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12번 공시끝에 사라진 삼천당제약 '바인딩 텀싯'...전문가 판단은
by송영두 기자
2023.05.08 09:10:50
바인딩 텀싯 생략은 부정적 이슈
“텀싯 이슈는 소멸, 임상 1상 데이터 보고 다시 논의하자는 의미”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삼천당제약이 최근 개발 중인 경구용 인슐린과 관련해 내놓은 공시가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중국 통화동보사의 2000억 투자 유치 추진과 관련해 바인딩 텀싯 계약을 생략하고, 대신 글로벌 임상 1상 후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본계약 체결이 언급된 만큼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이슈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 삼천당제약(000250)은 2021년 5월 제기된 ‘먹는 인슐린 2000억 투자 유치 추진’ 관련 해명 공시를 통해 “중국 파트너 통화동보사와 바인딩 텀싯을 생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텀싯(Term sheet)은 본 계약 체결에 앞서 조건 등을 상호 협상하는 단계로, 투자 및 기술이전 과정에서 초기에 작성되는 거래 조건표를 의미한다. 여기에 바인딩(Binding)이 붙을 경우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회사는 경구용 인슐린 2000억원 투자 유치 관련 보도가 나온 2021년 5월부터 최근까지 무려 12번의 공시를 냈다. 올해 들어서는 통화동보와의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됨을 알렸다. 2월 3일 공시를 통해 삼천당제약은 통화동보와 지난 1월 경구용 인슐린 임상 및 중국 독점 판매권에 대한 바인딩 텀싯을 협의했다고 전했다. 3월 31일에는 통화동보와 바인딩 텀싯 체결을 합의하고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진척된 상황을 공개했다. 하지만 4월 28일 통화동보와 바인딩 텀싯을 생략하기로 했다는 공시를 냈다. 합의했다던 경구용 인슐린 바인딩 텀싯 계약을 한 달 만에 없었던 일이 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후 삼천당제약은 보도자료를 통해 “통화동보와 바인딩 텀싯 단계 없이 글로벌 임상 1상 후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임상 1상은 유럽에서 진행되며, 유럽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1상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또 통화동보는 글로벌 임상 1상에 소요되는 인슐린을 무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임상 1상은 올해 3분기 실시해 안전성과 유효성 측면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결과는 4분기에 도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바인딩 텀싯 생략보다 본계약이라는 단어에 집중하면서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온라인 주주토론방에서는 통화동보가 임상 1상에 필요한 인슐린을 지원한다는 점, 본계약이 언급된 점 등을 들며 본계약이 더 가까워졌다며 호재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호재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삼천당제약의 이번 공시와 보도자료는 기존에 합의했던 계약은 깨진 것이고, 불확실성을 담보한 내용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바인딩 텀싯 생략 이슈는 삼천당제약이 개발 중인 경구용 인슐린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금액, 마일스톤, 계약기간 등 구체적인 조건이 달린 바인딩 텀싯을 생략하고 임상 1상 이라는 전제를 달고 본계약 체결을 논한다는 것은 바인딩 텀싯이 파기된 것으로 보는게 맞다는 설명이다. 바이오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바인딩 텀싯에는 계약금 및 마일스톤 등 조건이 협의된다. 이런 계약을 갑자기 생략한다는 것은 바인딩 텀싯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는 것”이라며 “임상 1상 결과가 좋으면 그때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수출 업무에 정통한 바이오 기업 CFO는 “이번 공시는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동안 제기됐던 바인딩 텀싯 이슈가 소멸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회사가 확보한 데이터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고, 임상 1상을 하고 결과가 나오면 그때 다시 만나자는 입장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바이오 기업 대표도 “결국 바인딩 텀싯 계약을 파기한 것이고, 선행연구 등의 데이터가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다. 바인딩 텀싯 계약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라며 “통화동보 측이 경구용 인슐린 데이터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바인딩 텀싯을 생략하는 것이 아닌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통화동보가 글로벌 임상 1상에 소요되는 인슐린을 무상 공급하기로 한 대목도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바이오텍 대표는 “통화동보에서 제공하는 인슐린이 어떤 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인슐린 가격은 굉장히 싸다”며 “보통은 릴리 제품을 제일 많이 사용한다. 인슐린은 원료에 해당하는데 그램당으로 따지면 얼마 안한다. 일회용 인슐린 주사제가 보통 인슐린과 주사기 가격 등을 더해 천원 초반대이다. 인슐린 원료만 공급하는 경우 릴리 제품이 몇백원 수준이다. 경구용 인슐린 계약과 관련해 인슐린 무상 지원이 큰 의미를 갖긴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통화동보와 경구용 인슐린 바인딩 텀싯을 생략하기로 했다는 공시와 관련 생략 배경, 임상 지원 여부, 임상 1상 후 본계약 체결 조건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삼천당제약 측의 설명이 없는 상황이다. 공시 후 나온 보도자료에는 바인딩 텀싯 없이 글로벌 임상 1상 후 본계약 체결, 유럽 임상 1상을 위한 CRO 계약, 임상 1상 및 결과 도출 관련 대략적인 시기만 언급했을 뿐이다. 2년 전 삼천당제약의 바인딩 텀싯 공시로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결과를 기다렸던 투자자들이지만, 해당 이슈가 사라진 만큼 그 이유와 향후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실제로 삼천당제약 주가도 크게 휘청했다. 4월 28일 장 마감 후 공시가 나왔던 만큼, 연휴 이후 첫 거래일 주가에 관심이 모아졌다. 2일 주가는 6만9500원으로 28일 7만5200원 대비 7.58% 하락했다.
이와 관련 이데일리는 삼천당제약 측에 △경구용 인슐린 바인딩 텀싯이 생략된 이유 △글로벌 임상 1상 후 무조건 통화동보와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의미인지 △임상 1상 비용 모두를 통화동보가 모두 지원하는 것인지 △바인딩 텀싯 생략은 합의가 파기된 것이라는 지적이 맞는 것인지 등의 질의를 했다. 삼천당제약 측은 “조만간 통화동보 및 임상 관련 업데이트 내용을 포함한 보도자료를 준비 중이다. 그때 관련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