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공천 방지’ PPAT, 만 19세부터 80세 최고령자도 응시

by김유성 기자
2022.04.18 00:00:00

한국 정당사 최초 ''정치인 자격시험'' PPAT 열려
국민의힘 기초·광역 공천신청자 4500여명 시험
난이도 평이했지만 선거법 등 일부 까다롭기도
만족한 이준석 "PPAT 상시·확대 검토하겠다"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한국 정당 역사상 최초 시행되는 ‘공직 후보자 역량강화평가(PPAT)’가 17일 전국 17개 지역 19개 고사장에서 열렸다. 이날 시험을 치러 온 수험자 수만 4500여명에 달했다. 모두 국민의힘 기초·광역의회 의원 공천 신청자들이었다. 만 19세 최연소자부터 만 80세 최고령자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PPAT를 봤다.

17일 목동고 고사장 앞에서 국민의힘 당원들이 PPAT 수험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김유성 기자)
PPAT는 지난해 30대 당 대표로 선임된 이준석 대표의 주요 공약 사항이다. 이 대표는 지역 내 ‘짬짜미 공천’과 이에 따른 폐단을 막기 위해 PPAT와 같은 자격시험을 제안했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요건을 묻고 함량 미달인 사람을 걸러내자는 취지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PPAT를 상시로 치르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채 두 달이 안됐고, 당원 교육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 따라 기초·광역의회 공천 신청자만 우선 PPAT를 치르도록 했다. 구의원 등 기초의회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는 PPAT에서 60점, 시·도의원 등 광역의회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는 70점 이상 맞아야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 수 있다. 지역구 출마자는 PPAT 성적만 갖고 컷오프되지 않는다. 고득점자에게는 공천 심사 시 가산점이 부여될 뿐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일부 출입기자들은 국민의힘 측에서 마련해준 고사장 안에서 PPAT를 체험했다. 실제 수험자와 동일한 조건에서 수험번호를 부여받고 OMR카드에 마킹까지 했다.

태영호 의원(사진 가운데)이 고사장을 방문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 왼쪽에서 세번째)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유성 기자)
시험 수준은 대체로 평이했다. ‘잘 하는 사람’ 위주로 서열을 매기는 것보다 ‘못 하는 사람’을 걸러내기 위한 목적이 강했기 때문이다. 30문제 중 ‘외교·안보’. ‘청년정책’, ‘지방자치’, ‘안전과 사회’, ‘자료해석 및 상황판단’, ‘대북정책’과 관련된 문제는 일반적인 시사 상식으로도 풀 수 가 있었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공직선거법’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공직선거법은 법 자체가 어려울뿐더러 상황에 따라 적용되는 용례가 다를 수 있다. 선출직 정치인들도 헷갈리곤 한다. 역시나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행위’, ‘투표참여 권유활동’, ‘문자메시지 발송과 관련된 규정’ 등을 묻는 문제에서 오답이 속출했다. PPAT 체험에 참여했던 다른 기자들도 “선거법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주어진 1시간 동안 문제 푸는 데 35분 정도를 썼다. 컴퓨터용 수성사인펜으로 OMR카드 마킹까지 하자 10분 정도 남았다. 전날 국민의힘 당헌·당규를 읽어보고 예상문제를 풀어본 게 전부였다.

PPAT 체험을 마친 이준석 대표는 기자들에 “오늘 문제를 보니 공직을 수행하는 데 매우 적절한 평가방식이란 생각이 든다”며 “우리가 통계를 내봐야 하지만, ‘성공적 시도’로 자리 잡아서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PPAT를 상시 자격시험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번에 ‘성과가 좋다’고 평가될 시에는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자격시험화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 직전에만 이런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당원들의 역량을 매번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코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PPAT 반대 목소리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일부 당원들은 당에 대한 공헌도 등을 시험 점수로 계량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일부 사례(끄트머리)만 놓고 대안없이 비판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PPAT에 대해서도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특례를 두고 있다”면서 “이 시험을 보기 어려운 분들 등의 상황을 예외적으로 인정해주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내면평가나 인성평가, 당에 대한 공헌도 등을 측정 가능한 시나리오가 있다는 것인지, 그냥 짬짜미 공천이나 밀실 공천을 하자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면서 “더 나은 개혁 방안이 있으면 개혁 방안을 제시하면 되는 것이지, 몇몇 끄트머리 케이스를 갖고 와서 반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