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미경 기자
2023.04.21 01:32:02
올 들어 ESG 채권 발행액 증가 추세
“ESG 일시적 트렌드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
ESG 채권, 일반 회사채보다 발행 절차 까다로워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발행량이 급감했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발행이 다시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공사채와 사회적채권 위주의 쏠림 현상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ESG 채권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발행 목적에 따라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으로 분류된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ESG 채권 발행액은 전월 대비 4조3324억원 늘어난 8조494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공기관들의 발행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종류별로는 녹색채권 6000억원, 사회적채권 7조8740억원, 지속가능채권 200억원 등이 발행됐다. 올해 들어 ESG 채권 발행액은 △1월 1조8520억원 △2월 4조1620억원 △3월 8조4940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ESG 채권 발행시장은 지난 2021년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지난해부터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급격한 통화긴축과 고금리 영향으로 발행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며 위축세를 보였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ESG 채권은 금리 인상 사이클과 맞물려 발행규모가 감소하는 추세였고,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발행규모가 급감했다”며 “다만 올해 들어 국내 ESG 채권 발행이 재차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팬데믹 이후 발생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급등세를 보이던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이어가고, 인플레이션도 완화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며 “ESG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만큼 정책당국의 제도 정비와 지원책도 강화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화(A+)는 일반 기업 중 최초로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해 이목을 끌었다. 총 1900억원 규모로 한화는 해당 자금 전액을 솔라허브 태양광 제조장비에 필요한 설비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수요예측 결과 1000억원 모집에 목표 금액의 7배가 넘는 7050억원 주문이 들어오며, 1900억원으로 발행금액을 확정 지었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슷한 시기 수요예측을 진행한 E1(A+) 초과율 160%, 쌍용씨앤이 430억원 미달된 점을 고려할 때 우수한 성적”이라면서 “개별 펀더멘탈의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 기업의 첫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성적이 동일 등급 대비 우수했다는 점은 ESG 측면에서 간만에 반가운 소식”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동원시스템즈 역시 2년물을 ESG 채권으로 발행했는데 300억원 모집에 2500억원이 몰렸다. 이번에 발행하는 ESG 채권은 2차전지 배터리 소재 CAN 공장 건축 및 설비 도입에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ESG 채권은 일반 기업이 아니라 공사채와 사회적채권 중심으로 발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발행된 ESG 채권 14조5000억원 중 약 81%에 달하는 11조8000억원이 공사채 발행이었다. 사회적채권은 13조2000억원으로 91%를 차지했다. 일반 회사채보다 발행 절차가 복잡한 이유도 한몫했다.
ESG 채권은 사회책임투자채권으로서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 관리체계, 외부검토, 사후보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사회책임투자(SRI) 채권 홈페이지를 통해 현황을 공시하고 있으며, 거래소가 정한 요건을 충족할 시에만 ‘사회책임투자채권 전용 세그먼트’에 등록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SG 개념이 처음 시작된 유럽계 자본이 국내 ESG 채권 시장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탄소중립 달성이 글로벌 사회의 목표인 점을 고려했을 때 향후 ESG 개념이 완전히 자리 잡고, 한국 기업에 분명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