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허가 선회한 일동제약 조코바...“조건부 허가 전망도 우울”
by송영두 기자
2023.01.03 10:30:30
긴급사용승인 불발에 조건부 허가 추진
업계-전문가들 조건부 허가 전망은 어두워
중증 환자 데이터 없는 임상 약점
정부는 코로나 이미 풍토병 취급
긴급하거나 치료 대안 없는 상황 아냐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 제약과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가 긴급사용승인에 실패했다. 회사는 차선책으로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 상황과 정부 기조에 따라 조건부 허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쏠리고 있다.
지난 28일 질병관리청은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조코바 국내 도입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는 관계부처, 감염병진료의사네트워크, 감염병관리위원회 등 3회에 걸쳐 조코바의 임상효과와 안전성, 약품정보(복용대상, 복용시점, 복용금기약물 등), 해외 긴급사용승인 및 구매, 국내 긴급도입 및 활용성 등을 다각적으로 논의했다.
논의 결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감염병관리위원회 심의, 의결 등에 따라 조코바의 식약처 긴급사용승인 요청 및 정부구매 필요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해외에서의 긴급사용승인과 후속 임상결과, 구매 및 활용 상황 등을 지속해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조코바 긴급사용승인이 불발된 것이다. 따라서 긴급사용승인에 쏠렸던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27일 4만1200원이던 일동제약 주가도 이날만 1만1250원(23.3%) 하락하며 2만9950원에 머물렀다.
이와 관련 일동제약(249420)은 조코바 국내 도입을 위해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코바는 1일 1회 5일간 복용하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로, 3CL-프로테아제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코로나19를 유발하는 SARS-CoV-2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기전이다. 임상 3상에서 유효성도 입증했다. 증상 발현 후 72시간 내 환자 대상 코로나 주요 5개 증상 개선을 확인한 결과, 조코바 투여군 증강 개선까지 걸린 시간은 167.9시간, 위약군은 192.2시간으로 약 하루 정도 차이를 보였다.
일동제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다고 밝힘에 따라 허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식약처 관계자는 “적응증과 임상자료 등 제출자료 등을 통해 조건부 허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업계는 조심스럽지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에 소속돼 있는 A 전문가는 “어떤 조건으로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하겠다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나온 결과로는 정부가 결정을 뒤집을 순 없을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바뀐 프로토콜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임상 연구 결과로 허가해 달라는 조건이 아니라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긴급사용승인과 조건부 허가는 별도의 절차를 따른다. 하지만 의약품 조건부 허가 조건이 생명을 위협하는 암 등 중대한 질환의 치료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 및 희귀의약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긴급사용승인 조건과 유사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따라서 일동제약이 기존 글로벌 임상 2/3상 결과만으로는 조건부 허가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이 전문가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B 전문가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그는 “2020년이나 지난해만 하더라도 코로나 상황이 워낙 급박해 가능성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현시점에서는 조건부 허가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료들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과 업계가 조코바의 긴급사용승인 불발과 조건부 허가 가능성을 낮게 내다보는 이유는 하나같이 데이터였다. 즉 효능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코바가 임상 3상을 통해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하지만 살펴보면 증상 개선까지 걸린 기간이 위약군 대비 약 하루 정도 빠르다는 것”이라며 “해당 데이터도 약점이 있고, 가격도 싸지 않다는 점에서 긴급사용승인이나 조건부 허가를 받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A 전문가도 가장 큰 문제로 임상 데이터를 꼽았다. “조코바 임상의 가장 큰 문제는 중증환자에 대한 효과를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팍스로비드나 라게브리오 약값이 비쌈에도 무료로 나눠주는 이유가 중증 환자에게 처방하면 사망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라며 “물론 오미크론은 경증 환자 발생률이 높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하지만,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을 하지 않아 한계가 있다. 수십만 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도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수십만 원짜리 약을 처방해서 환자가 중증으로 가지 않는다는 데이터가 없는 만큼 해당 치료제를 허가 해주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질병청에서도 국산 약인 만큼 승인을 해주고 싶었지만, 고민 끝에 긴급사용승인 불가 결정을 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B 전문가는 코로나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에 주목했다. 그는 “조건부 허가는 중대한 질환이나 긴급한 상황, 치료제 대안이 없는 경우 승인을 해주게 돼 있다”며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를 중대한 질환으로 보고 있지 않다. 실내 마스크 해지를 고려하는 등 이미 풍토병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치료제 대안 측면에서도 팍스로비드 등 기존 치료제가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