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금맥캐는 K바이오] 바텍 “K-의료기기가 중남미 치과 시장 꽉 잡은 비결은”②

by김새미 기자
2023.05.29 09:10:00

차준호 바텍 중남미 법인본부장 인터뷰
바텍 해외법인 중 ‘멕시코+브라질’ 매출·순이익 3위
기본 지키며 달러 표시 견적으로 수익성 ↑…멕시코 M/S 1위
브라질법인, 1Q 매출 43% ↑…“멕시코의 2배로 성장 잠재력”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해외에서의 금맥’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는, 준비된 자들의 것입니다. 지구 반대편 한국이라는 나라가 만드는 의료기기가 현지 토종 업체를 꺾고 중남미 시장에서 1위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 혁신을 통한 기술력에 있습니다.”

인터뷰 하고 있는 차준호 바텍 중남미법인본부장 (사진=바텍)
차준호 바텍(043150) 중남미법인본부장은 이데일리와 20일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같이 말했다. 바텍은 디지털 엑스레이(Digital X-ray)·CT를 제조·판매하며, 2021년 청산한 홍콩법인을 제외하면 18개 해외법인을 두고 있는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다.

바텍의 해외법인 중 지난해 최다 매출을 기록한 법인은 1008억원의 매출을 낸 미국법인(Vatech America Inc.)이다. 그 다음으로는 러시아법인(Vatech Corp LLC)과 중국법인(Vatech China Co., Ltd.)이 각각 315억원, 251억원으로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멕시코법인(173억원)과 브라질법인(101억원)은 바텍의 해외법인 중 매출액 순위가 각각 6위, 11위 수준이다. 하지만 이 두 법인을 합쳐 중남미 기준으로 보면 매출 273억원으로 해외 법인 중 중국을 제치고 3위까지 순위가 상승하게 된다. 바텍 측은 “두 법인은 매출 성장률이 제일 높은 법인이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또한 중남미법인은 해외법인 중 순이익이 19억원(멕시코 14억원+브라질 5억원)으로 러시아법인(51억원), 미국법인(30억원) 다음으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비교적 순이익을 많이 낸 데에는 멕시코법인이 설립 당시부터 달러 표시 견적 정책을 고수해온 게 기여했다. 차 본부장은 “통제가 불가능한 환율이라는 변수를 어떻게 해서든 통제가능한 요소로 만들어야 했고 그래서 시작한 것이 달러표시 견적 정책”이라며 “모든 대리점의 거부 반응과 고객들의 불만이 심했고, 일부 경쟁사가 시도했다 중도 포기한 정책이라 많은 저항이 있었지만 타협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차 본부장은 “이 정책은 결국 2가지 중요한 이익을 가져다줬다”며 “달러 표시 견적 정책이 결국 지속적인 이익 발생의 원천이 됐다”고 짚었다. 바텍은 경쟁사들이 페소화의 환율 변동으로 부침을 겪는 동안 안정적인 가격 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경쟁사들은 페소화의 환율이 움직일 때마다 명목가격의 상승으로 매출 성장이 정체되거나 수입가는 상승해도 판매가격을 올리지 못해 이익이 감소했다. 반면 바텍은 10년 동안 제품 가격의 변동이 거의 없었다. 뿐만 아니라 환율 변동을 프로모션의 기회로 삼아 단기적인 전략 우위를 가져오기도 했다.

차 본부장은 멕시코법인의 성장 비결에 대해 “기본적인 것에 충실했다는 것, 그리고 그 기본적인 것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메시지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차 본부장이 강조한 기본적인 요소는 바로 유통, 서비스, 교육이었다. 특히 중남미 지역인 만큼, 판매 후 서비스를 통해 신뢰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중남미는 역사적·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사회 신뢰도가 낮은 지역이다. 차 본부장은 “중남미 지역에서 상대방의 신뢰를 얻는다는 것이 매우 어렵고 이는 전부 사적 네트워크, 즉 가족 친구 친지를 통해서 생성된다”며 “따라서 판매 전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판매 후 서비스야말로 최상위 고려 요소이며 저희의 가장 강한 경쟁요소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브라질법인과 멕시코법인이 설립된 시점은 각각 2011년, 2012년으로 둘다 어느덧 10년 차를 넘겼다. 차 본부장은 2007년 바텍에 입사해 2013년 멕시코법인장으로 6년간 근무한 후 중남미본부장으로 발령받아 멕시코와 브라질법인을 관리하고 있다. 설립 초기 해당 법인들의 목표는 오로지 생존이었다.

차준호 바텍 중남미법인본부장 (사진=바텍)
그는 “시장, 노무, 법무, 인증 등 모든 환경이 열악하고 문화적·정서적 차이가 큰 중남미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많은 리스크를 견뎌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며 “타 지역보다 장기간의 준비 과정을 묵묵히 인내하며 끝까지 믿고 기다려준 본사의 지원에 힘입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10년 새 바텍 브랜드의 시장 내 위상은 상당히 높아졌다. 차 본부장은 “최초 로컬 전시회 참여 시에는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바텍을 모르고 있었고, 심지어 한국이라는 국가의 존재조차 모르는 고객들도 많았다”며 “현재 바텍은 멕시코와 브라질 치과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잘 알고 있는 브랜드이며, 치과용 의료기기 영상장비 중 전체적인 가치(Value) 측면에서 최상위 브랜드로 성장했다”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그간 코로나19 유행으로 정체됐던 중남미법인의 성장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환자 구강 내부를 관찰하고 치료하는 치과 진료는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멕시코법인의 경우 치과가 장기간 휴업을 하고,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 폐쇄로 치과 관광 수요가 급감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거쳤다.

그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면서도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그는 “현재 멕시코 법인은 시장 1위의 브랜드 가치를 발전시키면서 다른 영역으로 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며 “브라질 법인은 시장 1위의 브랜드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남미법인은 올해 1분기에만 브라질 매출이 42.7% 급증하며 빠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바텍은 2018년부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멕시코뿐 아니라 더 큰 시장인 브라질에서도 유통 구조를 확립하고 서비스·교육 체계 향상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차 본부장은 “인구나 시장규모로 보았을 때 브라질의 잠재력은 멕시코의 2배로 본다”며 “브라질 법인 성장 속도가 향후 멕시코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아직도 중남미 시장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차 본부장의 생각이다. 그는 “중남미 시장은 아직 많은 부분이 미개척 상태이고 생소한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정치 불안, 치안 부재로 인한 리스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차 본부장은 “하지만 그 성장 잠재력은 그 어느 시장에 못지않을 만큼 거대한 곳이므로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