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의 카드 꺼내 든 신테카바이오...클라우드는 빛좋은 개살구?

by송영두 기자
2023.02.08 10:00:09

슈퍼컴퓨터-클라우드 앞세워 신규 계약 체결 안간힘
STB CLOUD 론칭 후 5개월째 신규 계약 깜깜무소식
경쟁력 입증 못 한 상황, 차별화된 요소로 볼 수 없어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실적 부진으로 위기에 처한 AI 신약개발 기업 신테카바이오가 히든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세계 최초라고 강조한 클라우드 시스템을 장착하고, 슈퍼컴퓨터 대량 증설로 신규 계약 체결에 집중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신테카바이오(226330)는 지난해 10월 클라우드 기반 AI 신약개발 서비스 ‘STB CLOUD(에스티비 클라우드)’를 론칭했다. 이어 12월에는 미국 시장에서도 정식 론칭했다. STB CLOUD는 최초의 클라우드 기반 AI 신약개발 서비스다. 별도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없이 클라우드상에서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 자사 AI 신약개발 플랫폼인 딥매처와 NGS 분석 개인맞춤 정밀의료 플랫폼 NGS-ARS®을 클라우드상에서 타깃만 정하면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방식이다.

신테카바이오는 올해 2월 대전 유성구 둔곡 지역에 슈퍼컴퓨팅 센터 건립을 앞두고 있다. 기존 3000여대인 슈퍼컴퓨터를 1만대까지 늘려 더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회사는 현재 실적 악화로 인해 클라우드와 슈퍼컴퓨터가 결합된 신약 후보물질 발굴 프로세스 자동화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국내외에서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신규계약을 끌어내야만 기업 연속성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 유성규 둔곡 지역에 건설중인 슈퍼컴퓨팅 센터.(사진=신테카바이오)


AI 신약개발플랫폼 계약이 절실한 신테카바이오가 클라우드와 슈퍼컴퓨터 증설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공개했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는 먹혀들지 않는 모양새다. 회사는 컴퓨터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클릭 몇 번으로 후보물질을 3주안에 도출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시장반응은 냉랭하다. 오히려 큰 시너지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아직까지 이 회사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AI신약개발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계약을 체결한 바이오 업체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양한 AI 신약개발 기업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한 제약사 연구소장은 “클라우드 시스템이나 슈퍼컴퓨터가 뒷받침되는 것은 좋지만 AI 신약개발 역량을 평가할 때 핵심적인 부분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며 “AI 신약 기업이 실질적으로 질 높은 후보물질을 도출해 낼 수 있는 역량이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또 과거 다른 기업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어떤 후보물질들을 도출했는지에 대한 레퍼런스를 중요하게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AI 업계 관계자는 “유전체 분석 서비스로 시작한 신테카바이오는 과거에도 슈퍼컴퓨터가 있기 때문에 유전체 분야보다 (AI 신약개발)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여러차례 피력했다”면서 “하지만 슈퍼컴퓨터는 AI 신약개발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계속 컴퓨팅 파워를 강조하고 있지만, 2000대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글로벌 1위 기업 슈뢰딩거는 컴퓨팅 파워에 대한 언급을 전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STB CLOUD 서비스 화면.(사진=신테카바이오)
신테카바이오와 유사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신약개발 기업 형태는 미국에는 이미 차고 넘친다. 먼저 스타벅스에서 AI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하는 등 커피숍에서 AI 신약개발 기업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유명세를 치른 미국 스트라테오스(Strateos)가 있다. 신테카바이오가 STB CLOUD 론칭 간담회때 소개한 회사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신약개발 관련 과정들을 클라우드에 있는 AI 신약개발 솔루션이 검증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장소와 시간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다는 STB CLOUD와 매우 유사한 형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IT 기업들은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AI 신약개발에 접목해 다양한 글로벌 제약사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선택지 중 하나다. 신테카바이오는 2021년 미국 법인까지 설립해 대응할 정도로 미국 시장 진출에 힘을 쏟고 있지만, 론칭 이후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STB 클라우드 계약 체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경쟁사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내 대형 제약사와 항암 신약 공동 연구 및 개발 계약을 체결한 미국 크리스탈파이(XtalPi)는 독자적인 신약개발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을 갖고 있다. AI 신약개발 기업 히츠는 올해 클라우드 기반 AI 신약개발플랫폼 ‘ONE 플랫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3에서 공개한 서비스로, 인터넷상에서 간단한 조작만으로 신약개발 연구가 가능하다. 신테카바이오 STB CLOUD와 비슷한 포맷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AI 신약개발에서 레퍼런스를 입증하지 못하면 아무리 편의성이 좋아도 해당 플랫폼을 선택할 기업은 없다”며 “비싸도 음식이 맛있다면 식당에 자주 가지만, 가격이 싸도 맛이 없으면 그 식당을 다시 가지 않는 이치”라고 말했다.

다만 신테카바이오 측은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 참석 및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신규 계약을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스트라테오스의 경우 기본적으로 로보틱 자동화 랩을 갖춘 회사로 약물 후보 실험을 로보틱스로 자동화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STB CLOUD 서비스와는 차이가 있다”며 “STB CLOUD는 전문가용 소프트웨어나 전문 교육 과정이 필요없고 직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해외 50여개 사이트에 관련 서비스 정보를 노출하고 있고, 약 30만명의 잠재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이메일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