이오플로우(294090)나 라파스(214260) 등은 관련 웨어러블 기기 접목 신약 및 패취제 방식으로 각각 비만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제공=각 사)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릴리의 뒤를 이어 차기 GLP-1 계열의 후보물질로 비만 적응증 대상 임상을 진행해 온 주요 기업으로는 한미약품과 암젠이 꼽힌다.

지난 7월 한미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자체 기술로 확보한 GLP-1 작용제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 에 대한 비만 대상 임상 3상 시험계획서(IND)를 제출했다. 회사 측은 2025년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2030년까지 최소 3개 이상의 비만 신약을 국내에서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GLP-1 계열 기존 시판된 비만약들의 체중 감소 효능은 고도 비만 환자가 많은 서양인을 대상으로 했다”면서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현시점에서 글로벌 시장(3조5000억~4조원)의 약 3%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시장을 정조준하겠다는 얘기다.

반면 암젠은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와의 전면전을 위한 글로벌 비만 신약 임상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 12월 암젠은 ‘세계 인슐린 저항성, 당뇨 심혈관 질환 컨퍼런스’(WCIRDC) 2022에서 미국 등 임상 1상을 완료한 ‘AMG133’을 월 1회씩 3회 투약할 경우, 12주차 체중감소 효과가 14.5%라고 발표했다.

AMG133은 GLP-1 계열의 물질과 ‘가스트린억제 폴리펩타이드 수용체’(GIPR)에 결합하는 항체를 붙인 복합제로 알려졌다. 암젠 측은 AMG133가 같은 기간 주1회씩 투여하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6%)나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 9%) 대비 투약편의성과 효능 면에서 비교우위를 갖췄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밖에도 일동제약(249420)은 지난 5일 GLP-1 작용 기전의 ‘ID11521156’을 발굴해 경구용 제형에 대한 국내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회사 측에 따르면 아직 해당 후보물질의 적응증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1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한 이후 비만 적응증으로 개발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노바티스와 유한양행은 뇌 식욕 억제 기전을 가진 ‘퍼스트 인 클래스’ 비만 신약 개발로 눈을 돌렸다.

일반적으로 ‘성장 및 분열 인자(GDF)-15’는 급격한 체중감소를 일으키는 거식증과 관계된 뇌의 섭식 중추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DF-15에 결합하는 물질을 만들면 식욕을 억제해 체중감소를 유도할 수 있는 셈이다.

노바티스는 GDF-15 수용체를 타깃하는 비만 신약 개발 임상 프로젝트 ‘MBL949’를 시도했다. MBL949에 포함된 후보물질의 자세한 기전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7월 노바티스는 임상 2상의 효능 부족을 이유로 MBL949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유한양행이 GDF-15 유사체 기반 비만 신약 후보물질 ‘YH34160’을 발굴해 내년 중 미국 임상 1상을 진행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에 따르면 YH34160이 동일한 조건으로 수행한 전임상에서 위고비(5%) 보다 2배 이상 높은 약 12%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유항양행은 이외에도 YH40863(바이오신약), YHC1140(합성신약) 등 2종의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YH34160에 대한 일부 연구 내용이 전시나 학회를 공개됐지만 아직은 전체 신약개발과정으로 보면 매우 초기 단계다”며 “YH31460역시 미국 내 임상 신청을 시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그 시기를 ‘연내’ 등으로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약물을 주입해 효능을 극대화하거나 편의성을 높인 패취제 개발을 시도하고 나선 기업도 있다.

이오플로우는 영국 자이힙과 함께 미국에 합작회사 ‘신플레나’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웨어러블 약물주입기 기반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초 대원제약과 라파스가 공동으로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패취형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DW-1022’의 임상 1상 IND를 식약처에 신청했다.

한편 비만 신약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관련 후보물질 개발로 주가가 크게 오른 기업이 많다”며 “최근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도 그렇다. 이와 관련해 전임상 연구결과를 발표하거나 임상 신청 또는 1상 승인 정도의 소식만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기업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만이 희귀질환도 아니고 독성을 보는 1상 진입 성과가 개발 완수로 이어지기까진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다는 걸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